세계 최고와 한국 최고의 교육 비교
MIT에서의 박사과정, 첫 가을학기와 봄학기가 끝났다. 그 전에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학부 5년, 그리고 바이오엔지니어링 공학과로서 석사 2년을 다녔다. 이제 MIT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MIT와 서울대학교의 비슷한 점과 다른점들이 많이 보인다. 서울대학교는 거의 대부분이 인정하는 한국 최고의 대학교다. 그리고 MIT는 QS 랭킹 기준으로 14년동안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공대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MIT는 상징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가지를 경험해보면서 어떤 공통점과 다른 점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대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관이기도 하며, 또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연구를 하는 측면이다. 두 측면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두가지를 나눠서 한번 나눠볼 가치가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측면과 지식을 생산하는 측면으로 나눠볼 수도 있고, 더 직관적으로는 학부와 대학원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먼저 교육적인 측면이다.
1. 생각보다 지능과 성실함의 차이는 많지 않다.
MIT에서 꽤 많은 수업을 들었다. 방문 학생으로서 들은 수업과 대학원생으로 들은 수업을 다 합치면 6과목이다. 학부생들과 함께 들을 수업도 있었다. 가장 의외라고 느낀점은 생각보다 평균적인 지능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학생들이 다 천재일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렇지는 않았다. 성실함 역시도 마찬가지다. 과제를 빼먹지 않고, 명확하게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의 경우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푸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2. 질문
가장 많이 차이가 난다고 느꼈던 점이 바로 질문이다. 내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처음에 입학했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수업시간에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서울대에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 학문에 열정이 많은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교수들은 학생들의 질문을 흐뭇하게 들으며 답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나의 로망은 무너졌었다. 한시간 반 동안 수업을 진행하면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거의 한명도 없다. 마지막에 교수님은 수업시간을 30초 정도 남겨 놓고 "질문 있는 학생?" 이라고 물으며 약 1초 뒤에 바로 "없으시면 수업 마무리 하겠습니다."라고 하며 수업을 마친다. 심지어 마지막에 질문을 하려고 하면 눈총을 주던 주변 선배 동기들도 있었다. 나의 경우 특히나 서울대학교에서는 1~2학년 때 이런 분위기에 적응을 못해서 학점이 정말 안 좋았고, (2.66/4,3) 심지어 내 학점은 전국에 모든 사람들에게 다큐멘터리로 처절하게 공개되었다.
이에 비해 MIT학생들은 정말 정말 질문을 많이 한다. 문제를 풀 때 왜 그런 가정을 했는지, 왜 이 식은 이렇게 전개 해야 하는지 물어본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있다면 교수가 말하는 것도 쉽게 끊고 물어본다. 교수들도 항상 강조하는 것이 이 세상에 "멍청한 질문은 없다! (There is no dumb question!)"라는 부분이다. 교수님들은 언제든지, 그 어떤 질문이든지 환영하고, 성실하게 답변해준다. 서울대학교를 다닐 때 군대를 다녀와서 마음을 다잡고 복학생 때 수업시간에 용감하게 질문을 했다가 모든 학생들이 다 듣는 앞에서 한 교수님께 "세상에 서울대학교에 그런 것도 모르는 학생이 있나!" 라는 핀잔을 들었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 그 이후로 그 수업시간에는 질문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지점이 서울대학교와 MIT, 혹은 한국 교육과 미국교육의 차이를 가르는 지점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한국은 교수가 알려준 지식을 바탕으로 얼마나 그것을 잘 습득하여 비슷한 상황의 문제를 잘 풀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어떻게, How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아닐까 싶다. 그에 비해 미국에서는 왜 그런 상황에서 그런 가정을 했으며, 왜 이러한 문제가 가치 있는 문제인지, 그리고 왜 이런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풀려고 하는지, 왜 "Why"를 강조하는 교육인 것 같다.
3. 시험의 차이.
시험에서도 위의 질문의 차이가 많이 두드러진다. MIT를 와서 치뤘던 시험들 중에 가장 놀랐던 사실은, 내가 본 시험들이 전부 모두 무려 시험 시간이 3시간 이었다는 점이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1시간 반이상 걸리는 시험을 치뤄본 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일부 시험들에서는 일부로 시간을 적게주어서 얼마나 빠르게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는지를 평가하는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문제들의 답들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주어진 상황에서 수식을 풀어서 답을 만들어 내는 형태의 문제들이 많았다. 체점을 할 때에 크게 생각할 필요가 많이 없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면 편할 것 같다.
그에 비해 MIT에서 본 시험들은 주로 서술형, 그리고 답안이 굉장히 여러가지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다. 일단 시험 문제 자체가 길어서 그것을 읽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리고 굳이 빠른 시간안에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는 느낌을 받아본적은 없었다. 충분히 고민을 해서 풀어내면 되었다.
특히 위와 같은 문제에서 내게 인상 깊었던 것은, 내가 내 나름대로 가정을 하고, 그 가정을 대신 정당화 하라는 점 이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애매한 점이 있으면 체점을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황을 다 결정해서 알려준다. 하지만 MIT의 시험 문제에서는 내가 생각할 때 이런 조건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이를 설득해낼 수 있다면 가능한 것이다. 답변이 여러가지로 열려 있을 수 있고, 체점을 하는 사람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체점을 해야 하는 형태다.
상대평가 vs 절대평가,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한국과 미국의 교육을 가르는 다르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에서 본 거의 모든 시험은 상대평가였다. 내가 점수를 얼마나 잘 받는지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학생들과의 비교를 통해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A 30%, B 40%, C 30%였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빠듯하게 하고, 정확하게 답인지 아닌지 크게 문제 될 것이 아닌 것들로만 문제를 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로 인해 학생들의 사고가 일차원적으로 되는 것은 큰 부작용이다. MIT에서는 대부분 절대평가다 전체 과제와 출석, 시험들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았을 때 A를 받고, 다른 학생들이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는 나의 성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교수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이 수업에서 가르친 내용을 습득했다고 여겨진다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시험을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보는 느낌이었다면, 미국에서는 내가 "얼마나 이 수업을 잘 배웠는지"를 평가하는 것 같다. 이 두가지는 학생들의 자세를 크게 바꿔 놓는다.
연구로 넘어가기 전에 약간 정리를 해보자면,
학생들 개인개인의 역량과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학교에서 질문을 대하는 자세와, 시험을 보는 경험을 통해서 정말 다른 교육을 받고, 이로 인해 너무나도 다른 아웃풋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이어서)
https://youtu.be/ZmuMkq8yISA?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