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와 서울대의 차이 3가지
이제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MIT와 미국은 어떻게 전 세계 최고의 과학적 발견과 공학적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에서도 2년 동안 대학원에 다녔고, MIT에서도 이제 2년 넘게 연구를 해 나하고 있다. 어떤 것들이 다를까. 세계적인 혁신의 상당수가 미국의 연구 현장에서 탄생하지만, 고등교육을 시작하는 시점만 놓고 보면 미국 학생들의 ‘지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가량이 지나 박사단계에 이르면 MIT 출신 연구자의 성과와 한국 대학 출신 연구자의 성과 사이에는 현격한 격차가 나타난다.
1. 구성원을 행복하게 해 준다.
MIT에서 가장 의외라고 느꼈던 점은 MIT에서는 연구 과정 전반에서 깊은 감사와 행복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방문연구원 생활을 시작하자 지도교수는 주소와 배우자 이름을 물어 꽃다발과 함께 ‘Welcome to MIT’ 카드까지 보내 주었다. 이 환대는 연구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아우르는 존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반면 한국의 대학원생들은 낮은 수당, 제한된 급여 상한선, 잦은 행정·허드렛일로 인해 행복을 느끼기 쉽지 않다.
또한 MIT에서는 근무 시간 이후 연구실을 비우는 문화가 일반적이며, 대학원생도 유급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배우자 역시 학생증을 발급받아 모든 학교 시설과 동아리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가정의 안정과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보장하고, 이는 연구 몰입도를 높이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2. 연구에 있어, 무모한 연구의 권장. 다른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MIT에서 할 이유가 없다.
MIT에 와서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다른 학교에서도 할 수 있는 연구라면 MIT에서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새 연구를 추진하라는 요구가 연구문화의 핵심이다. 이는 넉넉한 연구비, 졸업 연한의 유연성, 실패를 공유·학습하는 커뮤니티 등 시스템적 안전망이 뒷받침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반면 한국 대학원생은 졸업 지연과 생계 문제를 우려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저위험 연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졸업을 위한 정량적 성과를 빠르게 충족해야 하므로, 혁신적이지만 위험한 아이디어를 추진할 여유가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창의적 연구의 싹이 트기 어렵고, 이는 장기적으로 연구 생태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3. 스토리텔링
연구는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해결된 문제의 가치를 설득하는 능력,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 한국 교육은 주로 두 번째 요소, 즉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학생들은 주어진 문제를 정확하고 성실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지만,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정의하고, 결과를 큰 흐름 속에서 서사화하는 훈련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미국 연구자들은 질문을 발굴하고, 그 질문이 학문·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서술하는 데 능하다. 오픈 엔드 질문과 서술형 평가에 익숙한 교육환경 덕분이다. 결국 훌륭한 연구는 ‘정답’ 자체보다 ‘사람들의 관점을 바꾸는 이야기’에 의해 가치를 인정받는다.
결론: 한국 연구가 더 빛나기 위한 세 가지 제언
행복 인프라부터 고치는 정책
대학원생 인건비 상한 폐지, 행정 전담 인력 확충, 파트너·가족 복지 확대가 연구 몰입 시간을 보장한다.
안전하게 실패할 권리를 제도화
‘고위험·고수익(High-risk High-return)’ , 실패 공유 세미나 문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
질문·스토리텔링 교육의 정규화
학부부터 Why-first 사고훈련, 서술형·오픈북·장시간 시험 도입, 연구계획서 피어리뷰를 통한 ‘가치 서사’ 코칭 프로그램 운영.
한국 연구자는 이미 탁월한 성실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위 세 기둥만 더해진다면, 충분히 더 혁신적인 연구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https://youtu.be/tbtP7UHkK-Q?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