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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피리 Aug 04. 2023

무한의 굴레

넋 놓다 일생이 사라지다


무한이면 좋은 게 뭐가 있을까? 이 생에서 무한을 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매일매일 무한한 것이 주어진다.


쏟아지는 정보들을 보며 나는 무한함의 폐해를 느낀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알고리즘은 멈출 생각이 없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모두 무한스크롤의 세계 속에 우리를 가둔다. 내가 선택한 것들로 쉽사리 나를 파악하고 계속해서 영상과 피드를 추천해 준다. 넋 놓다 보면 내게 주어진 유한의 시간이 금방 사라져 버린다. 형체 없는 무한에 잡아먹혀버린 나라는 사람의 시간.


<도둑맞은 집중력> 책에 의하면, 총 20만명이 넘는 일생이 매일 화면 스크롤 하는데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 결과를 보며 나는 말할 수 없이 큰 허무함을 느꼈다. 보석같이 귀한 생이 무한 스크롤의 시간들로 그냥 사라지다니. 동시에 나는 그 위험성을 심각하게 느꼈다. '사실 내가 의지가 약해서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니구나', '나라는 사람이 계속해서 그곳에 머무를 수 있도록 수백수천의 개발자들이 장치를 심어 두고 나를 파악하고 있었구나', '흘러가는 게 삶이라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나를 두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위험한 일이구나'같은 기저의 생각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이메일이나 메시지에 쓰는 단어들은 스캔되고 저장되어 사이트 추천 광고에 등장하곤 한다. 프로필을 축적해 우리를 겨냥하는 광고주들에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마트 스피커는 우리의 대화 속 정보를 개발자와 광고주에게 모아주며, 그러한 이점으로 인해 사람들은 생산단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스피커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편한 삶과 쏟아지는 정보는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걸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무한의 굴레 속 가려지는 나


기분이 심란하고 정신이 산만할 땐 방정리부터 하라는 말이 있다. 무한의 굴레 속 쏟아지는 소란스러운 정보들은 점점 본연의 우리를 가린다. 따라서 마치 방정리를 하듯 걷어내려는 노력을 매일매일 의식처럼 수행해야겠다고 느낀다.


사실 깨끗하고 파란 하늘이 우리 본연의 상태이지만 회색 짙은 구름들이 우리를 점점 가리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잠깐잠깐 보이는 파란 하늘이 마치 때때로 만날 수 있는 선물처럼 보이지만, 흐린 구름 뭉치들에 가려졌을 뿐  사실 그 하늘은 나라는 사람 자체, 본연의 상태라는 것. 이것을 인지한다면 이제 가린 것을 걷어내고 보다 나라는 사람과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기 쉬울 것이다. 꾸준히 무한의 굴레 속에서 뭔가를 더하려 하지 말고 하나둘 걷어내는 시도를 해보려 한다.


걷어내야 하는 것


매일매일 우리를 가리는 것은 너무나 많다. 출퇴근 길 지하철 역에 붙어있는 수많은 광고판들은 성형을 권장하고 소비를 조장하며 타인과의 비교를 유도한다. 걸어가면서 듣고 보는 모든 정보들이 무한 스크롤과 같이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리를 움직이며 목적지로 향해가지만 휴대폰 속 무한스크롤 세계에 갇혀 현실 그 너머 속에 체류한다. 유튜브, 웹툰, 뉴스 등 각양각색으로 읽고 보는 그 대상들은 마치 사람처럼 감정과 에너지를 담아 고스란히 우리에게 넘겨준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본연의 내가 점점 가려져간다.


걷어내는 방법


유독 집중이 잘되지 않고, 판단이 잘 서지 않는 문제는 이제 한 개인의 특수한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현대의 시간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일한 증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의 굴레와 일종의 팝콘브레인을 유도하는 구조 속에 머무는 우리는 그래서 더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과 힘을 가져야 한다.


먼저 그 힘은 나의 심지를 곧게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흘러가게 두지 않고 그 흐름을 타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생각하고 중심을 세워야 한다. 더불어 무한의 굴레 속에는 진짜만 있지 않다는 것과 오히려 부정적이고 가짜인 것들이 더 적극적인 반응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앞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나의 기준을 갖는 것은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넋 놓고 있다보면 나에게 형성되는 세계 자체가 가짜가 될 수 있으므로 경계하려 애쓰는 태도는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본연의 나를 지킬 수 있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접해야 한다. 나에게 그것은 책을 읽는 행동이 되기도 하고, 기도나 요가 혹은 일기를 쓰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 해당된다. 이 행동들은 내게 무언가를 또 더하는 것이 아닌 하루의 뭉치들을 모아 그날의 끝에 가려진 것들을 털어내는 작업과 같다.


생각 없이 흐르는 대로 사는 삶은 분명 편할 것이다. 그러나 편한 것을 선택할 때 타인에게 조종되고 의미 있는 삶을 포기해야 한다면, 나는 의식을 깨워 삶을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찰하고 성찰하면서 거대한 사회 구조 속 한 개인으로서 그래도 싸워보는 것.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보는 것. 그렇게 무한의 굴레 속 나라는 사람을 지키고 만들어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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