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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채 Jun 02. 2019

벨 에포크 시대 파리의 초상 : 파리의 딜릴리

★★★★☆

 《2019년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수상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가진 프랑스 애니메이션 작품이 드디어 한국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감상한 작품은 '파리의 딜릴리 Dilili à Paris'라는 작품입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2018년 10월 28일 이미 개봉이 이루어졌고, 한국에서는 지난 30일 개봉이 이루어진 아주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저는 지난 27일 월요일에 대한극장에서 있었던 시사회를 통해서 관람하고 왔어요.


 누벨 칼레도니 Nouvelle-Calédonie와 프랑스 혼혈인 딜릴리 Dilili와 삼륜 자전거 운전수인 오헬 Orel이 파리에서 일어나는 어린아이 유괴사건의 진상을 좇으며 함께 모험을 하는 이야기 입니다. 영화는 벨 에포크 Belle époque 시기의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합니다.


구체적으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미셸 오슬로 Michel Ocelot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이미 익숙한 감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슬로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키리쿠와 마녀 Kirkou et La Sorcière (1998)》를 필두로 한 키리쿠 시리즈와, 《밤의 이야기 Les Contes de La Nuit (2011)》가 있습니다. 두 작품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에서도 드러나는 오셀로 감독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컷아웃 기법을 활용하여 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동작마다 각 장면마다 인형을 만들어서 제작하는 방식이라면, 컷 아웃 기법은 캐릭터가 될 종이를 잘라서 조금씩 움직이며 한 프레임씩 촬영하여 장면을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marsfilms.com/film/dilili_a_paris/

  상영이 끝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문화 또한 힘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딜릴리, 오헬 그리고 마스터 맨 Mal Maître 무리 등을 제외하면, 영화에서 이름이 알려진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존했던 프랑스의 역사적 인물들입니다. 생각나는 몇몇을 예시를 들어보자면, 과학자 마리 퀴리 Marie Curie,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 Louis Pasteur, 발명가 뤼미에르 형제 Les frères Lumière,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Auguste Renoir, 클로드 모네Claud Monet와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그리고 프랑스의 문학가인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나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Sidonie-Gabrielle Colette 등 벨 에포크 시기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특히나 프루스트가 나올 때 속으로 정말 많이 웃었어요. 제가 프루스트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워낙에 캐릭터를 만드실 때 얼굴 특징을 정말 잘 잡으셔서 이름을 알려주기 전에도 '아, 얘는 누가 봐도 프루스트구나!' 할 정도였거든요.


 영화 내용에 대해서 계속해서 곱씹어 보니,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감독은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면과 가장 추악한 면을 함께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벨 에포크'라는 단어는 아름다운 belle 시대 époque라는 뜻으로,  19세기 말에서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시기 동안 프랑스가 안정되고 파리가 번영한 시기를 말합니다. 이를 증명하는 듯이, 사람들은 오페라 가르니에 L'Opéra Garnier에서 공연을 감상하고, 모네나 드가 등 많은 인상주의 예술가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서 작품 활동을 합니다. 기술 또한 발전하여 하늘에는 비행선이 날아다니고, 구스타프 에펠은 파리에서 가장 높은 철골 탑을 세우게 되며 사람들은 가로등 불빛 덕분에 밤에도 거리를 걱정 없이 걸어 다니게 됩니다.


 그렇지만, 영화 속의 파리는 무조건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시 사람들의 의식에 대해서 한 마디로 정리해보자면 "값싼 호기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영화 속에는 인간 동물원 Zoo humain이 하나의 유희 거리였던 당시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20세기라고 하면, '보는 것의 즐거움'과 만국 박람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더 이상 물질적으로 더 이상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롭고 신기한 자극을 찾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드러난 사람들의 값싼 호기심과 언론의 잔혹함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영화 중반에 다음과 같은 장면들이 나와요 : 기자들은 딜릴리의 활약을 담은 기사를 신문에 기고하는데, 기사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이국적이고 신비한 카나키인 소녀'와 같이 딜릴리를 묘사합니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참담한 사건일 수 있는 일을 가지고 "기절한 '엠마 칼베'를 보세요"와 같이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간을 끌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다른 이의 상황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내가 구경하는 저 사람도 하나의 인격체로 감정을 느끼고 상처를 받는다면 감히 하지 못할 행동들을 하죠.


 다시 인간 동물원 이야기로 돌아와서, 딜릴리의 고향인 누벨 칼레도니는 18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오랜 시간 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범죄자를 고립하기 위해 이용되었던 아픈 역사가 있으며, 현재까지도 프랑스령의 국가로 남아있지요. 이런 부분들이 드러나는 장면들에서 우리는 프랑스가 식민지를 세웠기 때문에 금전적 부유와 문화적 번영을 얻고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영화에는 여성운동을 하다가 유배를 당해 향하게 된 누벨 칼레도니에서 카나키 아이들을 교육시킨 루이즈 미셸과 여성들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킨 패션 모더니즘의 아이콘 폴 푸아레를 등장시키고, 성차별적인 관습 때문에 남편 이름으로 밖에 책을 출간할 수밖에 없었던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를 선물합니다. 성과 인종, 장애 여부 등 기존의 사회에서 갈등의 요소이자 차별과 구분의 잣대가 되던 요소들을 인물들의 배경을 통해서 꼬집고 있으며, 이런 점까지 더한다면, 영화를 감상하시면서 '평등과 소통'이라는 키워드까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 문화를 사랑하시고 벨 에포크 시절의 프랑스의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도 분명 좋아하실 거라고 장담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 속에는 당시 프랑스의 역사적 인물들과 프랑스의 문화의 상징이 되는 것들이 모두 담겨 있어요. 프랑스인들이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그들의 문화를 말 그대로 "자랑"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프랑스어를 전공으로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조금 더 일찍 나와서 제가 막 전공 공부를 시작했을 때 감상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고, 후배들이 꼭 봤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감상하시기 전에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서 간단하게 줄이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많이들 감상하셨으면 해요:D


이미지 출처 | http://www.marsfilms.com/film/dilili_a_paris/


 추천합니다 

- 미셸 오슬로 감독의 작품을 좋아해요.

- 프랑스 문화(미술, 음악, 문학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보고 싶어요.



 추천하지 않습니다 

-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작품은 불편해요.



2019년 5월 27일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서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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