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수영장에 갔다.
수영장이 오랜만인 이유에는 오만가지 핑계가 있었다.
우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밤비행기 탓에 완전히 깨져버린 바이오 사이클 회복을 위해 그 주는 쉬는 주로 정했다.
맘먹고 다시 수영장을 갔더니 오월 첫 주에는
공휴일들에 이어서 일주일 수영장 보수공사를 한단다.
김이 샜다.
겨우 몸에 적응시켜나가던 수영은 다시 나랑 멀어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냥 놓을까 수백 번 고민하다가
면세점에서 두벌이나 사다 놓은 수영복 본전이 생각나 다시 찾은 수영장. 이번엔 선착순 자유수영 입장이 내 앞에서 마감이란다. 후. 아주머니 한분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어떡해.. “ 하시길래 슬프게 웃는 표정을 보이며 치밀어 오르려는 짜증을 눌러본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수영을 한 지 한 달 반이나 지났다. 물론 여행 가서도 수영을 했고, 수영은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프리다이빙 풀장을 가긴 했다.
어쨌든 정말 시간 무섭게 흘러간다.
매일같이 아기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버리기 일쑤여서 밤공기를 마실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밤수영을 나섰다. 남편 말로는 마지막 타임엔 정원이 여유롭다고 했다. 설마 오늘도 못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밤공기를 맡으며 수영장으로 갔다.
오. 남편말이 맞았다.
아기를 재우는 동안엔 속으로 몇 번이나 그냥 가지 말고 잘까 고민했는데 샤워장에 들어가 따뜻한 물을 맞고 있자니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참으로 간사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내 레인의 차가운 물이 살에 닿자 아 다시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아홉 시 타임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또래의 직장인들.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낮시간대 비교적 여유로운 할머님들 수영보다는 다소 전투적이다.
아마도 하루간 쌓인 스트레스를 물에서 날려버리고 있는 거겠지 생각하며 슬그머니 나도 그 사이에 끼여본다.
분위기에 밀려 강제로 자유형 몇 바퀴를 하고는 이내 헥헥거리며 출발선에 서서 계속 쉬고 있자니 눈치가 보인다. 안 되겠다. 초급라인으로 도망가야겠다.
이제 마음이 조금 편하다.
적어도 나보다 빠른 속도로 내 꽁무니를 쫓아오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뱀의 머리가 된 기분으로 제일 마지막 주자가 되어 평영을 연습했다.
내일 할 프리다이빙을 떠올리며 몸에 힘을, 어깨에 힘을 빼는 연습을 살짝 해봤지만 여전히 힘 빼기는 쉽지 않다.
수영을 다녀온 뒤면 잠이 깨있을 거니 노트북을 켜서 쓰고 싶었던 글을 좀 써야지 마음먹었지만 웬걸. 너무 졸리다. 오늘은 꿀잠 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