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일기 7

늙는다는 건 남일이 아닌데

by Slowlifer

오늘 수영 역시 할머니들과 함께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12시가 땡 했는데도

할머니들은 수영할 생각이 없고

삼삼오오 모여서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그냥 재밌는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열심히 수영에 집중했다.


갑자기 한 할머니가

못 참겠다는 듯 물 밖으로 뛰쳐나가

수영장 관계자에게

항의를 하였다.


내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더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할머니가

내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


어제 이 수영장에 매일 오는

한 할머니가 수영장에서

대변 실수를 했다는 거였다.


물론 나도 처음 듣고서는

“네??!!” 하고 놀람 반, 당혹스러움 반이었지만

곧장 마음이 슬퍼졌다.


분명 실수였을텐데

같이 늙어가는 할머니들조차

목소리를 모아

“그럴 거면 집에 있어야지 “

라고 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뇌병변 판정을 받고

스스로 소변을 조절하지 못해

소변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아빠가 생각나서였을까.


또다시 필요이상의

감정이입으로 마음이 슬퍼졌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건데

그리고 병에 걸린다는 건

내 의지와 상관없는 경우가 허다한데


우리는 그런 일은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세상을 대할 때가 자주 있는 것 같다.


그저 수영이 좋아서

성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수영장에 나왔을 뿐 악의는 없었을 텐데.


한 할머니가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수영이라도 나와야지,

이것도 못하면 못살아~“


그 할머니도 수영이 삶의 유일한

낙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세상은 참 차가웠다.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몸이 약한 약자에게,

조금 더 호의를 쏟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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