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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존밀크 Jul 24. 2024

출국

설레고도 참 피곤한 단어

오늘도 출국을 한다. 이번 출국은 5개월 만이다.

내 출국의 특징은 1년에 한두 번 이뤄지고 한번 떠날 때마다 한 달 정도 훌쩍 떠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행선지가 영국 히드로 공항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굉장히 부러워하곤 한다. (특히 아기를 키우는 유부녀들)

하지만 난 오히려 역으로 그들이 부럽다. 적어도 그들은 집에 가족이 있고 좋든 싫든 함께 아웅다웅 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내 삶은 참 고요했다.

아기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집엔 나와 내 동생만 덩그란히 있을 때가 많았다. 취업을 하고 난 뒤엔 타지에서 자취를 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집의 이미지는 ‘적막함’이다.

결혼을 하면 이 적막함이 깨질 줄 알았지만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의 직장이 영국으로 결정되면서 이 고요함은 더 짙고 깊어졌다.



1년의 대부분을 이렇게 혼자 궁상맞게 살지만 남편 덕분에 여름에 한 달 정도 영국으로 떠날 수 있다.

처음 여권을 만들었을 때는 이렇게 자주 그리고 오래 외국에 있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심지어 이번엔 비자까지 받아 가는 여행이다.



‘출국’이란 단어는 날 설레게 만든다. 아무도 날 모르는 땅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기분은 매일매일이 신기하고 즐겁다. 물론 불편한 점 역시 가득하다. 일단 난 영어를 무진장 못한다. 그리고 영국까지의 비행시간은 무려 14시간 30분이다.



처음 남편을 만나러 갔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남편은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내 기억에 그곳까지는 약 8시간이 걸렸던 거 같다. 그때도 비행이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영국에 가는 거에 비하면 그곳에 가는 길은 완전 선녀다.



여러 번의 비행을 해보니 10시간까지는 그럭저럭 참을만하다. 하지만 12시간 정도 되면 내가 슬슬 미치는 걸 깨달을 수 있다. 나만 미치는 게 아니다. 내 주변 모든 승객이 미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망나니로 돌변하여 나라 잃은 사람처럼 꺼이꺼이 울어댄다.



이렇게 불편한 점이 많은데도 불구, 출국이 주는 설렘 때문에 이러한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또 어떤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이때의 기억으로 이 지루한 일상을 며칠이나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비행기 안에서 글을 쓰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다음 브런치 발행은 영국 땅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다음 글을 발행할 때까지 또 재미있는 사건을 이것저것 만들어내고 싶다. 그럼 그때까지 다들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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