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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쭹이 Aug 15. 2018

남들 다 하는 것 말고 나만의 경험을 팔아라

진짜 '내 것'과 남들이 다 하는 '흔한 것'의 차이

흔히들 요즘 취준생들을 보면 누가누가 더 스펙을 많이 쌓나 내기를 한 것처럼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펙이란 무엇인가? 

토익 900점 넘기기, 오픽 IH등급 받기, 학점 4.0이상 받기? 참 짧게 수치화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취준생 모두가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런 스펙들로 차별화를 주기 쉽지 않다. 정말 뛰어나게 고득점자가 아니라면 토익 50~100점 차이나 스피킹 한 등급 차이, 그리고 평균 학점 0.1~2점 차로 당락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을뿐더러 그 점수를 올리는데도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숫자스펙’ 올리기는 그다지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우리는 완벽할 수 없다. 저 모든 것을 만족하고 취업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난 수치화된 저 점수를 올리려고 많은 시간을 쓰는 대신에 정말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나의 가정에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나의 경험담을 풀어 써보겠다.


나는 취업준비생 때부터 어떻게 '나'라는 사람을 차별화 할 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나의 상황과 조건은 차별화되지 않으면 승산이 없어 보였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것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진솔한 에피소드들. 심지어 실패했던 경험까지도 최대한 다 끌어 모아 생각해 보았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주최한 공모전을 준비할 때였다. 사실 전공 중 해양플랜트나 선박에 관한 것이 없었기에, 공모전을 준비하는 거라고는 교수님을 찾아가서 질문하거나 인터넷을 뒤지는 수준 정도가 다였다.

별 진전이 없었다. 처음 취업을 준비할 당시에는 중공업에 관심이 많았고 내가 처음 도전해보는 공모전이기에 발 벗고 나서서라도 잘하고 싶었다. 


게다가 공모전 입상은 다른 스펙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양질의 스펙이었기 때문에 이력서에 한 줄을 멋있게 쓰고 싶었다. 일단 조선/해양 관련 전시회 및 박람회를 다 뒤졌다. 부산, 창원 등에서 개최되었고 갈 수 있는 곳은 다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가 ‘국제 조선해양 박람회’에서 조선해양 BIG3(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직원들만 참가할 수 있는 세미나를 열고 있다는 표지판을 보았다. 


궁금했다. 내가 가고 싶은 꿈의 기업 직원들이 모여서 세미나를 듣는 곳. 일단 그 세미나가 진행될 부스를 찾아갔다. 서성거리면서 입장하는 곳을 유심히 봤는데 따로 임직원 체크는 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명찰을 한 사람들이 한 무리가 입장을 하려고 할 때 순간 나도 모르게 거기 끼여서 몰래 입장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나 싶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못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린 나이의 패기와 간절함이었지 않을까. 그렇게 직원인척 몰래 세미나를 듣고 있었다. 


한 1시간 지났을 때 즘 공모전 주제와 비슷한 주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세미나가 끝난 후 발표자는 '질문 있으면 질문 받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지금 아니면 전문가에게 의견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눈치를 보며 손을 들었다. 공모전 주제에 관련된 궁금한 부분을 물었고 그 분은 나의 질문에 PPT를 다시 되짚어 가면서까지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셨다.


그런데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가.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묻는 게 아닌가. 어디 직원이라고 물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내 간은 여기서까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빨개진 얼굴로 “저..죄송한데 어디 직원은 아니구요. 대학생인데 지나가다가 너무 궁금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일제히 다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다들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발표자는 “와~ 열정이 대단하네요. 부끄러워할 것 없어요. 더 궁금한 거 있음 언제든 물어보시라고 선물로 제 명함 드리겠습니다. 실무자들도 궁금해 하지 않는 것을 대학생이 질문하네요. 기특하지 않습니까.”라며 직원들을 향해 얘기했다. 그 분은 서울대학교 교수님이셨다. 우린 공모전하면서 궁금한 부분을 그 분과 메일로 주고받으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고 공모전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입상은 못했지만 말이다.     


인생은 참 신기하다. 간절히 바라면 된다. 그냥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간절히 바라면 그것을 위해 뭐라도 하게 되고 그것이 쌓여 나비효과처럼 나에게 큰 선물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나는 몇 번씩이나 경험했다.     

지원서에 ‘조선/해양 공모전 참가’ 라고 적었고 중공업 면접날 면접관이 질문했다. “공모전 참가라고 되어있는데 입상은 못하셨나 봐요? 그럼 그 공모전을 위해 제일 크게 했던 노력은 어떤 게 있나요?” 라고 물으셨고, 나는 이렇게 몰래 그들의 세미나를 훔쳐 듣고 질문하다가 걸렸던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진짜 나의 스펙. 아무도 가질 수 없었던 나만의 스펙. 그 분은 얘기했다.

아 그 때 그 친구였구만.

그렇게 나의 첫번째 직장인 현대중공업 입사를 할 수 있었다.

입사동기 250명 중 여자는 대략 10명 남짓이었다. 여자들 중 유일한 지방대생.  

난 학점을 제외하고는 그렇다 할 뛰어난 스펙은 없다. 


대부분의 제조업은 여자를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제조업의 특성상 현장이 대부분 끼여 있고 그 곳의 현장 분들을 케어 해야 하며 몸 쓰는 일은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일이기에 여자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랬던 내가 당당히 합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과는 달랐던, 나만이 할 수 있었던 '세미나 도강사건'이 크게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학교 탓, 지방대 탓, 여자인 탓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정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이 어느 전공이든 상관없다.

sky와 같은 메이저 대학이 아니라면 주어진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상황을 반전 할 만한 무언가, 학벌과 환경을 능가하는 당신만이 가질 수 있는 스토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일단 몸으로 부딪혀라.     


경험을 이길 스펙은 없다.


그것이 결과가 실패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도 모두 당신의 '진짜스펙'이 되어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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