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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쭹이 Aug 07. 2018

한 번만이라도 역지사지(易地思之)

제발 뽑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준비해라.

모의 면접관으로 면접을 진행할 때면 주제와 전혀 관련 없는 질문을 불쑥할 때가 있다. 

그러면 지원자들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릿속 필터를 거르지 않고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한다. 그러면 꼭 피드백할 때 물어보곤 한다.     


“얘들아, 내가 이걸 왜 물었을 것 같아?”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왜 이런 질문을 했겠나. 면접관이 대체 왜. 

지원자의 평소 사적인 부분이 정말 궁금해서일까? 절대 아니다. 묻는 데는 이유가 항상 있다. 

이 부분은 지방대 취준생뿐만 아니라 모든 취준생들이 쉽게 놓치고 가는 부분이다.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 예상 질문’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뽑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이 사람은 대체 나한테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자소서에 왜 이런 항목을 넣었을까.

단연코 당락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자신할 수 있다.     


자소서 첨삭 의뢰가 많이 들어왔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자소서를 본다. 한결같은 점은 많은 자소서들이 너무 순수하게 1차원적으로 질문을 받아들이고 썼다는 점이다.

‘얘네는 나의 어떤 점을 보려고 이런 항목을 넣었지?’란 고민을 별로 하지 않고 썼다는 것이다. 그냥 시중에 같은 직군들의 합격 자소서들 3~4개를 짜집기해서 비슷하게 쓴 느낌의 자소서가 많았다. 물론 많이 써보지 않아서 서툰 것도 있지만 글을 쓰는 솜씨를 떠나서 ‘핵심’을 찔러줘야 하는 것이다.      


듣고 싶어 하는 정답은 90% 이상 정해져 있다.

이들도 사람을 뽑는 일이 본인의 한 ‘업무’이기 때문에 반드시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인사팀도 기준 없이 사람을 뽑지는 않는다. 자기소개 항목을 구성하거나 면접 질문을 할 때 어떤 부분을 평가하기 위한 지의 기준을 이미 다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취준생들은 이 질문이 무엇을 평가하기 위한 것인지조차 모르고 답변을 하거나 자기소개를 쓸 때가 많다. 그에 맞는, 100프로 부합하는 답을 주지는 못해도 이 질문이 나의 어떤 부분을 평가하기 위함이란 기준은 알고 답해야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수의 취준생들은 그 기준조차 모르고 답변을 한다.

마치 시험 범위도, 중요하다고 별표 쳐준 부분도 모르고 시험을 치러 가는 사람처럼 말이다.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자.

Q: 지원자가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적은 언제예요?

지원동기, 직무 관련 질문을 하다가 갑자기 불쑥 묻는다. 인생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이 언제냐고. ‘뭐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질문은 요즘엔 다 면접 예상 질문에 하나쯤은 들어 있을법한 질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하얘지는 모양인가 보다.

의외로 대답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케이스는 정말 솔직하게 얘기하는 사람.

본인이 정말로 제일 힘들었었던 군대 시절 이야기를 하는 지원자들이 꽤 많다. 제가 군대 시절 이랬고 저랬고 힘들었지만 잘 극복을 해냈다는 이야기다. 군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러나 ‘군대 이야기’는 그렇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 시절이 힘들지 않았다고 인정을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 2년의 시간이 힘들고 고되었을 것이다. 물론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오랜 군 생활을 한 대위였던 친오빠가 있어 조금은 알 것만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어필해야 할 것은 누구나 다 겪은 경험이 아니라 ‘나’만의 경험이다. 군대는 대한민국 평범한 남자라면 대부분 다녀와야 할 하나의 의무이기에 남들과 차별성을 두기에는 좋지 않은 소재라는 것이다.      


두 번째 케이스는 인생의 힘들었던 적이 많이 없던 사람.

인생을 살면서 꼭 힘든 경험이 있을 필요는 없다. 평탄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많다. 취업 준비생이라면 20대 초반에서 중반 남짓이기에 그 20여 년 인생에 크게 시련이 없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일단 당황하게 되어있다. ‘내가 힘들었던 적이 언제였더라.’ 그때 가서 20년 조금 넘는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러지는 말자. 팩트부터 얘기하자면 회사는 인생의 굴곡이 없는 사람보다 인생의 굴곡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회사’에 입사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굴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이 사회생활의 역경과 고난을 더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큰 사건이 아니라도 좋다. 남들에게 꺼내놓지 못한 힘들었던 가정사도 좋고 뭐든 좋다. 그 경험으로 인해 본인이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때 느꼈던 혹은 다짐했던 부분들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뽑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준비하자. 내 입장이 아닌.

정말 소중하고 귀한 나의 경험도 어떻게 말하냐에 따라
 면접관이 꿀떡처럼 알아들을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가 되는 반면
또 그저 그런 별 볼일 없는 경험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합격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맛에 그들이 원하는 반찬을 밥 위에 올려줘야 되는 것이다. 그들이 ‘이 반찬이 먹고 싶다.’고 라고 말하기 전에.

내 경험에서 소스를 뽑되 듣는 사람 입장에서 ‘나’에 대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너네가 원하는 게 이거지?’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신중을 기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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