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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쭹이 Aug 21. 2018

환경 탓은 이제 그만

이 빡센 한국 사회에서 살아나갈 거라면

“아, 우리 학교는 아예 서류에서 탈락시킨데, 합격된 사람이 없다는데?”

“요즘 취업난이 워낙 심하니까 어쩔 수 없지. 그게 내 탓도 아니고 헬조선이라 그런 건데 뭐.”      


맞다. 다 맞는 말이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불만만 표출하고 살기엔 너무 아까운 인생 아닌가.

이런 와중에서도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이 빡센 한국에 계속 살아갈 예정이라면.     


취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비단 지방대생만 가지고 있는 고민이 아니라고 처음 느꼈던 것은 현대건설 최종 합격 OT에 참석했을 때다. 300명 가까이 되는 합격자 중에 여자는 10명 안이었기에 처음 만난 여자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들은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내로라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그들은 여러 곳의 대기업을 합격해 골라서 입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 언니가 “요즘 동기들이 취업 때문에 많이 힘들어해요. 서류 합격하는 곳도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고, 면접에 가서도 많이들 탈락해서 사실 여기 합격했다고 말하기도 동기들에게  조금 미안하더라고요.”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진심으로 좀 놀랐다.

난 이런 좋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취업고민은 그다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자체가 스펙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선입견은 선입견일 뿐이었다. 그들도 똑같이 취업 고민을 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환경을 탓할 필요는 없다.

비교적 환경이 좋은 그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에 희망을 가져도 된다.     

이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일관성 있게 계속 말하고 있는 것이 출신학교, 토익, 학점 이런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제외한다면 그다지 환경을 탓할 요소가 많지는 않다. 심지어 저스펙으로 대기업에 취업한 생각보다 꽤 많은 선배들의 선례들이 있기에 본인이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것을 환경적인 탓으로만 핑계를 대기엔 완전히 수긍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모의면접을 가보면 가끔가다 꼭 한 두 명은 의욕도 없어 보이고 이 친구가 취업은 하고 싶은 건지 왜 이곳에 와서 나에게 모의면접을 받고 있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되는 그런 상황들을 마주하고는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조심스럽게 묻고는 한다.

“OO아, 원래 목소리가 이렇게 작은 거야~?” “혹시 뭐 당연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조금은 소심해져서 그렇게 되는 거지? 여기 입사는 하고 싶은 거지~?”라고 평소의 나보다 조금 더 나긋나긋함을 덧붙여 말하곤 한다.

혹시나 상처받을까 봐.     


그러면 대부분 작은 목소리로 하는 말이,

“자신감이 없어요. 뉴스나 이런데서 점점 더 취업은 힘들다고는 하고 저도 취업은 하고는 싶은데 이런 대기업은 엄두도 안 나요. 사실 여긴 면접까지 갈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준비도 제대로 못했어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난 또 “왜~? 왜 안 될 것만 같아?”라고 묻는다.


“지금 취업도 어려운데 저 같은 아무것도 없는 뽑을까라는 생각이 사실 제일 크고요. 저희 학교에서 한 명 아니면 한 명도 못가는 곳인데 특별할 것 없는 저는 당연히 떨어질 것 같아요. 제가 처한 환경에서 과연 될까 라는 생각만 들어요”라며 기어들어가는 개미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간다.     


그럼 난 코칭을 마치고 “OO아, 나랑 얘기 좀 할까?” 라며 데리고 와서 언니처럼 누나처럼 친근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그런 친구들(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조금은 소극적인)의 마음이 나에게 열렸을 때 냉혹한 현실을 말해주며 이 정도론 정말 부족하다. 넌 이런 부분은 괜찮은데 이런 부분에는 너무 약하다며 코칭을 해주고는 한다.


신기하게도 그런 친구들은 더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고치려고 노력을 한다.  모습이 한편 안쓰럽기도 예쁘기도 하다. 그런 친구들이 마음을 다잡고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감회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정말 고맙다며 매년 생일을 챙겨주는 것은 물론 평소 때도 안부를 묻거나 기프티콘을 보내며 끈끈하게 나를 대해주곤 한다.


그만큼 아직 취업의 유무를 환경 탓으로 돌리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절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막연히 두렵고 앞이 안보이니까 그렇게 합리화되는 것이다. 안 되어도 내 잘못이 아닌 ‘환경’이란 방패막이를 미리 세워 놓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안 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다.

떨어지는 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죽하면 서류 50군데를 쓰고 서류 3군데를 붙는다는 말이 있겠는가. 떨어지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그 기업이 내 인연이 아닌 것이다. 나머지 많은 기업들 중 나와의 인연이 있는 기업이 있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면 된다.      


어차피 여러분이 입사를 할 수 있는 회사는 한 군데라는 것. 몸이 하나기에 입사할 곳도 하나이다. 여러 군데 합격을 한다고 해서 다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기쁨을 잠깐 만끽할 뿐 어차피 나도 그도 입사할 곳은 한 군데니.       


그러니 우리 지금부터 환경 탓은 이제 그만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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