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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담 Apr 01. 2019

4 플라잉요가에 도전하다

생각이 아닌 몸에 집중하기

나는 요가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왠지 요가는 유연해야만 잘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내 몸은 다리를 쭉 뻗고 상체를 숙여도 손이 발에 닿지 않을 정도로 뻣뻣했다. 요가를 하는 내 모습은 상상도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요가에 대한 로망이 있어 ‘언젠가는 배워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요가에 대한 내 짝사랑이 드디어 이루어지려는지, 우붓에는 요가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전문 요가원도 여러 군데 있고 리조트에 딸린 요가원도 있다. 스쿠터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요가원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우붓에서 장기 투숙하는 사람들 중에는 요가 수련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나는 이곳에서 요가를 꼭 배워보기로 다짐했다. 빽빽한 나무들에 둘러싸여 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밥을 먹다가 입구만 보았던 요가원이 생각났다. 요가에 적합한 트레이닝 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그곳을 찾아 집을 나섰다.


요가원의 전경. 2층의 통유리로 된 곳이 교실이다.


그 요가원의 이름은 Ubud Yoga Centre(우붓 요가 센터)였다. 중심가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큰 규모로 지어져 있다. 산을 일부만 깎아서 만들었는지 센터 주변은 숲이었다. 1층에는 접수처와 카페가 있고, 2층부터 요가 교실이 있다. 교실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정말 숲 속에서 요가를 하는 느낌을 준다.


나는 TV로만 봤던 플라잉 요가를 신청했다. 심지어 당일 수업이었다. 막상 하려니 걱정도 되었지만, 접수처 직원이 나 같은 초보도 따라갈 수 있다고 말해주어서 용기를 냈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12명 정도 있었는데 전부 여자였고 나를 빼고는 선생님까지 모두 백인이었다. 선생님을 따라 스트레칭을 하고 본격적으로 요가를 시작했다.


천장에 매달린 천을 몸에 감고 지탱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힘이 필요했다. 선생님은 ‘옳은 자세’보다는 자신에게 ‘편한 자세’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세를 유지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내부의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직접 찍지는 못했지만, 수업 분위기가 위 사진과 비슷했다.


한마디 한마디를 새기며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새 몸 전체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점점 잡념이 사라지고 내 몸에 온 신경을 기울이게 되었다. 처음엔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던 다른 수강생들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마지막에 누워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을 때 선생님이 풀냄새가 나는 스프레이를 공중에 뿌렸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얼굴에 허브 향이 나는 오일을 발라주었다.


시원하면서도 향긋한 그 냄새를 맡으며 조용히 숨만 쉬고 있자니 몽롱해지는 느낌이었다.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인데 그 몇 분 동안은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내 숨소리와 손끝, 발끝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작은 카페. 하늘색과 갈색의 조화가 예뻤다.


샤워를 하고 요가원을 나서자 몸이 가벼웠다. 어느새 이른 저녁을 먹어도 될 만큼 늦은 오후였지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느낌이었다. 잡념이 사라진 이 상태를 조금 더 유지하고 싶었다. 마음이 가는 대로 근처 카페에 가서 아이스커피를 먹으며 나만의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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