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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Nov 09. 2024

모임에 나가는 이유

내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알기 때문

<남의 집> 서비스부터 시작해 최근 스레드로 만나게 된 분도 있고, 나갔던 모임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거나 배울만한 점이 있으면 나가려고 하는데 그 계기는 학생 때부터 시작됐을 거다.


1. 서울중하위권 대학에 들어갔다. 공무원 시험을 많이 준비하는 과였는데, 다들 9급을 말했고 가끔 7급 이야기가 나왔다. 하루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는데 미래에 5급 시험을 준비할 거라 그랬다. 서울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친구였다.


2. 이때 너무 충격이었다. 우리 학교에선 7급도 없는데, 얘는 뭔데 벌써부터 5급이 어쩌고 이러고 있지? 고등학교에서는 시험점수가 그렇게 차이나지도 않았는데 뭐지? 들어보니 이해가 됐다. 선배들이 다 5급부터 시작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주변에 5급을 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다. 생각해 보면 20살의 나와, 당시 그 친구의 능력 차이가 얼마나 달랐겠는가. 나도 (준비)하려면 할 수야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지 못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3. 근속연수로는 거의 20년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저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으니 남들 하는 것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부끄러워졌다. 내 세계가 진짜 좁아도 너무 좁았다.


4. 군대에서도 꽤 충격이었던 일화가 있는데, 고등학교 때는 나를 포함해 인서울을 10~20명 정도 했던 거 같다. 공부도 늘 손에 꼽힐 정도로는 잘했었다. 인서울 최상위권은 아니어도 중위권 정도는 되니 으쓱하고 다녔는데, 동기가 내 대학을 듣더니 그거 어디 지방에 있는 기고. 했다. 백으로 좋은 부대 가는 후임, 사업가 부모님을 둔 동기들. 세상은 넓었다.


4-2. 과중에서는 제일 활발하게 돌아다닌다고 생각했던 나도, 스타트업에 다니면서부터는 상위권 대학 간의 네트워크나 그들의 활동 수준을 듣고서는 위축됐다. 아무튼 이건 먼 얘기다.


5. 전역 후엔 교내활동이나 대외활동을 많이 했다. 그때는 나름 내 세계가 넓어지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지금 내 수준에서 참가하는 모임들도, 미래에 생각해 보면 귀여운 수준일 거다. 그래도 가능하면 조금씩 넓히려고 노력 중이다.


6. 이렇게 해보니 좋은 점은 그래도 조금은 내 세계가 넓어진다는 거고, 안 좋은 점은 자꾸 딴 길로 눈이 샌다는 거다. 예전에 친구에게, 패션디자인과 안 나와도 패션 하는 사람은 많다고 한 적 있는데 당연히 가능은 하다. 성공확률이 낮을 뿐이다. 칸예, 버질 이런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 디렉터나, 디렉터 밑에 수많은 사람들은 보통은 전공자일 거다. 마찬가지다.


나도 하려면야 전공이 아닌(써먹을 곳도 없지만), 경력이 아닌 무언가를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그걸로 돈을 벌거나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건 다른 이야기다.


6-2. 그래서 가끔은 모임에 나가는 게 좋은 걸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세계가 너무나 많고, 그 세계들을 알 때마다 새롭고 놀랍다. 그렇지만 마치 지식의 범위처럼, 내가 알고 접하는 게 많아질수록, 내가 모르는 분야도 넓어진다. 많은 걸 '아는 것'만이 정답일까. 사회의 이룬 건 없지만 아는 척만 하는 어른들이 꼴 보기 싫었는데 나 또한 그렇게 되어가는 걸까?


유튜브에서 '저속노화'라는 키워드로 채널을 하는 의사분이 있는데, 그분이 최근에 한 말이 떠오른다.

재미없어 보이는 자신의 삶도 잡곡건강도파민이라는 거였다.(자세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난다)


굶다가 먹는 편의점 햄버거는 맛있을 거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오마카세만 먹으면 질릴 거다. 실제 한 미식 유튜버도 좋은 곳을 많이 다니지만 가끔은 일부러라도 컵라면을 먹는다고 했다.


오마카세를 안 먹어본다면, 근처 초밥집에 런치세트로도 충분히 만족할 거다. 나도 이마트 세일 초밥을 제일 좋아했을 때가 엊그제 같다.


지식의 저주일까. 아는 게 많은 만큼 실행하기는 두렵고, 남의 의견을 듣는 만큼 내 주관은 약해진다.


7. 어렸을 때 어떤 정치인인가, 운동선수가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이 성공하는 걸 봐야 어린이들이 보고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공공기관을 나와 도전했을 때도, 경영학과 아니지만 사회에서 성공한 사례가 하나쯤은 있어야지. 생각했다.


진행형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실패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알고 깨달은 건 많아졌지만 그만큼 인생에서 남들보다는 뒤쳐지고 있다.


가끔은 선인들이 했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는 걸, 깨닫고 있기도 하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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