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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 orozi Apr 15. 2022

'싸바'가 맞긴 한데 '싸바'하지 않은 것에 관하여

2022. 03. 02


홍대역에서 2200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싸바 간판이 시선을 강탈했었습니다. 싸바, 좋은 뜻이고 발음도 정확한데다가 ç까지 살렸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가게명과 파는 음식이 어색해서일까요, '파리'를 '빠히'로 읽은 느낌일까요.



저는 #번역 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작년부터 외서를 주로 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대학생 때 출판 관련해서 뭐라도 하겠다고 시도한 게 프랑스 문학 번역이었거든요. 물론 제 불어력은 아주 미천해서 몇몇 번역 노예 친구들에게 채찍질만 하긴 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보통 번역을 '창조'라고 합니다. 번역비는 십수 년째 비슷하다고 하지만, 출발어와 도착어 서로 다른 두 언어를 잇는 일은 여전히 멋진 작업입니다. 그런데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어쩌면 (번역가든 편집자든 누군가의) 해석이 가미된 번역이 원래 언어를 파괴하는 폭력적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쇠이ㅇ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과 폭력》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라고는 하는데 아직 번역 원고가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우크라이나의 '키이우'도 한 예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지명은 우크라이나어로는 '키이우'지만, 러시아어로 읽은 '키예프'가 더 익숙합니다. 언어의 번역에도 힘의 논리가 성립될 수 있죠. 우크라이나의 지명이라면 우크라이나의 방식대로 표기하는 것이 옳습니다. 별걸 다 하네, 싶은 게 편집자의 일이니 이런 것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번역 썰은 이어집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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