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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 orozi Apr 16. 2022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2022. 03. 10

이번에 아기자기한 철학책을 하면서 여러 철학자를 만났습니다. 저자가 프랑스인이라 그런지 프랑스 철학자의 비중이 꽤 높았는데요, 목차에 장폴 사르트르가 있는 걸 보자마자 '이건 근본이다' 싶었습니다. 원래 저처럼 프랑스어 공부하기는 싫은데 요란한 척하고 싶은 빈 수레는 카뮈를 염불 외우듯 하다가, 홍대병이 심해지면 사르트르에 꽂힙니다. 내가 내린 선택으로 인생을 개척한다! 20대 초반이 좌우명으로 선택하기에 딱 좋은 말입니다. 게다가 카뮈는 솔직히 잘생겼고, 노벨문학상도 탔고, 일찍 죽는 바람에/덕택에 퍼블릭이어서 번역도 많이 되면서 인기가 많단 말이죠. 이에 비해 사르트르는…


생각해보면 《이방인》 첫 문장은 (비교적) 많이들 알지만, 사르트르의 문장이라면 "타인은 지옥이다" 혹은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정도일 겁니다. 전자는 어디 웹툰이 나와서 유명해졌지만 어느 작품에서 나온 말인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후자는 사르트르가 했는 지도 의문이죠.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어부심이 있는 당대 최고 지식인 사르트르가 굳이 Naissance, Mort, Choix 대신 영어인 Birth, Death, Choice를 썼을 것 같진 않습니다. 사르트르에게는 자기 이름이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불리니 호재일까요, 하지도 않은 말이 기사에도 나오니 악재일까요.


별생각 없이 글을 쓰다 보니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B고 D고 C고 나발이고 처음부터 저녁 메뉴 못 골라서 시작한 글인데요 뭐, 이렇게 아무 말이나 하는 것도 제 선택이 아닐까요? 딱히 해롭진 않아 보이니 괜찮지 않을까요? 결론은 뭐냐, 《닫힌 방》 재밌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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