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역에서 2200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싸바 간판이 시선을 강탈했었습니다. 싸바, 좋은 뜻이고 발음도 정확한데다가 ç까지 살렸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가게명과 파는 음식이 어색해서일까요, '파리'를 '빠히'로 읽은 느낌일까요.
저는 #번역 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작년부터 외서를 주로 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대학생 때 출판 관련해서 뭐라도 하겠다고 시도한 게 프랑스 문학 번역이었거든요. 물론 제 불어력은 아주 미천해서 몇몇 번역 노예 친구들에게 채찍질만 하긴 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보통 번역을 '창조'라고 합니다. 번역비는 십수 년째 비슷하다고 하지만, 출발어와 도착어 서로 다른 두 언어를 잇는 일은 여전히 멋진 작업입니다. 그런데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어쩌면 (번역가든 편집자든 누군가의) 해석이 가미된 번역이 원래 언어를 파괴하는 폭력적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쇠이ㅇ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과 폭력》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라고는 하는데 아직 번역 원고가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우크라이나의 '키이우'도 한 예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지명은 우크라이나어로는 '키이우'지만, 러시아어로 읽은 '키예프'가 더 익숙합니다. 언어의 번역에도 힘의 논리가 성립될 수 있죠. 우크라이나의 지명이라면 우크라이나의 방식대로 표기하는 것이 옳습니다. 별걸 다 하네, 싶은 게 편집자의 일이니 이런 것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번역 썰은 이어집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