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곰의 절제

by 랩기표 labkypy


오대산 곰의 절제




겨울이 되면 눈이 집을 삼킬 듯이 내리는 강원 산골에 어느 마을이 있었다. 엄동설한이 지나고 계곡물이 다시 흐르면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움츠린 배를 불리기 위해서 오대산으로 들어가 먹을 것을 구했다. 그때마다 산을 지키는 신이라고 불리던 반달곰이 나타나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했다. 먹을 것을 찾아 나선 주민과 여행 중에 산을 넘는 나그네들이 가끔 신이라고 불리는 곰에게 해를 입자 나라에서는 포수를 동원해 곰을 잡기로 했다. 곰은 쉽게 잡히지 않았지만 한번, 두 번 실패할 때마다 수가 늘어난 포수 무리는 결국 곰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우리에 갇힌 곰은 울부짖으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무 기둥을 할퀴었다. 지나가며 보는 사람들은 나오지도 못하는 맹수의 행동에도 간담이 서늘해졌다. 나라에서는 그 짐승을 죽이지 않고 동물원에 가두기로 했다. 그곳에서는 인도에서 온 코끼리부터 진기한 동물이 많았고, 신분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개방되어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곰은 더 이상 울부짖지도 발톱을 무섭게 드러내지도 않았다. 다만, 위에서 보면 절벽처럼 푹 꺼진 공간 어느 구석에 앉아서 생기를 잃고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 신령님이 저기서 저렇게 있으니깐, 가슴이 아프네”

강원 산골 어느 마을 수령으로 있다가 한양으로 복귀한 양반은 그 모습을 보며 통탄했지만, 곧 조용히 신기하게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곰은 자신을 눈여겨보는 이가 오랜만이라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무념에 빠졌다.

그러던 중 누군가 그에게 먹을 것을 던지자 그제야 곰은 어슬렁 걸었다. 먹을 것에 닿은 곰은 한 입에 그것을 다 먹고 나더니 던진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다시 고기 한 덩어리가 던져졌다. 곰은 고기가 던져진 곳으로 다시 어슬렁 걸어갔다.


던지고

어슬렁


그렇게 곰은 먹기를 몇 번 반복했다.

이후에 곰이 갑자기 앞다리를 들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고기를 든 사람은 그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한 덩어리를 던져주었고, 이번에는 곰이 선 채로 받아먹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 양반은 그 백정에게 물었다.

‘어찌 이렇게 할 수 있느냐.”


“처음에 아주 거친 녀석이었습니다, 나리. 근데 제가 또 이 방면에 아주 도통한 사람이라 쉽게 길들였습니다.”

양반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 빛으로 자세히 물었다.

“그냥 굶겼습니다. 며칠을 굶겼더니 잘 움직이지 못하더군요. 그때 고기를 한 점 던져주었습니다. 처음에 주춤하더니 먹지는 않더군요. 다음날 가보니 고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며칠을 굶기고 한 덩이. 그리고 다음에는 두 덩이. 이후에 제가 이렇게 앞발을 들어보라는 식으로 흉내 냈더니 따라 하더군요. 그런 날에는 집히는 대로 다 줬습니다.”

하며 웃는 그를 보며 양반은 알겠다고 말하며 다시 곰을 쳐다보았다. 곰은 자기가 살아갈 방도를 찾은 듯했다. 그리고 언제가 이 높은 절벽을 넘으면 모조리 다 죽일 것이다 이를 갈고 있지는 않을까 추측해보았다. 그리고 곰은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며 스스로 ‘절제’하는 중이라고 여길 것 같았다. 남의 눈치에 맞춰 움직이고 배를 불리는 것. 당장의 현실을 위해 그는 그의 용맹과 야성을 잠시 접어두고 짐승에게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절제’를 행사 중이었다.

양반은 성으로 돌아가 금으로 둘러싸인 자리에 앉으며 신이라고 불리던 곰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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