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by 랩기표 labkypy

잠이 늘었다.

잠을 이기지 못한다는 의미보다는, 그냥 할 일 없이 많이 잔다. 그런데 정신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이 몸에도 좋은지 체중도 줄어든 것 같다. 과식을 피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고,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서 산책을 자주 나가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생산적인 삶을 추구했다.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고, 한정된 시간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는 그저 몸과 정신을 바삐 움직이며, 안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불안은 고요 속에 스며들고, 안정은 혼란 속에서 찾아진다.

자칫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언제나 모순적이다. 평화가 전쟁을 부르고, 전쟁이 다시 평화를 찾는다. 우리가 혼돈 속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안정을 향한 여정이며, 그 자체로 우리는 이미 안정 안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고요함 속에 우리가 머물게 되면, 그것이 오래 지속될 경우 인간의 성정상 필연적으로 허무를 동반한 무료함이 찾아온다. 그 속에서 우리는 다시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 분명 삶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문에서, 불안은 다시 시작된다.


이 모든 것을 이분법적인 사고로 바라보면 삶은 엉망이 된다.

두 세계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결국 어떤 ‘균형’을 찾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 경계선 위에 서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는 곧 두 세계를 결합하여 새로움을 창조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자아로 이어진다.


잠을 많이 자다 보니 무료함이 밀려왔다.

회사 일에 집중하고, 투자를 위한 독서와 실행, 그리고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 외에 ‘나’를 위한 시간은 없다. 세계를 탐구하고, 나를 연구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공허함이 밀려온다. 기도를 하면서도 책을 읽지 않으니, 지성을 기반으로 영성으로 나아가는 여정 또한 점점 헛헛해진다.


세상은 혼란스럽다.

기술 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인간은 육체와 정신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공장이 있던 부지에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고,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탈원전을 외치던 나라들이 다시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10년도 더 된 것 같다. 예전에 빌 게이츠가 소형 원자로 개발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다큐멘터리와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불을 밝히지 못해 밤을 지새우는 이들보다, 기술 개발을 위한 곳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과연 이런 방향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자율주행 시대는 곧 도래할 것이고, 화성에 집을 짓고 사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공상과학은 이제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발맞춰 가야 할까?


역사적으로 인간은 기술 발전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고, 부를 축적해왔다. 그러나 돈은 허상이다. 인간이 어떤 것에 가치가 있다고 믿을 때, 그 믿음에 따라 자본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게 될까?


이 질문은 결국 인간의 욕망, 본성으로 귀결된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비이성적이다. 이러한 본성에 기반한다면, 빈부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전체주의적 사고는 다시금 세계 곳곳에서 고개를 들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자정할 수 있을까?


여하튼, 아주 오랜만에 글 쓸 동기를 잃어버린 시점에서, 이렇게 짧은 일기를 남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