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선을 바라보며

by 랩기표 labkypy

이번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하지만,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그 이유는 상대 진영이 내란세력의 후신이었고 또 다른 후보는 그 내란세력을 정치계로 발딛게 한 지역감정 이후 최고의 정치 선전의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갈라치기'의 전술을 사용한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 과거에 대한 단호한 심판이 이뤄지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국민이 지나친 권력 집중에 대해 보낸 일종의 경고였다고도 읽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지 않는 체제다. 그러나 이전 정권은 권력을 국민에게서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이 다름을 제거의 대상으로 여겼다. 법조인 출신의 권력자가 헌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초법적 권한을 행사했을 때, 민주주의는 침묵하지 않는다. 이번 정권은 '당신이 틀렸다'는 외침보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인정에서 출발하기를, 관용과 숙의의 미덕이 국정을 이끌기를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1공약은 인공지능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이 기술의 발전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란 과연 무엇인가? 개인과 국가가 함께 성찰해봐야 할 물음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산업구조를 주도하는 공급망의 중심이 되거나 기술 리더가 되어야 한다. 내 생각엔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적 대안으로 그 핵심은 ‘반도체-전력-제조’로 이어지는 기술 생태계일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산업 창출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제조업과 인공지능의 결합이다.


미국이 관세 전쟁과 기술 봉쇄 등 국제 질서를 흔드는 이유도 제조업 쇠퇴에 있다. 금융과 첨단 산업에 집중한 대가는 자국 내 양극화였다. 결국 ‘리쇼어링’이라는 이름으로 제조업을 되살리려 하며, 세계 공급망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안정적인 제조 역량을 유지해 온 대한민국의 위치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약 27.6%로 OECD 38개국 중 1위, 제조업 분야 R&D 투자 비중은 전체 R&D의 약 70%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약 80% 수준으로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이 약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사람에 있다. 제조업 인력의 인공지능 활용 역량을 키워야 한다. 기계와 알고리즘이 결합된 생산 구조 속에서 인간의 역할은 ‘숙련된 조정자’로 진화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인공지능 투자가 그런 방향으로 이어져, 제조업 기업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아 생산성 향상과 신사업 창출에 성공하길 바란다.


새로운 세상이 열릴까?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정치는 좌와 우,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보수가 권력 쟁취에만 몰두해 극우에 가까워지면서 나머지 한쪽 날개를 잃은 듯하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야 할 민주주의 공간에서, 보수는 이제 하나의 ‘진리’를 강요하고 나머지를 혐오하는 교조주의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시대적 과제만으로도 벅찬 시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떨치고, 사법 권력이 정치를 장악하는 악순환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인생처럼, 가난하지만 꿈이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상징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흙수저도 미래를 열 수 있다는 확신, 그것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품격이다.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기득권의 저항, 선동, 정치적 결사체들의 힘겨루기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혼돈을 뚫는 길은 단 하나다.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다. 단기 이익과 자극적인 콘텐츠와 보신주의와 선정적인 인기 몰이에만 매달리지 않고, 숙고와 사색을 기반으로 철인정신, 큰 비전을 품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 그리고 실험과 증명으로 원칙을 수정해 나가는 과학/실용주의가 우세하기를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500원의 진보와 택시기사의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