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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고 마시는 기획자 May 31. 2024

세상이 순대 공화국이 되는 그 날까지.

순대의 다양성을 지키는 가게 3선

찹쌀 순대, 오징어 순대, 막창 순대 등 다양한 순대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찹쌀이면 찹쌀, 오징어면 오징어, 한 가지 명확한 재료만 더해지면 금새 새롭고 완벽한 순대로 탄생한다.

물론 순대 전골, 순대 국밥 등 순대를 이용한 요리들도 있지만 순대만 접시에 올라가 있어도 완전한 메뉴가 될 수 있으며, 메인 재료를 바꿔서 다양한 변주도 줄 수 있다.

이런 점으로 인해 나는 순대가 아이코닉한 F&B 브랜드 메뉴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말인가하면, 도넛, 츄러스를 한 번 떠올려 보자. 그럼 이번에는 제육볶음이나 갈비를 떠올려 볼까?


도넛이라면 딸기크림, 우유 크림, 커스터드 크림, 레몬 크림, 인절미, 피스타치오 도넛 등 다양한 맛이 있다.

출처 : 노티드 공식 홈페이지

츄러스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초코에 찍어먹는 스페인의 전통 츄러스가 진정한 츄러스라는 의견은 잠시 접어둔다면 아이스크림 츄러스, 초코 츄러스, 피스타치오 츄러스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출처 : 미뉴트 빠삐용 공식 홈페이지

크림이나 필링 등 핵심 재료에만 살짝 변주를 준다면 계속해서 도넛과 츄러스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의 도넛과 츄러스가 된다.

이렇게 완성된 다양한 셀렉션의 디저트들은 보기에도 에쁘고, 맛은 다양해도 도넛이나 츄러스라는 본래의 아이콘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제육볶음이나 갈비라는 메뉴를 이런 식으로 변주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변주는 줄 수 있지만 한계가 있으며, 자칫하다가 제육볶음이나 갈비라는 본연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성공적인 브랜딩으로 오픈런까지 만들어내는 F&B 브랜드들이 대부분 디저트인것에도 이 이유가 한 몫 하는 듯하다.   


하지만 순대는 순대라는 재료 하나만으로도 독립적인 하나의 음식이 되며, 이미 오징어 순대, 고기 순대, 찹쌀 순대, 막창 순대 등 다양한 변주의 요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물론 재료만 바꾸면 순대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더 다양한 변주의 순대도 탄생할 수 있다.

이러한 순대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아저씨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물론, 현재의 친근한 이미지의 순대도 난 이미 너무 좋아하고 있지만!) 모든 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트렌디한 순대 브랜드도 탄생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제주 라미네 순대

제주 라미네 순대는 인스타그램 개시물을 보다가 발견한 브랜드이다.

라미네 순대를 위해 이른바 '순켓팅'을 한다는 이야기와, 막창 순대를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는 소개글에 혹해서 막창 순대 판매가 오픈되자마자 구매하였다.

막창 순대라는 음식 자체는 을지로의 산수갑산과 부산의 공순대에서 이미 접해보았으며, '막창' 자체는 대구가 유명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제주에서도 막창이 생각보다 많이 소비되고 유명한 식재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주에서는 막창을 '참또롬'이라고 하는데, 참또롬 국밥, 참또롬 전골 등의 요리가 따로 있을만큼 막창을 활용한 요리들이 발달했으며 아마 라미네 순대도 그런 이유에서 막창 순대를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제주 라미네 순대 공식 홈페이지

 추천한 대로 막창 순대를 바삭해질 때까지 구워서 먹어봤는데 속에 있는 찹쌀이 빠삭하고 쫀득해졌으며, 막창은 원래 구워서 많이 먹는만큼 구우니까 더 고소해져서 왜 구워서 먹는 것을 추천하는 지 알 것 같았다.

라미네에서 판매하는 특제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대구에서 막창을 찍어먹는 것처럼, 막장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모녀가리비

모녀가리비는 속초 대포항에 위치한 오징어 순대집으로, 원래 알고 있던 식당이었으나 인스타그램에서 바이럴을 타면서 훨씬 유명해져 이제는 웨이팅 없이는 못 먹는 곳이 되었다.

속초는 원래 오징어 순대가 유명한데, 전통을 지켜 겉에 계란물을 묻히지 않고 오징어 순대를 삶아서 판매하는 곳도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계란물을 묻힌 형태로 파는 곳도 많다.

모녀 가리비는 특이하게 계란물을 묻히지 않고, 오징어 순대를 누룽지처럼 빠작뻐작하게 구워서 누룽지 오징어 순대로 판매한다.

이미 오징어 순대는 일반적으로 많이들 생각하는 병천 순대나 찹쌀 순대의 형태와는 달라 충분한 차별점이 있지만, 모녀 가리비는 여기서 한 번 더 변주를 주어 구워 먹는 오징어 순대를 탄생시켰다.

실제로 테이크아웃하여 먹어 보았는데, 유명세에 맞게 그 맛도 훌륭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구워 먹는 것으로 차별화를 주었다는 점에서 라미네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속초에 가면 꼭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밀알 왕순대

순대하면 또 생각나는 지역이 있을까? 수원 지동시장도 순대로 꽤나 유명하다.

신림 백순대 골목처럼, 지동시장에도 순대전골 골목이 따로 있다. 순대와 곱창을 함께 넣어 매콤한 양념을 넣어 끓인 전골인데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맛있는 곳이다.

밀알 왕순대도 지동시장에 있는 순대집인데, 위에서 설명한 지동시장식 얼큰 순대 곱창 전골도 판매하고 있지만, 추천하는 것은 순대 단품 혹은 순대+편육 맛보기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것이다.

순대 단품 메뉴를 주문하면 특이하게 전용 양념장과 파무침이 함께 나오는데 깻잎에 순대+파무침+수제 양념장 조합으로 싸먹는 것을 추천한다.

순대를 이런 식으로 싸먹는 것은 다른 식당에서 못 본 독특한 조합인 데다가 순대 자체도 퀄리티가 좋아서 인상 깊었던 집이다.

특히나 지동 시장에서는 순대 곱창 전골만 보통 주문했었는데, 밀알 왕순대는 이렇게 퀄리티 높은 단품 조합도 판매하고 있어서 지동 시장에 방문한다면 방문을 꼭 추천하는 곳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순대 식당들에 대해서 살펴 보았는데, 순대가 지금보다 조금 더 다양해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순대의 본질을 지키면서!)


순대가 아이코닉한 F&B 브랜드로도 탄생하길 바라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끄적여 본다.

지역별 유명한 순대들이 따로 있는것처럼, 지역별 순대를 판매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 우거지 순대, 숙주 순대, 더덕 순대 등 채식주의자들을 타겟한 채식 순대 브랜드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순대의 경우 국밥이나 전골 등 본격적인 요리나 안주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순대 단독으로도 많이 먹는 요리이므로 테이크 아웃 전문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강이나 공원 등 젊은 세대들이 피크닉을 많이 하는 장소 근처에 다양한 종류의 순대를 비치한 테이크 아웃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피크닉용 패키지와 함께 판매한다면 아이코닉한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면 순대 한 접시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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