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과 며느리의 입장 차이
나는 백년손님이 될 수 없을까?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 부모님은 사위를 백년손님이라고 했고 나는 시댁에서 딸이 하나 더 생겼다 했다.
실제로 그렇다. 차이는 밥상에서 나온다.
우리 가족, 특히 엄마는 남편이 집에 오면 밥이 있어도 새 밥을 내준다. 매번 새 반찬을 주려고 하고 혹여나 있는 밥으로 밥상을 차려줄 때는 꼭 미안하다거나 차린 게 없다고 설명했다. 설거지는 말할 것도 없다. 남편이 먹고 난 자리는 엄마가 깨끗하게 치운다. 남편은 손님이니까 편히 있으라는 마음에서다.
반대로 나는 남편네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밥 차리는 거 도와드려야 하나 생각하고 밥을 먹는 순간부터는 설거지 내가 해야 되나라는 고민이 든다. 그리고 신혼여행에 돌아와 방문한 시댁에서는 가족들이 먹던 반찬들과 밥을 먹었다. 내가 딸이라서 그런 거지?
그러나 시댁의 딸이라기에는 그 감정의 교류가 매우 제한적이고 내가 가진 역할이 정해져 있다. 시어머님과 시누이를 보면 다정하고 좋아 보인다. 시어머님은 내가 결정할 일도 시누의 뜻대로 하자고 했다. 또 가끔씩 시어머님의 말이 비수가 되어 남편과 싸우는 일도 있었다.
그러니까 딸이라고는 했지만, 실제 시댁에서 나의 역할은 남편과 시어머님을 모시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건 뭐를 할 때건. 나에게 기대하는 것들은 이런 종류의 일이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면 '우리 엄마는 나한테 안 그러는데' 생각이 먼저 든다.
상황은 이런데 내가 딸이라는 호칭을 받으니 당연히 인지부조화가 올 수밖에 없다. 딸이라고는 하는데 며느리라는 명백한 선을 긋고 그 안으로 들여보내 주질 않는다. 서운하다기보다는 이 상황이 혼란스럽달까? 사위는 남의 집 아들이지만 내 딸의 가족이니까 잘해야지라고 다들 인정했다. 그래서 대우도 다르고 마음가짐도 다르다. 이제는 그냥 쿨하게 며느리도 백년손님이라고 하면 안 될까.
며느리의 역할은 너무 어렵다. 누군가를 한없이 모시기만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힘들지만 내가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도 속상하다. 시댁과 점차 쌓이는 오해들이 힘들다. 좋은 감정들이 축적되고 즐거운 경험이 쌓이면서 진짜 가족이 되는 것일 텐데 이런 사이가 되어버린 우리는 어느 세월에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