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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동훈 Oct 29. 2024

교보문고의 '한강 착 한시적 판매중단'에 대한 생각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이면에 놓인 도서 유통의 문제

교보문고가 한시적으로 한강의 책을 팔지 않기로 했다. 지역 서점과의 상생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시민들은 교보문고를 칭찬했다. 교보 창립자의 정신을 운운하며 교보문고의 결단을 높이 샀다.



인기가 보장된 한강 책을 일주일 동안 팔지 않기로 한 결정 자체는 존중할 만하다. 엄청난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매 중지'라는 현상 너머의 문제는 교보에 대해 섣불리 칭찬할 수 없게끔 한다.



교보는 소매업과 도매업을 함께 한다. 일반독자들에게 책을 판매하면서 지역 서점들에게 책을 공급한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지역의 많은 서점들이 한강의 책을 주문하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교보가 한강의 저서를 주문할 수 있는 링크를 막아놨기 때문이다. 수상 이후 교보문고엔 한강 작가의 작품이 쌓였지만, 지역 서점에선 한 권도 팔지 못했다. 책을 공급받지도 못했다. 이 지점에서 교보가 지역서점의 주문을 막고, 교보문고에만 책을 공급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유통을 막았고, 그 흐름을 자신들에게 돌린 것이다.



교보문고가 책만 판매하는 곳이었다면 책을 많이 보유해놓다가 파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 근데 유통을 막았다. 지역서점은 언제 올지 모르고 책을 기다리는데, 교보문고는 책을 쌓아두고 판다. 이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한강 책 한시적 판매중단'의 진심이 의심된다. 한국서점조합 연합회에서 교보문고를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를 한다고 한 후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법적 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여론전엔 성공한 듯 하다. 사람들이 교보문고를 극찬하기 때문이다.  



교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풍이나 yes24 같은 다른 업체도 해당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순히 책을 많이 받고 못 받고의 문제도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자본과 규모를 갖춘 대형서점의 위력 앞에 지역서점과 동네서점이 굴복할 수 밖에 없는 현실, 그 현실속에서 도서 다양성이 훼손되는 구조의 문제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소식이 반가운 독자라면, 수상에 그치지 말고 도서 다양성에 대한 한강 작가의 말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역서점과 동네서점이 당신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개성을 가진 책방지기가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로 꾸며놓은 서점 내부를 살펴보고 진열된 도서를 감상하면서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고를 수 없는 책들과의 만남을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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