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웃으며 돌아볼 난임 이야기입니다. 저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경험을 나누고 함께 공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 난임을 겪고 있는 이웃의 지인 분이라면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소중한 생명을 기다리는 모든 분들의 임신 성공을 기원합니다.
<나 스스로를 수도없이 돌아보게 된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여러 검사를 하고 매달 병원을 방문하며 수도 없이, 그리고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왜 나는'이라는 생각이었다.
주변에 계획임신으로 딱 원하는 시기에 아이를 가지고 행복한 사람들.
갑자기 생긴(사실 갑자기란 없다. 피임을 하지 않았을 뿐) 아이를 가져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
늦은 나이 둘째가 생겨 당황하는 사람들.
또는 정말 극단적인 예로 40대의 나이에 누군지도 모를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그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고 죽음에 이르게 한 뉴스들까지.
원하든 원치 않든 다른 사람들에게 임신은 일상이고 축복이고 때론 곤욕이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그들에겐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왜 나는?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는, 왜 나는 되지 않는 것일까?
병원 의자에 앉으면 항상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과거로 거슬러가 내가 저지른 죄를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건강관리, 부모님의 영향, 신을 믿지 않아 그런 것인가 하는 종교적 생각까지 '왜 나는' 되지 않는 이유를 찾아보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왜 나는' 되지 않는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죄라 한들 인륜을 벗어난 행동은 하지 않았고 종교가 없다 한들 신을 모독한 일 또한 없다.
종교가 없지만 그 어떤 신께서 나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려고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되뇌게 된다.
그리고 다시-
'왜 나는' 그런 신의 가르침을 꼭 받아야 하지?로 다시 시작되어 같은 질문들이 도돌이표 된다.
난임에 어떤 이유가 있으랴
(물론 과학적인 이유로 밝혀진 원인들은 있다. 나 역시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범위 내에 있지만 임신하기엔 수치가 높았고 남편의 정자도 정상에 아주 간신히 턱걸이했다.)
과거의 죄도 아니고 신께서 우리를 벌하실 일도 아닐 것이다.
그저 운이 조금 나쁜 것이라고. 행운을 턱턱 잡는 사람들보다 노력해야 하는 노력형일 뿐이라고.
그래서 오늘도 더 노력하자!라고 마음먹는 것이 내 고민의 마무리가 된다.
한달 간 기대하고 작은 증상놀이를 겪은 뒤
무심하게도 생리예정일에 맞춰 생리를 시작하면 기계적으로 병원 예약을 잡고 스케쥴을 조정하고 병원으로 향한다. 처방해준 약을 먹고 12일쯤 뒤 병원을 방문한다.
자주가는 병원이라 친숙할 만도 하지만 병원에 가면 꼭 울컥하는 순간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검사를 하는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옆방 진료실에 들어가며 다시 만난 의사 선생님들 볼 때이다. 이번 달엔 꼭 잘될 거예요! 하고 응원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찾아뵙는 선생님.
왜 안되었는지 이번엔 무슨 일로 안된 건지 이야기하지 않고 이번 달의 새로운 노력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지만
선생님의 얼굴의 보면 괜히 더 속상하다.
그래도 꾹 참고 별일 아니란 듯이 앞으로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선생님에게 엉엉 울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선생님한테는 괜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아프지 않고 더 잘 해낼 거라고.
그리고 한 번은 병원을 나오는 길에서다. 괜히 집으로 가는 길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병원을 오고 가는 많은 산모들 중에 내가 언제쯤 포함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그때마다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생각한다.
'이번 달엔 난포가 잘 자랐어요' '자궁내막도 정상이에요' '부작용 없이 잘 자랐네요'
임산부가 되기 위한 지극히 평범한 변화지만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난포에, 부작용 없는 내 몸에, 같이 잘 준비하고 있는 내 자궁의 건강함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이를 임신하고 키우는 것이 행복이라면 아직 행복에 다가가지 못한 나는,
불운이라 말할 수 있는 '난임' 안에서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작은 행운들을 찾아본다. 그리고 그 행운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이번 달엔 더 큰 행운이 찾아와 주길 기대해본다.
내 잘못이 아니에요.
나에게만 일어나는 나쁜 운도 아니에요.
단지 기다림의 시간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뿐이에요.
더 오래 기다리고 더 간절했던 만큼 작은 행운들도 더 큰 행복으로 느껴질 거예요.
기다림 뒤의 찾아 올 행복을 누구보다 더 크게 느낄 그때까지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