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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중유강 Jan 11. 2023

부모와 학부모 사이

- 우리 같이 학창 시절이라는 흙길을 걷기 위해


월요일 밤, 교육 관련 유튜버가 진행하는 줌 강의에 들어갔다. 5차시에 걸쳐 진행되고, 출석체크와 과제제출이 있고, 완주 시 수료증이 발급된다고 한다.
이 강좌는 '신청'해서 '합격'해야 들을 수 있는 입시의 과정을 흉내 낸다. 늦게 오지 말라고 쓰여있어서 맞춰서 들어갔는데 나 같은 엄마들이 500명이나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 강의를 들을까 말까 고민은 하다가 듣기로 결정한 이유는, '한 번은' 들어보자 싶어서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로 산 6년을 지나 '학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 앞에서 나는 허둥대는 중이니까. 예전에 취업준비를 하던 20년 전에도 '모의면접'을 딱 한 번 관전하고, 나는 그 감으로 취업에 성공했으니까. 디테일은 다르더라도 학부모의 정체성에 흐르는 전체적인 뉘앙스를 맛보고 싶었다.
강의는 평이했다. 1차시였고, 비법 같은 것은 없었다. 듣는 내내 '설마 이것들을 몰라서 아이와 불화하고, 온 가족이 입시지옥으로 걸어가는가'를 생각했다. ebs 부모급의 내용이었는데, 내용과 별개로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신청서를 낼 때 '나는 우수한 아이로 만들고 싶지 않다'라고 썼다. 정말 그런가? 나도 아이가 서울대 의대를 모셔갈 아이이기를 바라지 않는가? 아니라고는 못하겠지만, 그 길에 온 가족을 갈아 넣어야 한다면 나는 반대다. 나는 그런 사람으로 교육받지 않았다. 아이의 성공보다 내 성공이 더 좋다. '성공'이 뭐냐는 질문은 치우고, 아이가 그 스스로의 삶을 잘 선택하고 잘 실패해서 잘 견뎌내길 바란다. 사실 그것도 쉽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어차피 흙길일 거면 이쪽 진흙탕이길 바란다. ( 그러고 보니 나는 학창 시절을 진흙탕으로 정의하고 있구나 ) 공부와 성적과 등수와 경쟁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남들은 이런 것도 한다는데' 하는 갈대 같은 학부모의 마음 사이의 팽팽한 힘겨루기를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6년, 아니 12년을 관통해서 내가 무엇을 만들어갈지 생각해내고 싶다.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장과 대학교 합격증을 흔들 때 내 손에도 내 이름으로 만든 멋진 무언가를 꿈꾼다. 너랑 나랑 같이 빛나는 인생을 걷는 거야, 악소리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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