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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하는 93세 어머니의 자기관리

by 해드림 hd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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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에는 새벽잠을 충분히 주무십니다.

-아침 햇살이 시골집을 데우고 나서야 일어납니다.

-이른 아침 갑자기 차가운 데 몸을 노출시키면 노인에게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침 식사로 누룽지를 뜨끈하게 끓여드리면 후후 불어가며 한 그릇 다 드십니다.

◎식사 후에는 반드시 약을 챙겨드십니다.

◎약을 드신 후에는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호미처럼 구부러진 허리로도 텃밭에서 꾸준히 노동을 합니다.

◎유산균 음료를 즐겨드십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드십니다.

-(내가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는 꼭 챙겨드리는데,

당신 혼자 있을 때는 돈 아깝다며 안 사다 드십니다)


◎매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량이 부족하다 싶을 때는 보행기를 끌고

동네 두어 바퀴를 돌고 옵니다.

◎몸살기가 있거나 기운이 없을 때는 혼자 시골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 병원으로 가서 영양제 주사를 맞습니다.

◎매월 한 번씩 市에서 주는 미용비는 당신이 하는 파마 비용보다 적습니다.

-싸구려 파마가 싫다며 늘 다른 할머니보다 웃돈을 주며 파마를 합니다.

-흰머리가 별로 없어서 염색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가 챙기는 사람 없어도 3개월마다 골다공증 주사를 맞습니다.

-뼈가 약해져 행여 넘어질까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시내를 나갈 때는 일주일 한 번 방문하는 생활보호사가 태워다 줄 때도 있지만,

운동 된다며 한사코 시골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갑니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화장을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후 나가십니다.

◎치아 관리를 잘해서 딱딱한 누룽지도 고소하다며 씹어드십니다.

-참고로 60대 아들은 깍두기도 제대로 못 씹습니다.

◎언제나 주변을 청결하게 합니다.

-세탁기를 자주 돌립니다.

-빗자루를 들고 삽니다

-아들이 한 설거지가 시원찮을 때면 당신이 다시 합니다.


◎물은 항상 마른 뽕잎이나 민들레 등을 끓여서 드십니다.

-시골 지하수가 그리 좋아도 생수를 드신 적이 없습니다.

◎삼겹살 등 기름기 음식을 즐겨하지 않습니다.

◎혼자 조용히 시간 보내기를 좋아합니다.

◎특별한 일 없으면 동네 마실 가는 일이 없습니다.

-대신 틈만 나면 불경을 사경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당신이 지출한 돈은 반드시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요즘은 가계부 쓰시는 걸 못 봤습니다.

◎음식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버릴 줄 압니다.


주무실 때 신음을 뱉긴 해도 요즘 어머니 컨디션이 좋아 보여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합니다.

지금 같아선 내가 80대가 되어도 어머니가 곁에 있을 거 같습니다.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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