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테어 포더길 외, <데이비드 애튼버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너도 무한의 시간을 배우게 됐구나."
이제 막 11살이 된 나의 조카(정확하게는 시조카다, 남편의 조카이므로)가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내 아들과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면서 했던 말이다. 놀이터에서 노는 데 재미를 붙인 아들이 미끄럼틀을 타고 또 타고 또 타니까 그 시기를 먼저 지나 온 인생의 선배로서, 조카는 시인처럼 말했다.
그렇다, 무한의 시간.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할 때면 무한히 반복하면서 노는 것이다. 일례로 본격적으로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는 나이인 네다섯 살 정도 되는 아이들을 키우는 육아 선배들이 똑같이 하는 말은, 하루 종일 역할 놀이만 하다가 끝났다는 것이다. 오늘은 공사장 인부가 되어 두 시간 내내 관리소장인 아들내미 명령에 따라 땅만 팠고, 공룡놀이를 한다고 괴성을 질렀더니 목이 다 쉬어버렸으며, 유치원 선생님과 학생 놀이에서 옆 반에 얄미운 학생이라는 구체적인 역할을 할당받고 혼신의 힘으로 연기를 했다는 이야기들. 이 무시무시한 무한반복 놀이의 늪은 아마도 놀이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나는 이제 그 한 발을 겨우 내디뎠을 뿐.
그녀는 펭귄을 좋아하고(두 살부터 지금까지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애착 인형인 펭귄 인형의 이름은 '펭펭이'이다.) 영국 애니메이션인 '바다 탐험대 옥토넛'을 좋아한다(당연히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구급대원으로 나오는 펭귄 페이소이다). 4월에 태어난 그녀는 매년 4월 25일 '세계 펭귄의 날'을 기념하고 있고, 그에 부응하여 나는 그녀에게 <펭귄과 바닷새들>이라는 책을 선물로 주었었다. 그녀는 어느새 훌쩍 커서 11살이 되었지만 11살도 아직은 한창(?) 어린이인지라, 노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절제할 줄 아는 능력이 생겼을 뿐 영락없이 무한의 시간 속에 사는 어린이다. 사실 어린이들의 놀이라는 것은 처음과 끝이 없다. 놀이는 어린이들에게 숨 쉬는 것과 같은 것이므로. 처음과 끝은 그저 부모가 외부에서 정해주는 것이다. 밥 먹을 시간이라서, 잘 시간이라서, 목욕할 시간이라서, 유치원 혹은 어린이집에 갈 시간이라서 이제 그만.
그런데 오늘날은 놀이의 처음과 끝을 부모보다는 자연이 더 높은 비중으로 결정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결정하고 있다. 미세먼지, 황사, 이상 기온,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등등. 어린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그리고 우리가 어린이였을 때 당연하게 누려왔던 무한의 시간이 침해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 놓여 있는 근원적 진리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은, 즉 인간이라는 종의 물리적 존재 기반인 지구는 '유한하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영국의 동물학자로 1926년생, 올해로 95세를 맞이한 동물학 및 자연 다큐멘터리의 백전노장이다. 2020년 10월 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는 충격적이고 가슴을 울리는 오프닝과 엔딩을 우리에게 제공한다.(※주의: 아래 내용은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1986년 4월 26일, 비극적인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로 인해 폐허가 된 인근의 우크라이나의 작은 도시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사람의 발길이 오랜 시간 닿지 않음으로 인해 울창한 수목이 형성되고 생태계가 복원되어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다큐멘터리의 오프닝에서는 을씨년스러운 폐허의 모습을, 엔딩에서는 그 폐허와 상처를 마치 보듬기라도 한 듯이(기실 가장 많은 상처를 입은 것은 자연 그 자신이었음에도) 벌거벗은 인간의 도시를 따뜻하고 보드라운 초목과 생물들이 덮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 망가뜨린 존재의 기반을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돌이킬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이보다 더 효과적일 수는 없는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이 다큐멘터리가 병들어가고 망가져가는 지구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혹은 관심이 있어도 지구라는 거대한 행성에 비해 먼지같이 작은 일개 개인으로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별다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리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냉가슴에 매우 강력하고 뜨거운 힘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다큐멘터리의 해설을 맡은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100년에 가까운 자신의 일생을 통해 겪은 지구의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실제로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범죄 현장에서 실제 그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가 사건 해결의 가장 핵심적인 열쇠이듯, 애튼버러는 동물학자로서 누구보다도 전 세계의 오지와 밀림과 극지방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경험하였기 때문에 지구에 살면서도 지구에 모질게도 관심이 없는 우리에게(실제로는 가해자임에도 경찰의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에게) 자신이 직접 목격한 것을 친절하게 증언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꼭 해결해달라고, 이미 노인이 된 본인보다 더 지구에 오래 남아 있을 우리들에게 문제의 정답을 건네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 명의 인간이 지구 상에서 살아가는 시간을 100년으로 본다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동안 일어날 변화는 그동안의 인류가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빠르게 전개될 것이다. 이에 대해 <시간과 물에 대하여>의 저자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100년에 걸쳐 지구 상에 있는 물의 성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빙하가 녹아 사라질 것이다.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가뭄과 홍수가 일어날 것이다. 해수가 5000만 년을 통틀어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으로 산성화 될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이, 오늘 태어난 아이가 우리 할머니 나이인 아흔다섯까지 살아가는 동안 일어날 것이다.
지구 최강의 힘들이 지질학적 시간을 벗어나 이제 인간의 척도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십만 년이 걸리던 변화가 이젠 100년 사이에 일어난다. 이 속도는 가히 신화적으로,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생각하고 선택하고 생산하고 믿는 모든 것의 기반이 된다.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변화는 우리의 정신이 평소에 다루는 대부분의 현상보다 복잡하다. 이 변화들은 우리의 모든 과거 경험을 뛰어넘고 우리가 현실의 나침반으로 삼는 대부분의 언어와 은유를 초과한다."
*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시간과 물에 대하여>, 북하우스, 2020, pp. 13-4.
사실 다큐멘터리에서 전하는 내용은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며, 여타의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던 내용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동물학자로서의 애튼버러가 진단하는 가장 큰 위기는 생물의 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9세기에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로 인간이라는 종의 개체수와 인간이 배출해내는 탄소 배출량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193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지구 상의 인구가 23억 명에서 78억 명으로, 대기 중 탄소 함유량이 280 ppm에서 415 ppm으로 증가했고 지구 상의 미개척지 비율은 66%에서 35%로 낮아졌다고 보고한다.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이 많아짐에 따라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며, 인간이 농작물 및 가축의 무모한 생산 증가를 위해 밀림을 개척하면서 무자비하게 수목들을 파괴하는 까닭에 산소를 공급하고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밀림이 사라짐으로써 수없이 많은 동식물이 멸종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 동식물들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생태계가 원활하게 순환하는 데에 있어 각각 필수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바다의 포식자가 사라진다면 그가 맡고 있던 순기능 또한 사라지며, 우리 인간은 그 종의 대체물을 결코 만들어 낼 수 없으므로 생태계는 무너지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라는 종은 이 자연 생태계와 상관이 없는, 그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을 뿐 그 내부에 속해 있는 하위 부류라는 점이다.
그리하여 애튼버러는 경고한다. 2030년대가 되면 아마존 밀림은 더 이상 수분을 생산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남획되어 건조한 대평원으로 전락하고 종의 대대적인 파멸이 초래되며 지구의 물 순환에 변화가 올 것이다. 북극의 빙하는 다 녹을 것이다. (참조 : <빙하 전문가, "2030년 북극 얼음 사라진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020325) 2040년대에는 북극 전역에서 동토의 땅이 녹으며 메탄을 방출할 것이다. 이산화탄소보다 몇 배나 강력한 온실가스가 기후 변화의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2050년대가 되면 바다의 온도가 꾸준히 오르고 더욱 산성화 되면서 세계 전역의 산호초가 죽는다. 어류의 개체수가 급강하한다. 2080년대에는 남용으로 인해 토양이 고갈되면서 전 세계 식량 생산이 위기를 맞는다. 꽃가루를 옮기던 곤충이 사라지고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2100년대가 지구의 온도는 섭씨 4도 더 상승한다. 지구의 넓은 면적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한다. 사람 수백만 명이 살 곳을 잃는다. 6번째 대멸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자녀들과 손주들과, 그들의 자녀와 그들의 손주가, 나의 그녀가, 나의 아들이 나이 들어 살게 될 땅은 혹독하고 척박한 기후를 가진 땅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때는 주식도, 부동산도, 경제도, 기술도 아무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애튼버러는 우리의 포식자는 사라졌고, 인류의 질병 대부분이 정복됐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가 '홀로세(인류세)'라고 불리는 안정적인 시기라고 말한다. 아마도 이 다큐멘터리는 코로나19의 펜데믹 현상 이전에 제작된 것임이 틀림없다. 만약 코로나19를 겪고 난 뒤에 이 영상을 제작했더라면 애튼버러는 현재 2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코로나19를 언급하면서 더 무서운 사실을 추가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그 안에 얼어 있던 각종 바이러스들이 전염병이 되어 지금의 코로나19처럼 인간을 덮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참조 : <기후위기 못 막으면 제2의 코로나 확산할 것> https://www.yna.co.kr/view/AKR20201211101500501?input=1179m) 인간에 의한 6번째 생물 대멸종은 인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다큐멘터리가 2100년 이후에 지구가 망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지구를 다시 되살릴 시간이 우리에게 있으며, 그 방법 역시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일생을 지구와 자연 생태계의 변화를 몸소 겪어왔던 전문가의 입장에서 애튼버러는 책임감을 가지고 바다, 육지, 밀림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현실적인 지침을 우리에게 내려준다.
먼저, 바다의 생태계를 복구하고 세계 최대의 야생 수확 산업인 어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어업 제한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육지의 생태 복원을 위해서는 농업에 사용하는 면적을 대대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연으로 복원할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 식단의 변화이다. 모든 사람이 채식 비중을 늘린다면 지금 쓰는 땅의 절반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숲의 원형을 복구하기 위하여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삼림 파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기름 야자와 콩 같은 특정 종류의 수목만 기르기 위하여 토종 수목을 다 베어 없애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가 되살아나면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활동으로 인해 대기에 배출된 탄소를 3분의 2까지 흡수할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해결책 중에서 우리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두 번째로 언급한 것처럼 육류의 섭취를 줄이고 채식 섭취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있다. <우리가 날씨다>의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그의 책에서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로 축산업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은 우리가 키우는 동물들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려고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59퍼센트를 이용하고 있다.
지구 상의 모든 포유동물의 60퍼센트는 식용으로 키워진다.
지구에는 한 인간에게 대략 서른 마리의 가축이 있는 셈이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기에 시베리아 화산들이 용암을 쏟아 내 미국을 에펠탑 세 개의 높이까지 덮었다.
인간들은 현재 대멸종이 진행되는 동안 화산들이 쏟아 낸 것 보더 열 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쏟아 내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 80만 년 동안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는 죽 안정돼 있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후 약 40퍼센트 증가했다.
대기 중에 둘째, 셋째로 가장 많이 퍼져 있는 온실 가스는 메탄과 이산화질소이다. 메탄 배출의 37퍼센트, 이산화질소 배출의 65퍼센트는 축산업 탓이다.
아마존 벌목의 91퍼센트는 축산업 때문이다.
아침 점심으로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면 세끼 모두 채식으로 하는 식단의 평균보다 이산화탄소 발자국을 더 줄일 수 있다.
누구나 식사는 곧 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구에 대한 걱정을 행동으로 당장 옮길 수 있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우리가 날씨다>, 민음사, 2020, pp. 102-121.
애튼버러는 자연은 우리의 가장 큰 동맹이고 가장 위대한 영감이라고 말하면서 끝을 맺는다. 살면서 광활한 자연 앞에 경외감과 겸손함을 느껴보지 않았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자연을 찬양하면서 그의 시 <무지개>의 말미에 "나의 하루하루의 날들이 자연의 경건 속에 살기를 바라노라(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라고 적었다. 그가 아직 오염되기 전의 자연 속에서 순수하게 그 아름다움을 찬양한 것이라면, 우리는 스스로를 좀먹는 신자유주의의 정점에 이르러 대자연 앞에 다시금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우리에게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조금만 기다려 주십사 간절히 기도해야 하리라.
나의 그녀가 좋아하는 <바다 탐험대, 옥토넛>은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바다 탐험대 옥토넛 : 대산호초 보호작전>이라는 에피소드를 새롭게 공개했다. 내용인즉슨, 산호 폴립을 주식으로 하는 가시관 불가사리가 기후 변화로 인해 그 개체수가 급증했고, 그리하여 수많은 물고기들의 집이 되어 주는 산호초를 잠식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산호초 천국이라고 알려진 호주 동북부 연안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는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인한 가시관 불가사리의 이상 번식과 산호들의 백화 현상이 발생하여 바다 생태계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의 그녀와 비슷한 나이였을 때,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고 스웨덴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2019년 9월 23일,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유명한 연설을 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나이 15세였을 때다. 툰베리는 정상회의에 모인 전 세계의 권위 있는 인사들 앞에서 어떻게 감히 당신들이 공기 중에 배출해 놓은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자신과 자신의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미뤄놓을 수 있냐고 호통을 쳤다.
아직 나의 그녀가 옥토넛 에피소드를 보고 '왜 가시관 불가사리가 저렇게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생했을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지는 않았지만 곧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과연 그 원인이 무엇인지. 툰베리가 어른들에게 던진 일침 앞에서 모두가 숙연해졌듯이, 그때가 되면 나 역시 할 말을 잃고 숙연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행동하지 않은 나의 게으름과 이기심 때문에.
최근에 우리 집에 놀러 온 그녀는 너무너무 심심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못 가게 되니 너무너무 심심하다고. 학교에는 자기가 싫어하는 남자애도 있고, 짜증 나는 일도 많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학교에 가는 게 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재밌다고 했다.
그녀가 가져야 마땅한 무한의 시간을 지켜주기 위하여, 유한한 지구와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 나부터 지금 당장 행동에 옮기는 것이 그녀에게,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덜 미안한 일일 것이다. 하여, 바라건대 그녀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바다 탐험대, 옥토넛> 편에 다시 아름다운 산호초를 찾은 바다의 에피소드가 꼭 추가되기를. 그녀의 아이들과 이 에피소드를 시청하면서 숙모와 같은 어른들이 노력했기에 바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거라고 얘기해 줄 수 있기를.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