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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소금 Mar 06. 2024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곡으로 책을 쓴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참을 침대에 누워서 천장등을 바라보았다. 내 눈은 고장이라도 난 건지 눈이 부신 LED 등을 보고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짙은 여운을 뒤로하고 여러 겹의 옷을 겹처입은 듯한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면서도 색다른 감정의 중첩을 느꼈다. 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숨을 뱉으며 일어나서 휴일 점심을 간단히 빵으로 해치웠다. 그리고  노르웨이의 숲,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 (Remastered 2009)를 유튭으로 들으면서 후기를 적어본다.


어릴 때부터 책장에서 보았고, 말도 많이 들었지만, 이 유명한 책을 이제 서야 읽게 되었다. 한 참 늦은 것 같지만 상관없이 좋았다. 오히려 나는 아껴둔 맛있는 간식을 꺼내먹는 이런 기분을 좋아해서 가끔은 일부러 남들 다 보는 것도 안 보고 버틴다.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궁금증을 참으면서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지도 않고, 조용히 메모장에 적어둔다. 그리고 일부러 관련된 이야기들은 애써 무시한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특히 패러디나 인용은 다 피할 수도 없다.

처음에는 문장이 좋았다. 마음에 드는 표현이 있는 페이지 모서리를 접어가며 읽었다. 읽다 보니 이야기가 좋았고, 더 읽다 보니 인물에 깊이 들어가게 되었다. 인상적인 문장들은 많았지만 더 읽다 보니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었다.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은 참 매력이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지친 현대인들의 심리를 연구한 사회 과학 도서 같은 느낌이었다.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새로운 제목을 들었을 때는 배경이 노르웨이인가 싶었다. 정작 다 읽고 나서 원곡 Norwegian Wood의 가사 번역을 읽으면서 곡을 들으니 곡으로 책을 쓴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동질감이 느껴진다.


예전에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고 평범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도 공감이 되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도 비슷하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는 결코 가벼운 것이 될 수 없으며, 쉽사리 흩어져버리는 기억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집에 다녀와서 마음속에 일렁이는 감정들을 하루키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I once had a girl

한 번은 어떤 여자를 유혹했었지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아니면 그녀가 날 유혹했다고 해야 하나?


She showed me her room

그녀는 내게 자기 방을 보여줬어


Isn't it good Norwegian wood?

노르웨이산 가구예요. 괜찮지 않나요?


내 방에도 그녀에게 자랑하고 싶은 노르웨이산 가구만큼 멋진 가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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