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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소금 Mar 03. 2024

업무 목표를 입력하세요

목표는 단계적으로 실행은 애자일하게


업무 목표를 설정하는 시즌이 왔다. 사실 2월이면 이미 조직 수준에서 그 해에 해야 할 일들은 대부분 정해진 상황이다. 가을이면 추수를 하고, 추수 끝나고 곧 임원 인사가 진행되고, 새로운 임원이 조직개편을 한다. 군대가 아닌 이상 대부분 리더가 정해지면, 리더가 조직을 새로 꾸려서 업무를 진행하도록 한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도 행정부의 조직을 개편하고 주요 보직장을 임명하는 것이다. 보통은 겨울이 오고 새해가 되기 전에 조직개편이 완료되고, 새해 목표의 윤곽이 잡히고, 1월 내에 확정이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하부 조직과 소그룹, 개인이 목표를 수립하게 된다. 오늘은 그 목표 설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모든 목표는 자발적으로

모든 목표는 수행 주체가 자발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위의 한 문장만 읽어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떤 일을 잘 할 수는 없으며, 동기 부여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목표 설정의 대전제와도 같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자신의 학습 목표는 스스로 설정한다. 주입식으로 선생님이 말하는 것 그대로 받아 적으면서 학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그 기본적인 사실을 지키지 못하는 회사가 많다. 가장 중요한 사실임에도 많은 조직에서는 목표가 상명하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직접 조사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재직 기간 동의 경험과 주변인들의 간접 경험을 머지해볼 때 대부분 위에서 정해 준 대로 진행한다. 물론 업무 목표는 결국 성과 그리고 고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상사의 바람에 맞춰 수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가리 통뼈가 아닌 이상 상사가 바라는 업무를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고과도 챙기고 싶은 것이 90%의 직장인일 것이다. 상사 역시 같은 마음으로 상사의 상사의 생각에 자신의 목표를 일치시키고, 그것이 반복되어서 조직은 완벽히 상명하달의 구조를 갖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군대와 동일한 모습을 갖게 된다.


알다시피 군대는 창의적인 시도가 허용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의 생명, 국가의 존폐가 달려 있기 때문에 극도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고 의사결정의 속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미국 대통령의 핵가방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지휘관의 말이 곧 생명처럼 일사불란하게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명하복의 체계가 굳건히 지켜진다.

핵가방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D%95%B5%EA%B0%80%EB%B0%A9


하지만 회사는 군대가 아니다. 본인의 조직이 군대처럼 움직여야 하는 곳이 아니라면 상사가 바라는 바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10%의 직장인이 되길 바란다. 잘 생각해 보라 조직에서 상위 평가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지.


게임의 세부 규칙을 정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유리하듯이, 애초에 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사람이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한 사실이다. 조직에서도 구성원들이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매번 이맘때면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업무 목표를 세우도록 장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장에게 업무 목표를 받아서 그대로 제출하는 사람이 많기에 이렇게 글을 적어보게 되었다.


목표는 목표일뿐

목표는 약속이 아니다


조직은 규모에 따라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서 구성되어 있다. 실, 팀, 그룹, 파트 등의 이름으로 규모에 맞게 조직화되어 있다. 각 조직은 조직마다 각각의 업무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하위 조직으로 갈수록 목표는 더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다.


즉, 개인의 목표는 생각보다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상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는다. 물론 마지못해 수동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경우도 많지만, 스스로 정하는 목표는 대부분 보수적이다. 마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해 고과는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목표는 고과를 약속하는 것도 아니고, 기준이 되지도 않는다.


좋은 고과를 위해서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목표를 세우는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고과 평가는 결국 성과를 기준으로 진행되며, 평가자는 목표의 달성 여부와 함께 목표의 수준도 함께 판단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목표는 약속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키지도 못할 목표를 세우는 것은 누구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단계적인 목표를 세울 것을 권장한다. 특히, 업무의 진행 방향이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나 새로운 업무를 진행하게 되는 경우에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계적 목표는 두 가지 효과가 있는데, 업무를 세분화해서 단계를 구분하고 각 단계별 일정을 조율함으로써 일정 변경에 따라 목표를 조금 더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다. 또한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전적인 목표도 함께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과제 v2.0.0 고객 릴리스'라는 연간 목표를 'v2.0.0 베타버전 고객 릴리스', 'v2.0.0 고객 릴리스', 'v2.1.0 추가 기능 릴리스' 3단계로 나눈다면 목표가 좀 더 실제 업무 프로세스와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고, 목표를 달성 상태를 구체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어서 성공 또는 실패의 두 가지 결과로 귀결되는 부담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한다고 업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닌데,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하고, 조금 더 자주 확인함으로써 방향성을 확인하고 동기 부여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목표의 변경에 부담을 갖지 않는 것과 목표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도전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애초에 목표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동기부여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실행은 애자일하게

애자일 프로세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인데, 최근 다양한 업무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애자일 프로세스의 '준비 - 진행 - 피드백'으로 구성된 작은 사이클의 반복은 요즘처럼 시장과 환경의 변화가 급격한 시대에 유연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론이다.


https://gscaltexmediahub.com/future/agile-is-answer/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이외의 업무에도 이런 애자일 프로세스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작은 사이클을 진행함으로써 빠르게 상사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기존 보다 자주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업무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는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같은 말일 수도 있겠는데, 어쨌든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좀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애자일하게 실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주 보고하며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애자일을 제대로 실행하는 것은 작은 사이클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처음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사실, 새롭게 추가된 조건들과 피드백 과정에서 알게 된 기존 목표들의 문제점들을 확인하여 목표를 수정하며 진행하는 것이다.


애자일이라는 것이 애초에 명확하게 구체화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를 완벽히 구체화하려는 기존의 폭포수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도출되었기 때문에, 애자일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문서화하는 것보다 지금 동작하는 코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목표를 문서화하는 작업을 깡그리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고, 동작하는 코드에 더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https://agilemanifesto.org/iso/ko/manifesto.html

계획에 따르기보다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둔다는 부분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단계적 목표 설정과 아주 찰떡궁합으로 조화를 이루는 부분이다. 애자일한 실행이 바탕이 될 때, 단계적 목표 설정은 단순히 큰 목표를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면서 합리적인 목표 설정과 수정을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서 업무의 방향 설정과 동기 부여라는 목표의 근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


마치며

업무 목표 설정은 사실 그 자체로 굉장히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일이기에 사람들이 저마다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공학 계열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럴싸하게 업무 목표를 적어서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목표를 설정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방향 설정과 동기 부여를 통한 개인의 성취를 위해서도 중요하고, 개인의 성취가 모여서 조직의 성취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도 꼭 필요하다.


현란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긴 문장을 작성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개발자답게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애자일하게 실행하면서 업데이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애자일은 스크럼 짜서 스프린트 뛰는 거 말고, 애자일의 작은 사이클의 반복의 채용을 뜻한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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