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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risee Sep 20. 2024

아끼는 마음, 애정의 색 [하늘색]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색에 대해 묻는다면 주저 없이 '하늘색'이라고 말할 것이다.


별다르게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호불호도 없는 성격인 내가 거의 유일하게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는 취향의 영역은 바로 '하늘색을 좋아한다.'는 것.


하늘색은 청소년기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내 '덕질'의 상징이자 추억의 색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나는 하늘색 자체보다 그 색과 함께 한 시절들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90년대의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 그룹이 있었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를 외치던 그들.


'파란 하늘 하늘색 풍선은 우리 맘속에 영원할 거야'라고 노래하던 그들.


꿈을 향해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던, 위로가 되는 가사를 노래하던 그들의 모습은 하늘색을 내 맘속 '최애'의 색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어느덧 데뷔 26주년이 된 그들의 노래는 늘 새롭게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그 노래와 함께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기억하는가.


하얀색, 주황색, 하늘색과 초록색.


각자가 응원하는 그룹의 색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던 시절,


누군가를 응원하고 아끼는 마음을 담아냈던 그 색깔들의 시간을 말이다.


그 색깔들의 시간 속에서 나에게는 하늘색이 누군가를 향한 애정과 응원, 그리고 나의 처음을 담은 색이 되었다.


내가 처음 음반 매장에 가서 골랐던 앨범도, 처음으로 간 콘서트도 모두 지오디의 앨범과 콘서트였으니 하늘색이 내게 조금 더 특별한 기억과 의미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차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신나게 지오디의 노래를 부르며 떠났던 수많은 여행길,


몇 시간이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 보면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이 배가 되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게 지오디의 노래는 우리 가족 모두가 외우고 부를 수 있는 '가족 노래'가 되었고, 나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채워나간 노래가 되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걸어 들어갔던 콘서트장의 느낌.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공연장이 터질 것 같이 울리던 수많은 이들의 함성과 기대감에 찬 눈빛. 그리고 공연장에서 흔들었던 '하늘색' 응원봉의 물결까지.


이후 수많은 콘서트와 뮤지컬을 보면서도 결코 잊히지 않는 강렬한 '첫 콘서트'의 기억 또한 지오디라는 그룹과 함께했더랬다.


아마 그들은 그렇게 수많은 누군가의 '첫 가수'이자 '첫 노래'로 소중한 처음을 함께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들에게도 하늘색은 처음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간직한, 무엇보다 소중한 색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카세트테이프로 음원이 발매되던 시절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던 그들의 노래는 시디플레이어를 거쳐 엠피쓰리에 안착하였고, 이제는 무려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내게 전해지고 있다.


그들과 함께 걸어온 26년이라는 시간의 스팩트럼은 꽤나 넓어서, 카세트테이프를 듣던 소녀는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출근길의 즐거움을 찾아보려는 직장인이 되었다.


그리하여 바쁜 일상 속에 그들의 콘서트를 간 것은 어느덧 꽤 오래전 일이 되었고, 새로운 노래가 공개된 소식을 몇 주가 지나서야 알게 되는 충격적인(?) 일도 감수해야 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만큼 열정적으로 그들을 '덕질' 하지 못하리라는 -작년 추석 티브이에 나온 그들의 공연을 보며 방구석 콘서트를 즐겼던 기억을 떠올리자면 그 열정이 어디 가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다소 아쉬운 예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조금은 미지근할지언정 늘 하늘색 설렘과 벅차오름을 간직하리라는 것.


때때로 상처받고 힘든 순간이 닥쳐올 때, 나는 그들의 노래에서 하늘색 위안을 얻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내겐 정말 소중한 수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다는 것도 말이다.


무엇인가에 열정적으로 빠져들고, 무언가를 조건 없이 좋아할 수 있다는 것.


격동의 90년대에 등장한 한 국민그룹을 통해 나는 그 소중한 하늘색 경험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일 '덕질'의 색 하늘색.


누군가에 대한 애정과 아끼는 마음이 함께 하는 하늘색은 앞으로도 나의 가장 소중한 색일 것이다.


바라건대 이 하늘색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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