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소묘 Apr 10. 2023

 사연이 많은 사람들의 독서 모임

 독서 모임 이야기

독서 모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그렇게 사연을 가슴에 품은 채 모여든다.

그들은 오늘도 독서 모임을 참여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독서 모임에서 읽는 책은 구성원들의 합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 정해진다. 비록 내가 읽고 싶지 않은 책이더라도 선정된 책이기에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노벨상의 계절이 되거나 부커상 선정 등의 소식이 들려올 때는 수상작들 중에서 정해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이유 없이 정해진다. 그러나 이유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유는 매우 다양해서 ‘이것이 이유다’라고 한정하기 어려울 뿐이다.

그들의 책 선정이유를 듣다 보면 거기에는 자신의 사연이 녹아 있음을 알게 된다. 왜 책을 읽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귀한 시간을 내어 독서 모임을 하는지도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 그 이유는 읽고 싶었지만 미루고 미루었던 그러나 이번에는 꼭 읽기를 도전하고 싶은 숙제이고, 홀로 읽고는 행복해서 다른 이에게 전달해주고 싶어 간직한 선물이다. 또, 홀로 읽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길이 없어 요청하는 SOS다.


그리고 맛집을 공유하는 마음과 같다.
‘맛있죠,  맛있죠?  그쵸?’


 그렇게 함께 읽을 책을 고르다 보면 선정된 책의 분량이 500페이지 이상 넘어가기도 하고 생경한 분야의 책이 선정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오롯이 받아들인다. 아니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사연을 들어준 그들에게 전하는 감사장이며 책을 읽으며 형성된 공감대이다.

기한을 정해 책을 읽는 일은 마치 마감이 있는 일과 같아서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의 연속이다. 어느 날은 달려 나가고 싶지만 무거운 공기 속에서 앞으로 나가기 힘겨워하기도 하고 때때로 안갯속에 고요히 앉아 나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먼저 펼칠 때도 있다. 모임이 코앞으로 다가와 어떤 비장한 결단을 내리는 양 눈을 질끈 감은 채 마지막 페이지를 몰래 훔쳐본다.


그리고 생활이 나를 집어삼킬 때 ‘도무지 책 읽을 시간이 나질 않아’라는 탄식을 내뱉기는 하지만 돌아가야 할 나의 책이 있기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책을 집어 들게 한다. 그렇게 책은 강력한 피난처가 된다. 이것이 바로 독서 모임의 힘이다.

 토요일 아침이다. 가로수가 늘어선 거리의 카페로 사람들이 들어선다. 한 권의 책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카페는 이내 물리적인 장소 일 뿐 아니라 심리적인 성소가 된다. 내 삶의 주제와 책 속 사건을 대입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마음 한구석에 나의 감각을 새긴다.


 독서 모임을 마친 직후부터는 책의 여운에 빠져드는 시간이 시작된다.


그리고 독서 후 밀려오는 여운을 가슴에 품고 생활을 맞이한다. 독서 모임은 독서의 여운을 계속 내 마음속에 흐르게 하고 그 속에 발을 담그는 상상을 도와주는 작업이다.

 책을 통한 대화 속에서 얻은 행복을 자신의 온 삶에 녹여내려는 욕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모퉁이 책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