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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들로 May 04. 2018

어른이 보는 어린이날 영화
<스탠 바이 미>

혼영일년 5月 : 혼자서 알게 된 가족 1

어린이날이면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판타지와 애니메이션을 편성한다. 전가의 보도 <해리포터> 시리즈와 <겨울왕국>, <쿵푸팬더>는 늘 시청률이 잘 나온다. 5월 5일마다 해리와 엘사가 부리는 마법에 온 가족이 현혹된다. 비만 팬더의 발차기도 이날만큼은 포스가 넘친다. 그런데 사실 내 마음속 어린이날 영화는 따로 있다. 바로 리버 피닉스 주연의 <스탠 바이 미>다. 어느덧 어른이 된 지금, 문득 우정이란 순진한 놈이 그리워질 때 찾게 되는 영화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그야말로 어른이 보는 어린이날 영화다. 

  

<스탠 바이 미>는 스티븐 킹 원작을 롭 라이너 감독이 연출한 1986년 작품이다. 작은 마을에 살던 네 명의 12살 소년들이 실종된 아이 시체를 찾아 떠나는 이틀 간의 모험을 그린다. 소년들은 마을의 영웅이 되겠다는 욕심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생전 처음 바깥세상으로 떠난다.  

 

그런데 이들이 만난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철교에서 기차에 치일 뻔하다가 코요테 울음소리에 떨면서 야영하더니 늪에 빠져서는 거머리에게 공격당한다. 각자 사연이 있었던 소년들은 냉혹한 현실을 접하고는 결국 상처를 드러낸다. 그리고 펑펑 운다. 더군다나 고생 끝에 발견한 것은 실종된 아이의 싸늘한 시체다. 모험의 목적지에서 가장 냉혹한 죽음을 발견한 소년들은 세상 밖 현실을 깨닫는다.

  


그런데 소년들은 모험을 통해 성장한다. 네 명의 친구들은 마을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동반자다. 궁금한 세상에서 하나둘씩 현실을 깨달으면서 그들은 같이 성장한다. 서로 의지하던 친구들은 이제 그들만의 의미 있는 몸짓을 만든다. 마을에서 불량배들에게 늘 당했던 소년들은 숲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불량배들로부터 시체를 지켜낸다. 이틀 간의 모험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했고, 마을로 돌아온 그들의 세계는 커졌다. 그들은 둘도 없는 우정을 간직한 채 어른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다. 

  

영화를 볼 때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생각났다. 열 살 무렵,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산 코흘리개 친구 둘과 함께 삼총사를 만들고는 동네 너머를 탐험했다. 고장 난 나침반을 들고 어딘지 모르는 세계로 떠났다. 그 시절 친구들은 무지개를 찾아 떠났던 동반자였다. 하지만 찾던 무지개는 신기루였으며, 세상은 거친 늪으로 가득했다. 영화처럼 불량배 형들에게 가진 돈을 모두 뺏기거나 늦은 밤 길을 잃고 파출소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래도 삼총사는 어설픈 시도와 거친 좌절을 겪으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다. 영화 제목 <Stand by me>처럼 삼총사 친구들은 내 옆에서 세상을 함께 겪었고, 영화 대사처럼 그런 친구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어른이 된 지금, 세상은 그때만큼 궁금하지 않다. 이미 알 건 다 아는 나이가 된 덕분일까. 어른이 되어 교제한 친구들은 그들 각자의 세상이 있었다. 나 또한 그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이미 성장은 끝났고 완성된 세계에서 같이 모험을 겪을 친구들은 없었다. 그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악수를 청하는 크리스(리버 피닉스) 같은 친구는 순수했던 시절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순수했던 시절, 어린이날 저녁이면 삼총사는 늘 모였다. 푸른 녹음이 한없이 우거졌던 좁은 동네를 벗어나 재래시장을 지나면, 왕복 6차선 대로로 쭉 뻗은 내리막길이 있었다. 셋이서 괜스레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봄날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설사 넘어져 무릎이 까질 지라도 끝없이 내달렸다. 대로에 도착하면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가는 수많은 차들이 있었다. 저 차를 타고 언젠가 마을을 떠나리라 그렇게 셋이서 다짐했던 시절이 있었다. 



I never had any friends later on like the ones I had when I was twelve. 

12살 때 그 친구들 같은 친구는 절대 만날 수 없었다. 

- <스탠 바이 미> 中에서 -  


리버 피닉스 (1970.8.23~1993.10.31)



#.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혼자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혼자 있어도 늘 함께였던 친구들이 더욱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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