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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들로 May 12. 2018

스승의 날에는 카르페 디엠
<죽은 시인의 사회>

혼영일년 5月 : 혼자서 알게 된 가족 3  

스승의 날 편성 영화는 역시 <죽은 시인의 사회>다. 

한때 <파인딩 포레스터>, <굿 윌 헌팅>도 스승의 날마다 편성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2014년 로빈 윌리엄스는 영원한 캡틴이 되었고, 이후 스승의 날 편성 영화는 오직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로빈 윌리엄스가 스승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 <굿 윌 헌팅>도 좋지만, 그래도 “It’s not your fault”보다 “Oh captain my captain”으로 그를 기억하고 싶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명문 사립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을 만나 성장하는 내용이다. 오직 일류대 입학이 목적인 학교는 엘리트 교육을 내세운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의사, 변호사, 은행가 등 사회 지도층 편입을 목표로 내세운다.

  

그런데 키팅은 아이들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기 원하는 자유주의자다. 

틀에 박힌 암기식 수업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선으로 생각하기를 원한다. 시를 정량화된 기준으로 분석하는 책을 찢어버리고, 교탁 위로 올라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라고 주문한다.

  


키팅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외치는 장면이 있다. 키팅은 학교 선배들을 찍은 흑백 사진 앞에서 명문고 역사나 명예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빛바랜 사진에서 인간의 죽음을 얘기한다. 그리고 말한다.

  

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오늘을 살아라. 너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이 대사는 내 인생 명언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며, 삶은 유한하다. 키팅은 한 번뿐인 삶을 자신만의 특별한 인생으로 만들라고 주문한다. 하고 싶은 대로 막 살라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 내면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라는 뜻일 것이다.

   

대학 입시에만 신경 쓰던 소년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짝사랑에 빠진 녹스는 용기 내 여학생에게 고백한다. 우등생 형과 비교당하던 토드는 소심한 성격을 이겨내고 자작시를 친구들에게 읊어준다. 배우를 꿈꾸던 닐은 의사를 강요하던 아버지 몰래 연극에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소년들의 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 첫 회합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을 낭송한다.

  

I went to the woods because I wanted to live deliberately…

I wanted to live deep and suck out all the marrow of life!

To put to rout all that was not life…

And not, when I came to die, discover that I had not lived.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 속으로 갔다.  

깊이 파묻혀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며 살고 싶었다.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떨치기 위해서...

내가 죽을 때 헛되이 살았다고 깨닫지 않기 위해서...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中에서 -  


키팅 선생이 존경하는 철학자 소로는 보스턴 호숫가 월든에서 오두막을 직접 짓고 2년 2개월 동안 홀로 살았다. 간소화된 삶을 체험하고 기록한 사색이 바로 <월든>이다. 소로는 <월든>을 통해 물질에 속박된 삶을 비판한다. 물질을 비롯한 모든 가식을 벗어던지고 오직 스스로의 삶을 살라고 역설한다. 키팅이 그토록 주장했던 카르페 디엠이다.

  

물론 사회 기준에 맞는 원만한 인간에서 벗어나 내 의지대로 살기에는 녹록지 않다. 

외면의 거친 파도에 맞서야 하고, 때로는 휩쓸리기도 한다. 영화 속 소년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부모에게 거부당했고, 키팅은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오늘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는 후회스럽고 미래는 걱정되는 법이다.  



그래도 키팅이 학교를 떠나는 순간, 소년들은 책상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저마다의 신념으로 소리친다. 마지막 소년들의 목소리 덕분에 로빈 윌리엄스를 영원한 캡틴으로 기억하는 것 아닐까.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소년들이 “Oh captain my captain”이라 외친 것처럼, 현재 내가 깜냥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어떨까 싶다. 소년들이 꿈꿨던 연애, 시인, 연극배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오늘에 집중하며 너만의 삶을 살라고 한 키팅의 말은 적어도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행동하는 것, 그 순간이 아마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내 인생에게 바치는 최소한의 존중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소년들 덕분에 키팅 선생의 뒤가 쓸쓸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인생에 휩쓸리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옆에 키팅 선생이 내 귀에 속삭인다고 생각하자. “Carpe diem”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떠나버린 故 로빈 윌리엄스(1951.7.21~2014.8.11)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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