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싯가' 상품 팔기 넘 어려워요
올해 처음으로 열린 꽃(시)장 및 경매에서 꽃값이 많이 올랐다.
그냥 오른 수준이 아니라 200~300% 넘게 '치솟았다'. 역대급 가격.
그렇다고 물건 수준이 정말 훌륭한가,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미쳤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그 많은 꽃집들이 난리도 아니었다. 꽃 한단 집으면 3만원, 5만원. 심지어 7만원까지
이 가격에 꽃 사서 손님한테 얼마에 팔 수 있겠는가. 그냥 쉬어버리는 사장님도 생겨버렸는데.
그 와중에 원가가 정해져 있는 수입꽃 가격도 시장 원리에 따라 올라버렸다~~
왜 이런현상이 발생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가장 큰 건 수요-공급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2년 전부터 농가는 꽃 출하량을 줄이고 있다.
이번 연말-연초 꽃시장과 꽃집이 다 같이 쉬다가 한 번에 개장을 하니 출하된 꽃은 없지, 수요는 많지. 가격이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아 물량이 없어서 올랐구나'라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가격.
●두 번째는 수입꽃 물량 부족.
1월1일이 끼어 있어서 그런지 해외에서 들어오는 수입꽃 물량도 많이 줄었다. 고품질의 수입꽃이 시장에 투입돼 국산꽃과 경쟁하면서 가격을 안정화시켜줘야 했는데, 이번주는 수입꽃 물량도 현저히 줄어들면서, 수입꽃 가격까지 2배 이상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장미의 경우 수입장미가 화형이 월등히 크고 수명도 길어서
꽃집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면 국산보다는 수입을 판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국산꽃 가격이 수입보다 비싸짐 -> 수입꽃 찾는 사장님들이 증가-> 수요 많아져 수입꽃 가격도 상승. 그렇지만 아무리 수요가 많다지만, 가격 마음대로 부르는 도매 사장님들은 진짜 잘못됐다.
꽃집 사장님들이 호구도 아니고, 도매사장님들!! 지난주랑 똑같은 수입장미 두 배 이상 가격 불러 팔기 민망하지 않으세요?
●소매업을 주로 하는 대형 체인업체의 경매참여
이 문제는 언젠가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정기구독, 꽃다발 등 상품을 파는 '소매 체인점'들이 있다. 이 업체들이 양재 도매인들과 똑같이 경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경매가에 꽃을 구매해서 소비자가에 판매한다. 마진율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는 경매가가 몇천원 더 비싸진다고 해서 큰 타격이 없다. 비싸게 사와도 어차피 마진이 많이 남으니까. 그러니 원하는 꽃을 낙찰받기 위해 경매가를 처음부터 높게 부른다. 도매 사장님들도 필요한 꽃은 낙찰받아야 하니 경매 가격이 계속 높아지는 거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리듯 몇 체인업체의 이기적인 행동은 전체 경매가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 본인들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전체 꽃 가격이 비싸져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여튼 나는 멘붕이었는데. 올해로 개업 33주년을 맞은 우리 가게의 사장님 두 분(엄마랑 이모)은 그래도 나름 차분하셨다. 산전수전 다 겪으신 거지. 그리고 손님들한테 꽃 가격도 못 올려 받았다.
꽃가격 올랐다고 하니까, 우리도 가격 인상한 줄 아시는데, 시세에 맞춰 만들다 보니 작아지고, 그럼 마음 안 좋아서 서비스 몇 송이 더 넣고, 결국엔 남는 게 없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농가의 소비자 직판이 꽃 시세 상승의 주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다 좋은데 말도 안 되는 얘기 하면서 꽃집 사장님들 나쁜사람 만드는 농가가 있다. 홍보 방법으로 꽃집은 도매 거쳐 가는데 농장은 수확한 꽃 바로 보내주니까 신선하다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이거 거짓말이다. 꽃집은 시장에서 발품 팔아 상태 최상급인 특-상품 꽃만 고르고 골라 가져온다. 소비자한테 팔 수 있는 꽃만 사 온다. 사 오고 나서는 전문가들이 컨디셔닝 해서 물올려놓고, 안 좋은 꽃은 다 거르고 좋은 꽃만 판매한다.
농가 꽃을 최전선에서 판매해주는 게 꽃집인데 왜 소비자와 꽃집을 이간질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부모님 농장에서 잘라버리는 꽃이 너무 아까워서 직판을 시작했다고 홍보하는 사장님. 우리화훼농가 살리기라면서 왜 수입꽃 떼와서 판매하시는지? 농장직판만 하신다더니 왜 꽃다발 만들어서 판매하시는지...? 뭘 팔던 자유지만 "제가 싸게 팔아서 꽃집들이 저를 공격해요"라는 또 소비자와 꽃집 이간질시키는 글은 제발 이제 그만 올리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