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구 Oct 10. 2021

발레 하는 시간

내 인생 첫 발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발레가 하고 싶었던  같다.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 식단관리 때문에 점심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던 발레 특기생 친구가 있었다. 대학시절엔 뛰어난 연기력으로 급부상한 배우가 자신의 멋진 몸매 관리 비법은 발레라고 말하는 인터넷 기사도 주의 깊게 봤었다.


 대체 발레가 뭐길래 그럴까 궁금했다. 누군가는 멋진 몸매의 이유라고 하는데, 누군가는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버텨내곤 했다. 가끔 보게 되는 화려한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나와는 아주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 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늘, 나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고,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곤 했다.


 워낙에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처럼 보였고, 당장 내 삶의 필요들을 채우기만도 급급한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발레는 금세 '사치'라는 이름으로 저 멀리 희미한 기억 속에 묻히곤 했다. 그렇게 영영 기회는 없을 줄 알았다.


 2020년, 세상이 뒤집어질만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나의 일상에도 엄청난 균열을 가져왔고, 오히려 내게 여유 시간을 선물해줬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으로만 멀리서 지켜만 보던 블로그 이웃이 서울에서 발레 학원을 여는데, 학원 오픈 기념 무료 발레 수업을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많은 생각의 부침이 있었다.

 들을까, 말까. 알던 분도 아닌데 막 무료수업을 그냥 들어도 괜찮을까. 내가 발레를 할 수 있을까.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체험 수업 이후로도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이래도 될까, 저래도 될까. 온갖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고민과 염려 끝에, 나는 수강신청 메시지를 전송했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일단 해봐야 알지.

 이런저런 재고 따지는 마음으로 쉽게 흥분하는 내 마음을 가라앉히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래, 공휴일이고 무료수업이니까, 손해 보는 건 아니야.

 

 얼마나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걸까.

 공휴일이라서 시간을 쓸 수 있었고, 무료수업이니 재정적 부담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나는, 그렇게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발레 생활이 시작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