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을 머금은 입꼬리와 주름들을 하나하나
아빠가 없을 때 여기는 작은 갈색 병이 된다. 이 안에서 보는 밖은 지루하다. 진하고 덜 진한 갈색으로만 보인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쌓인 잿더미처럼 숨이 꺼진 것처럼. 엄마와 용태, 보라, 막둥이가 번갈아 오긴 한다. 그러나 그들의 말과 발소리는 더 큰 고요를 일으킬 뿐이다. 더 작은 갈색 병으로 만든다.
내가 처음 눈을 뜬 날에 너무 반듯하게 새긴 것 같다. 아빠만큼 이곳을 아름답게 하는 건 없다고 말이다. 눈으로 아빠를 좇으며 나한테 아로새긴 글이 옳다는 걸 스스로 알아 왔다. 아빠가 뿜어내는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면 메마른 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기계가 먼지를 털고 눈에 불을 켰다. 모든 게 아빠가 집었다 놓은 모양으로 다음에 쓰일 때를 기다렸다. 손 때가 묻은 모든 게 모두 아빠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게 어떤 기다림인지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이 지루한 풍경에 영원히 갇힌대도 눈에 담은 첫 장면을 다시 쓰고 싶지는 않다.
꺾을 수 없는 고집처럼 내게 남아버린 아빠는 내가 세상을 볼 때 지나는 길이 되었다.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아름답다’, ‘든든하다’, ‘따뜻하다’고 쓴 장면에는 언제나 아빠가 있었다. 그래서 쓸 수 있게 된 말들이다.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이 말들을 다시 꺼내본다. 아빠와 엄마가 나란히 의자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앞에서 막둥이가 이쪽저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무릎을 꿇기도 하고 허리를 굽힌 채 엄마 아빠 얼굴을 꼼꼼히 살폈다. 먼저 짧고 얇은 막대기를 들고 엄마 윗눈썹 주변을 살살 긁었다.
“임 여사님, 송충이 발 떨어지네요.”
막둥이 말에 엄마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지난번에 미용실 가고 한 번도 못 갔지. 아빠 옆에 있느라 꼼짝도 못 해.”
“내가 눈썹 칼을 계속 가지고 다녔어야 하는데 자꾸 깜빡해서…”
아빠는 둘 이야기를 재밌어했다. 고개는 떨궜어도 슬며시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입꼬리 위에는 가는 호스가 코와 귀를 지나 아빠 무릎에 놓인 네모난 가방에 연결되어 있다. 푸슝 스읍 푸슝 스읍 하는 소리가 나는 이상한 가방이었다.
“아빠, 이제 잠깐 호스 뺄 거예요. 괜찮겠어요?”
아빠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막둥이는 호스를 빼더니 빠르게 코 밑을 슥슥 밀었다. 엄마 눈썹을 밀던 막대기가 아니라 훨씬 두껍고 큰 걸로 했다. 위잉 위잉, 서걱서걱 하는 소리가 몇 번 나고 막둥이는 허둥대며 호스를 아빠 코에 끼웠다. 아빠가 기침했다.
“면도는 처음 해보는 거라...”
막둥이가 아빠의 가슴을 쓸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엄마도 아빠의 등을 가만가만 쓸어내렸다.
“힘들면 하지 말아요. 안 해도 당신은 잘생겼어.”
“해. 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