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귀를 대고 내 안에 모두 담고 싶은 날
길고 큰 자동차가 대문 앞에 섰다. 문이 열리자 낯익은 사람들이 내렸다. 뒤로 모르는 사람들도 줄줄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검은 옷을 입었다. 지성이는 가슴과 배로, 터무니없이 큰 흰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아빠를 받쳐 들고 있다. 네모난 틀에 들어간 아빠는 벚꽃처럼 산뜻한 옷차림이었다. 팔다리도 지팡이도 없는데 괜찮다는 듯이 피식하고 웃고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에도 그랬다. 아빠는 그저 별일 없냐는 듯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나는 멀뚱멀뚱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렇게 다정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멋대로 마당으로 들어와 정원으로 갔다. 햇살과 바람이, 풀과 나무가 이토록 눈부신 날에 내 마당과 정원에 흠집이 나는 것 같았다. 그들 앞을 막아서고 싶어 몸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겁내지 않았다.
한 남자는 어제 아침 막둥이가 서 있던 자리에 작은 구덩이를 팠다. 옆에 있던 용태가 품에 들고 있던 하얀 보자기를 바닥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매듭을 풀자 작은 나무 상자가 드러났다. 삼 남매가 모여 앉아 상자 안에 손을 넣었다.
“아빠 손목에 심었던 철심도 나왔네. 임플란트한 것도. 우리 아빠 고생만 하고 맛있는 건 많이 드시지도 못하고…”
보라가 말과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렸다.
“뼈에 결이 있어. 살짝 푸른빛. 분홍색도 있고.”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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