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호 Jan 18. 2023

익살스러운 꽃

이소의 모습 #3

  비교적 최근, 이소가 만든 화면에서는 팬지꽃이 자주 등장한다. 삼색 제비꽃라고도 불리는 이꽃의 꽃말은 ‘나를 생각해주세요’다. 얼핏 눈코입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 꽃에서 이소는 자신의 표정일지도 모르는 무표정과 웃음 사이의 미지근한 미소를 담았다.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표정은 이소의 표정같기도 하다. 작업실에서 이소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적당한 템포로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조근조근 오리고 잘라 붙이기를 반복한다. 


이소의 모습
이소의 모습

  그의 작업을 나름대로 세 가지 구성으로 생각해 보았다. 꽃, 망점, 유리다. 작업의 배경이 되는 망점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일전에 대화에서도 나눈 주제이다. 그가 최근 이용하는 화면의 바탕은 대부분 모눈과 방점과 같이 인쇄된 종이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이다. 이 위에 올라간 팬지꽃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늘상 마주하는 인도위의 조경과 유사하다. 일정한 격자무늬 패턴으로 조합된 보도블럭 위에 잘라내고 붙여진 꽃의 얼굴들이 유영한다. 그리고 그는 액자마저 작업의 일부로 흡수했다. 프레임에 색을 넣고 유리위에 날씨와 같은 분위기를 올린다. 따로 떨어진 이 레이어는 매우 견고하게 서로를 지탱한다. 그의 작업에서 항상 나의 예상은 빚나간다. 가벼운 아크릴 소재라고 생각한 매체는 이내 무거운 유리인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유리조각이라고 생각했던 때는 항상 가벼운 아크릴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게 그는 보편적인 틀을 비틀고 뒤집어 자신에게 주어진 다양한 재료의 가능성을 탐구하여 자신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작업실 풍경
이소의 모습


  오래된 것, 흥미로운 질감, 우연이 마주진 표정, 미지근한 날씨 등 물리적 영역과 비물리적 영역을 구분 짓지 않고 수집한다. 무작위로 수집된 다양한 파편은 이 작업실에서 명확한 역할을 부여받아 새로운 조각이되어 다음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아이가 모래를 가지고 놀듯, 또래 친구들과 뛰 놀듯, 그렇게 작가 이소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모습으로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



작가의 이전글 아몬드와 커피, 그리고 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