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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Nov 02. 2023

유형의 사랑

얼마 전,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가 불현듯 보고 싶어졌다. 당장 비행기 표를 끊고 갈 수는 없는 현실을 살고 있기에 작은 모니터 채팅창 건너편으로 뜬금없이 보고 싶다는 말을 건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내 친구는 나의 느닷없는 고백에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반갑게 내 마음을 받아주었다.



제주에서 잠시 함께 지내며 알게 된 우리의 역사는 결코 길지 않다. 제주를 떠난 후에는 수도권과 부산이라는 조금은 먼 물리적 거리를 사이에 두고 지냈고 지금은 뉴욕과 한국이라는, 거리를 떠나 낮과 밤조차 공유하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 있지만 우린 서로를 잘 이해하고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기에 그 모든 시공간적 문제는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각자의 고민은 나눠가짐으로써 한층 가벼워졌고 기쁨은 팽창했다. 그런 우리는 사실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는다. 사랑이 마음속에 가득 담긴 삶을 살아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음에도 각자의 사랑은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퍼져있기에 항상 서로에게만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문득 떠올랐을 때 가볍게 전하는 마음, 그걸로도 우리는 충분했다. 서운함은 없었다. 한순간 서로를 떠올리고 사랑하는 시간이 있다면 됐다.



사랑은 유형이다. 순간 떠오른 사랑은 표현되지 않으면 상대방이 평생 알 길이 없고 그 감정의 주체인 나조차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그렇기때문에 표현되지 않은 사랑은 결국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된다. 그리고 모든 관계는 언젠가 결국엔 막을 내리게 되어있는데 그게 어떤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든 그러한 결과는 우리도 어찌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고 감정의 유효기간은 더더욱 한정적이다. 귀찮다고, 부끄럽다는 이유로 마음속에 고이 묻어만 둔다면 아무도 모르는 순간 수증기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지런히 드러내고 사랑해야 한다. 그때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신 없을 그 뜨거운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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