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바늘 Nov 19. 2023

07. 타인이 싫다.

타인은 왜 나를 불행하게 하는가

에너지가 모자라.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불편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보다는 당연하고, 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보다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아마 평생 혼자 살지 않을까 하고 늘 생각했던 것도 이런 내 성격 때문이었다.


  혼자 있을 때에 특별히 신이 나거나 즐거움에 심장이 두근거리지는 않았으니, 사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한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타인과 대화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사람들과 만나 대화해야 한다는 걱정만으로 내 체력은 고갈되어버리곤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어색하면 어떡하지?


  이런 질문은 10대, 20대 초반에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를 기준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던 것이다. 차라리 이런 고민이 훨씬 나았다는 것을 세상의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알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어 들어오는 사람들, 남을 혐오하는 말을 유머인양 웃음을 강요하는 사람들, 이제 나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안 만나지?라는 고민을 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불행 중 상당수는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라고 했다. 내가 너무 공감하여 책을 잃다가 웃음이 터졌던 문장이다. 나는 자주 혼자 있기를 소망한다. 일 할 때에는 특히 혼자 있고 싶다. 회사원으로서 참 어려운 소망이지만, 아무도 내게 말 걸지만 않는다면 일이 얼마나 빨리, 실수 없이 끝날까를 매일매일 떠올리고 만다.


  쉴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방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상황 자체를 두려워했다. 실제로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해도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타인을 싫어하게 된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다. 그저 내가 그들을 감당할 그릇이 못된다.


내게도 사람이 필요한가?


  베일런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사실이다.”라고 했다. - 행복의 조건


  내게 농사지을 능력이 없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식의 필요야 진작에 이해를 했다. 하지만 나는 꽤 오래 고민했다. 과학이 증명한 것처럼,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고민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한 가지 질문에 답함으로써 쉽게 해결되었다.

  100억을 받는 대신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만날 수 없다면 그렇게 하겠는가?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아주 간단하게 돈을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돈보다 사람을 더 원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사람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사람 덕에 기쁨을 느낀다. 내가 100억이 있다고 해도 나를 위해서만 써야 한다면 그 기쁨은 아주 적을 것 같았다. 내게 돈이 필요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를 포함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이 돈 걱정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나와 피를 나눈 사람들과 오랜 친구들이 전부라고 생각한 내게도 인생의 동반자가 생겼다. 어쩌면 평생 만날 일도 없을 사람과 평생을 약속했다. 사람이 주는 기쁨의 끝을 맛본 바람에, 세상에 나만 특별히 다르다는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나에게도 사람이 필요하다.


타인 - 정바늘


싫은 사람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정말 정말 미치도록 싫은 사람이 있는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이미 검증된 사실이 알려주듯, 사람의 행복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것이 사람인만큼 사람의 불행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람이다.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그 사람이 나의 타인이듯, 나도 그 사람의 타인이다. 나는 그 사람의 성격을 오직 내가 볼 수 있는 맥락에서 판단한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바뀌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 직장에서는 빈틈하나 보이지 않는 철두철미한 사람이지만 가족이나 연인과 있을 때에는 덜렁거리고 칠칠치 못하게 행동한다거나, 게임을 할 때는 열정적이고 승부욕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달리기 시합을 할 때는 열정이나 승부욕 같은 것은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의 성격은 특정한 맥락에서만 고정되어 있다. 나도 마찬가지고 타인도 마찬가지다. 내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정한 맥락에서의 모습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기는 쉽고 간단한 일이지만 결코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은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결국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므로, 목적에 맞게 생각해 보자.  먼저 우리가 그 사람의 전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도 나 만큼이나 복잡하며 그들의 모든 행동에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처럼 이유가 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그 사람에 대해 온 힘을 다해 싫어하는 그 점들은 그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에서 우리의 불행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신에게는 그 사람과 잘 지내고 싶은 의지가 있는가? 그럴 의지가 없다면, 그 사람을 그냥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방법이 최고다.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게 되면 싫은 마음은 단숨에 사라진다. 그러면 그 사람으로 인한 불행은 끝난다.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사람은 어떨까? 직장인이라면 직장 동료나 상사, 자영업자라면 단골손님,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가족은 눈앞에서 단숨에 치워버리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게 진짜로 고통을 주는 것이 바로 이들이다. 잘 지내고 싶지만 너무 싫은 사람들, 너무 싫은 몇 가지 특징을 빼면 다른 점은 참 좋은 사람들.


  어쩌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견뎌내야 하는 고통이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 내가 이 싫은 사람들로부터 받는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


그 사람의 싫은 점은 사실 내가 억누르고 있는 욕망일수도 있다.


  나를 짜증 나게 하는 수많은 타인들 중 가장 싫은 사람의 행동을 떠올려보자. 혹은 다른 점은 다 괜찮은데 단 한 가지가 너무너무 싫어서 나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의 행동도 좋다. 내가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것은 간단한 생각이다. 그 사람이 그 행동을 하는 것을 잠시 떠올려 본 뒤, 내가 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예를 들어 가족이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지 않는 것이 너무 싫다면, 내가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지 않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누가 치우든 말든 그딴 것은 내 알 바가 아니고 나는 그냥 설거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설거지 좀 해 놓으라고 잔소리했던 그 사람이 나에게 말한다. '네가 먹었으면 네가 설거지 좀 해!' 이런 상상을 하면서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를 잘 살펴보자.


  더러운 접시를 그냥 방치해 놓다니 너무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무책임한 행동에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고 죄책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 해방감이 드는 것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행동이 너무나 싫은 것은 내가 그 행동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신호다. 누군가가 설거지를 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싫다면 그 신호가 알리는 것은 '나도 설거지가 너무나 하기 싫지만 의무감으로 설거지를 한다.'는 나 자신의 마음에 대한 것이다. 만약 설거지하는 것을 정말로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설거지를 하지 않는 가족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내가 타인의 그 행동을 싫어하는 이유를 내 안에서 찾는 순간 놀랍게도 타인의 싫은 행동이 실제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자신의 기분에 따라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내가 후배에게 폭언을 하는 상상을 해보아도 해방감이 느껴지지는 않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면 다음 방법을 시도해 보자

  

가장 싫은 그 사람이 가장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라.


  그 사람의 싫은 행동이 사실 내 억압이었을 수도 있다는 상황은, 주로 그 사람은 대체로 마음에 드는데 특정한 행동이 싫을 때 시도해 보기 좋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전반적으로 싫을 때는 어떻게 할까? 그 사람의 말투부터 표정까지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면?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나를 불행하게 한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바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걱정하지 말자.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실제로 줄 필요는 없다. 오직 내 상상 속에서 주면 된다.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전부 가진 채 행복에 겨워 크게 웃는 모습을 상상하자. 그 사람이 일할 때에 불행해 보인다면 일로부터 자유로워진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그 사람이 '돈이 없다'를 연발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충분히 쓰고도 남을 돈을 그 사람의 통장에 이체하는 상상을 하는 것도 좋다. 당신의 커다란 자비에 감동하여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처음에는 강력한 거부감이 당신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그 상상에 푹 빠질수록 당신도 즐거워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상상 속에서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는 것이 크게 힘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려면 큰 관심이 필요하다. 싫은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모든 과정은 나를 불행으로부터 구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니 해볼 만하다.


  그 사람이 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부족해서 저렇게 스스로와 타인을 불행하게 하는지 알게 된다면, 그리고 당신이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준다면, 당신에게 그 사람 때문에 고통받을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재난'같은 사람은 자연재해를 대하듯 하라.


   만약 당신이 싫어하는 그 사람에게 무엇을 주어도 만족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그 사람의 만족이 근본적으로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에서 온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는 등산길에서 아기 멧돼지를 본 것처럼 도망쳐야 한다.


  하필이면 그 사람이 내가 꿈에 그리던 직장의 상사라고 할지라도, 심지어 부모일지라도 도망쳐야 한다. 아기 멧돼지의 근처에는 어른 멧돼지가 있을 것이다. 아기 멧되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도망가지 못하면 언제 어른 멧돼지라는 자연재해가 나타날지 모른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어떤 사람은 '재난'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가 그들이다. 인류의 약 1%나 되는 그들을 우리는 언제든 마주칠 수 있다.


  그 어떤 것에도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당신을 괴롭힌다면 피하라. 그들은 적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사람들이지 나와 즐겁게 인생을 함께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을 피하는 것을 겁쟁이 같다거나 그들을 따돌린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화산 폭발을 피한다고 아무도 우리를 겁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거나 가족과 인연을 끊는 것이 어렵다면 그들이 자연재해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 사람의 실체를 아느냐 모르느냐는 당신이 겪는 고통의 크기에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오늘은 타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타인 이야기 중 빼먹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타인을 미워하는 힘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미워하는 힘이기 때문에, 이후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타인으로서 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

참고 자료

평균의 종말 - 토드로즈

리얼리티 트랜서핑 - 바딤 젤란드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 데일카네기

심리학이 분노에 답하다 - 충페이충

행복의 기원 - 서은국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 - 김태형



매거진의 이전글 06. 풀타임이 뭐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