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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기

다시 걷기



오랜만에 해파랑 길이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서 출발해 도구해수욕장 쪽으로 오른다.

웬만한 우산은 살이 견뎌내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다. 바람을 등지고 떠밀리듯 바닷길을 걷는다.

흩날리던 비는 수시로 또렷한 모양을 하고 비닐 우의에 초롱 한 소리를 내며 꽂힌다.

바람과 비와 바다... 각자 외로울 뗀데 잘 어울린다. 나까지 끼워줘 고맙네...     


오늘은 멋진 노을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도 좋다. 바다의 주인공이 노을일 수는 없지. 부지런히 굴러다니는 몽돌의 도로록 거림, 시원한 바람 소리, 갈매기의 신비한 울음까지. 바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은 천지삐까리다.      


걷다 보면 생각이 많아질 것 같지만 의외로 별생각 없다. 어쩌면 내면 깊은 곳에 쌓여있던 일상의 찌꺼기를 부지런히 배출하고 있는 건지도...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까지 무심히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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