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킨디 진로상상 프로젝트
크리킨디센터는 직업과 직종이 아니라, 나와 타인, 생태계와의 관계성을 바탕에 두고 삶을 살아갈 감각과 역량을 기르는 내용의 '청소년 진로상상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2020년 7월 8일(수)부터 8월 5일(수)까지는 비대면 진로체험을 시범운영 하고 있으며 <미장으로 빚는 흙공>, <감각의 주방>, <바디 퍼커션>, <관계의 재구성>, <자전거 안전교육가>, <그루매니저>, <도시농업전문가>, <파쿠르 코치>, <플립북 애니메이터>, <공익데이터 활동가>, <AI의 첫 걸음> 등의 11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지난 6월 청소년운영위원회를 비롯, 청소년들과 코로나 시대의 진로체험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우리는 진로상상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7월 한 달간, 비대면 체험활동의 시범운영을 해보기로 했지요. 아직도 시범운영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중간점검 차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1차는 스태프들과 2차는 청소년의 참여로 진행한 진로상상 프로젝트의 비대면화! 몇 가지로 요약해서 전합니다.
1. 겁을 너무 먹었었네, 비대면 체험활동 할 만하네!
온라인으로 파쿠르를? 온라인으로 감각을 이용한 요리 수업을? 온라인으로 미장기법을 활용한 흙공 만들기를? 온라인으로 소리 수업을? 여러 파트너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걱정을 한가득 안고, 비대면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파쿠르 수업을 하면서, 스태프들끼리는 비대면 수업의 완벽함이 아니라, 가능성에 동의했습니다. 영상링크와 친절한 설명을 통해 파쿠르의 기본동작을 익히고, 코치를 받았어요. 파쿠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파쿠르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일들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60분이 순식간에!
<파쿠르 코치> : 매일 반복되는 경로, 놀이에서 벗어나 새롭고 신선한 움직임을 습득하는 이타주의 스포츠 파쿠르. 파쿠르의 기초 움직임을 배워보면서 파쿠르로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해봅니다.
2. 아직은 모두가 입문자, 비대면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기능을 익혀야 해!
크리킨디 스태프들도 코로나 상황 직후 줌(Zoom)으로 회의하며 많은 시간을 이 온라인 공간에서 지냈지만, 회의와 강의(활동)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 수업을 진행하는 자가 화면공유/채팅/동영상 음성 공유 등의 기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수업이 자주 지연되면서, (도움을 주려는) 스태프들이 화면에 자주 출몰했어요.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닌 입장에서는 이런 작은 기능 하나하나가 작동하기 어려운 기계를 다루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런 것도 언젠가 차차 익숙해지겠지...)
3. 대면 수업이 우리에게 주었던 기쁨의 순간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옮겨올 수 있을까?
얼굴을 가리거나, 질문 후 한동안 침묵의 시간을 견뎌내야 할 때. 참여자들의 생각을 엿보기가 쉽지 않은 강사들은 오프라인 활동에서 눈을 마주치고 표정을 읽으면서 수업했던 때를 떠올리며, 갑갑함을 호소하기도 했어요.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상황은 난감하고 진땀 나는 순간일 수밖에 없는데요, 처음 만나는 랜선 관계에서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시간을 넉넉히 둘 수 없는 활동의 경우, 키워드 중심의 채팅과 공유가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온라인 환경이 주는 편리함은 ‘배움과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전제로 할 때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관계의 재구성> : 나는 내 삶에서 '진로/하고 싶은 일'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진로와 내 마음의 관계를 알아보는 신기하고 낯설지만 신선한 즐거움이 있는 진로 심리 워크숍.
4. 온라인의 한계를 서로 인정한다면, 이 순간도 유쾌할 수 있다!
인터넷 환경이 달라서 생기는 시차, 소리의 울림은 그 환경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출발한다면 오히려 재미있는 상황으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몸으로 함께 만드는 음악’에서 바디 퍼커션을 하며 팀으로 박자를 쌓는 활동에서는 음악에 맞춰서 몸을 동시에 두드린다는 게 어려웠는데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상대의 몸동작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참여자들도 이런 상황에 동의하고 호의적 반응을 보여주었기에 모두가 그 상황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바디 퍼커션> : 소리내기, 움직이기, 다 같이 노래하기 등 악기가 없어도 맨몸으로 음악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화면 너머 상대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피고 박자를 맞추는 것도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팀워크!
크리킨디센터는 휴관과 운영재개를 반복하면서, 코로나의 현 상황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밖을 나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테고, 이전과 같은 대규모 체험활동은 당분간은 진행할 수 없겠죠.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100~200명의 학년 단위 체험활동은 불가능하니, 학급별 소그룹 활동에 기대를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3시간의 일회성 체험활동은 많은 청소년에게 체험의 기회를 주기는 했지만, 그 체험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을 하긴 어려웠고, 이러한 체험활동이 점점 많아지면서, 체험의 과잉, 체험을 쇼핑하는 소비자 청소년의 태도를 낳기도 했지요.
현재 크리킨디에 걸려오는 전화 중에는 비대면 수업에 대한 요청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의 활동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많습니다. 교실 안에서 거리두기와 방역을 실천하면서, 접촉이 이뤄지는 협력 활동은 어렵지만, 학교 수업도 장기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상황에 진로체험마저 비대면으로 하기엔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처지가 못내 아쉽다는 것인데요. ‘진로체험 너마저 비대면은 너무하지 않니?’라는 질문에 지금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비대면 진로 활동의 아쉬움을 보완할 방법을 점점 찾아가야 하겠습니다.
작성자
바다 bada@krkd.eco
학교와 크리킨디를 잇는 교육허브팀에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