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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디자인 Jan 28. 2019

2019 서울디자인스팟
#2 을지로-퇴계로

월간 <디자인> 2019년 2월호

디자이너에 의한, 디자이너를 위한 동네

을지로-퇴계로


서울역에서 명동, 남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지나 신당역까지 퇴계로 일대는 문화·역사적 자산이 풍부한 지역이다. 특히 을지로는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익숙한 동네다. 인쇄소가 몰려 있고 공구 상가, 공업사가 즐비해 그래픽, 가구, 제품 등 영역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다녀간다.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이 많고 다른 지역보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해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꽤 자리를 잡은 상태다. 을지로와 퇴계로의 숍, 카페, 서점 가운데 특별히 감도 높고 영감을 자극하는 공간만 엄선해 소개한다.  




판화가와 트럼펫 연주자의 공간

AP 숍

AP 숍은 판화가 최경주의 프린팅 레이블 ‘아티스트 프루프’의 쇼룸이자 매달 열리는 소규모 콘서트 ‘AP 숍 라이브’의 공연장이다. 회화, 판화, 오브제, 포스터 등 오리지널 작품과 아트워크에서 파생된 상품을 전시·판매한다. 또 실크스크린, 에칭, 페인팅 등 판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판화의 특성상 반복해서 여러 장 작품을 프린트할 수 있지만 대부분 한정 수량으로 작업하며, 파생 상품 또한 소량 제작하는데, 같은 작업물이라 해도 색감과 레이아웃이 각기 다른 게 매력. 공간 디자인을 맡은 스튜디오 씨오엠은 최경주와 콘셉트부터 매대 높이, 스피커 위치까지 꼼꼼히 상의해 결정했다. 가구와 집기류에 최경주가 주로 사용하는 도형과 기하학적 요소를 적극 반영한 점도 눈길을 끈다. 숍 내부에서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의 촬영은 금지하고 있지만 필름 카메라로는 촬영이 가능하니 참고하길.

대표  최경주, 이동열
브랜드 아이덴티티  오와이이(대표 오혜진), o-y-e.kr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씨오엠(대표 한주원·김세중), studio-com.kr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씨오엠 / 길종상가(대표 박길종), bellroad.1px.kr / 원투차차차(대표 권의현), onetwochachacha.kr
운영 시간  13:00~18:00(일·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5길 9 301호
웹사이트  artistproof.org 




도심으로 떠나는 휴가

바캉스커피

을지로입구역 근방에 있는 바캉스커피는 고층 건물과 좁은 골목으로 북적이는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건물 9층에 자리해 복잡한 거리 풍경 대신 건물이 중첩되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조용히 감상하기 좋다. 매장 내부는 온통 하얗다. 곳곳에 흰색 천을 드리워 구름 속에 들어온 듯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텅 빈 공간에서 손님들이 각자 희망하는 휴가와 휴식을 상상하기를 바라며 디자인한 결과. 공간 중앙에는 거대한 액자 프레임을 닮은 흰색 구조물이 있는데 이를 통해 맞은편에서 보이는 장면을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추상적이고 허구적으로 표현한 공간은 생각하기를 멈추고 오직 현재에만 집중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휴가를 떠났을 때와 흡사한 기분을 선사한다. 군데군데 배치한 싱그러운 식물, 카운터 앞에 놓인 거북이 장식품, 책장 안에 넣어둔 각종 아트북이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대표  이창균
브랜드 아이덴티티  바캉스커피(대표 이창균)
인테리어·가구 디자인  플랏츠(대표 박종윤)
운영 시간  12:00~23:00(일요일은 21:00까지, 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9길 12 나전빌딩 9층
인스타그램  @vacances_coffee




리딩테인먼트 세계로 향하는 아치

아크앤북

아크앤북은 저평가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변 상권을 부활시키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 OTD 코퍼레이션이 야심 차게 기획한 서점이다. 책과 라이프스타일 숍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국형 쓰타야’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크’는 건축 구조인 아치arch에서 따온 말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듯 책과 사람, 공간을 이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 이름을 고스란히 공간으로 옮긴 듯한 아치형 관문은 총 8000권의 도서로 이뤄져 있어 실제 책 세계에 진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반적인 서점의 분류 방식 대신 일상daily, 주말weekend, 양식style, 영감inspiration 등 네 가지 테마로 큐레이션했는데 이는 독자들의 새로운 삶의 패턴을 발굴하고자 기획한 것. 주제에 맞는 상품을 책과 함께 진열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다. 아크앤북이 위치한 ‘을지로 디스트릭트 C’에는 식물학 카페, 태국 음식점 ‘따따블’, 태극당, 띵굴스토어 등도 입점해 있는데 이를 통해 OTD 코퍼레이션이 추구하는 리딩테인먼트의 방향성이 드러난다.

기획·운영  OTD 코퍼레이션(대표 손창현)
브랜드 아이덴티티  OTD 코퍼레이션, otdcorp.co.kr 
인테리어 디자인  더 스퀘어(대표 정성규) 
가구 디자인  시나프(대표 신창묵), cnaf.co.kr
운영 시간  10:00~22:00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29 부영을지빌딩 지하 1층 
인스타그램  @arc.n.book_official




독립 창작자들의 근거지

키오스크키오스크

남산 아래 자리 잡은 문화 공간 피크닉에서는 작은 상점을 하나 만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민진아가 운영하는 키오스크키오스크가 그 주인공. 이곳은 독립 창작자들이 모이는 독립적이고 가변적인 장소를 지향한다. 이는 매장 내 가구에도 드러나는데 변칙적이고 변형이 가능한 가구와 집기는 간이매점을 모티프로 했다. 이곳에서는 도자, 목공예, 위빙 등 공예품부터 사진가와 디자이너들의 제품, 독립 출판물, 음반 등을 판매한다. 또한 창작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문구와 일상용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제품 판매 외에 창작자들과 협업해 소규모 워크숍과 마켓을 운영하기도 하고 ‘디자이너 에디션 문구 시리즈’나 그림 카드 프로젝트 ‘아트 온 카드Arts on Cards’ 등 창작자들과 상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또 헤이조 스튜디오의 조현열과 협업해 키오스크키오스크의 자체 프로젝트도 기획한다. 

대표  민진아
브랜드 아이덴티티  헤이조 스튜디오(대표 조현열), heyheyjoe.com
인테리어 디자인  키오스크키오스크(대표 민진아) / 길종상가(대표 박길종)
가구 디자인  길종상가, 전산
운영 시간  하절기 12:00~20:00, 동절기 11:00~19:0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피크닉 1층
인스타그램  @kioskkioskshop
© 왼쪽 김규한(디자인하우스) / 오른쪽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을지로의 힙’을 만든 문화 놀이터

신도시

신도시의 등장은 을지로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름하다 못해 폐허 같은 건물에 위치한 이곳은 2015년 문을 열었는데 오픈과 동시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힙한 분위기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미술과 디자인, 음악을 하는 이병재와 사진가 이윤호가 이끌어가는 신도시는 기본적으로는 바로 운영하며 공연, 상영회,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공간 이름이자 프로젝트 팀 이름이기도 한 ‘신도시’는 외부 전시나 기획, 디자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6년에는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는 SDS 프로덕션을 설립해 음악가, 디자이너, 미술가, 만화가 등과 협업하며 음반, 출판물, 영상물 등을 기획·제작하고 있다. 공연이나 이벤트에 따라 주말에는 오픈 시간이 변동되며 SNS를 통해 공지한다.

대표  이병재, 이윤호
브랜드 아이덴티티·인테리어·가구 디자인  신도시(대표 이병재·이윤호)
운영 시간  월~목요일 18:00~2:00, 금요일 18:00~3:00, 토요일 18:00~3:00 (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11길 31 5층 
웹사이트  seendosi.com
©김규한(디자인하우스)




한국적 아름다움과 현대미의 공존

더피터커피

한국적 요소에 현대적 미감을 버무린 공간이 인상적인 카페다. 국내에서 수집한 고재와 선박에 사용되었던 나무를 인테리어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또 커다란 돌을 일일이 손으로 깎아 거친 질감을 낸 뒤 카운터, 선반 등에 사용했다. 자연스럽게 표현한 돌의 질감은 바닥과 계단에도 이어진다. 이런 느낌은 사찰이나 궁궐, 성곽 등 옛 건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라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키가 낮은 소반을 테이블로 사용하거나 고재 기둥을 대들보처럼 천장에 배치한 점 또한 한국적이다. 고풍스러운 내부와 대조적으로 건물 외관은 매우 모던하게 풀어냈는데 인근의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다. 깨끗한 흰색으로 마감한 사각형 건물에 커다란 원형 창을 내어 현대적인 감각의 동양미를 드러냈다.

대표  김형남
브랜드 아이덴티티  조미연
인테리어 디자인  디자인오(대표 김진호), design5.kr
운영 시간  11:00~22:00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411
인스타그램  @the_pter_coffee
©김규한(디자인하우스)




60년 된 창고의 변신

아포테케리

아포테케리는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수제 맥주와 와인을 판매한다. 입구를 찾기 쉽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그만큼 더 아늑한 느낌을 준다. 약재상이라는 의미를 지닌 상호명에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고유한 레시피를 연구하는 자세를 갖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아포테케리가 위치한 건물은 본래 1968년 양곡 저장 창고로 지었다가 이후 도예가들의 작업실로 쓰던 곳이다. 원래 패션업계에 몸담고 있던 박남철 대표는 이 공간을 보고 한눈에 반해 7개월간 직접 인테리어를 맡아 폐공장 수준이었던 곳을 환골탈태시켰다.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하는 산업용 거푸집과 기계에 달려 있던 손잡이 레버는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조성한다. 금속이 주는 차가움을 보완하고자 천장에는 일본식 목조 트러스트를 살리고 창을 내 부족한 채광을 확보했다.

대표  박남철 
브랜드아이덴티티·인테리어·가구 디자인  박남철 
운영 시간  12:00~23:00(일요일은 22:00까지)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409-9
인스타그램  @apothecary_owner
©김규한(디자인하우스)




여성 창작자들의 저력

나이스숍

공간은 작지만 좋은 물건으로 알차게 채운 나이스숍은 철물점이 줄지어 있는 을지로 거리에 숨어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가 운영하는 이곳은 여성 창작자들의 작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편집매장이다. 여성으로서 오랫동안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디자이너 김은하, 윤장미는 자신들과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 창작자들을 찾아내고 디자인, 예술 제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양한 방식을 만들어보고자 나이스숍을 열게 되었다. 사무 공간과 나눠 쓰다 보니 공간이 매우 협소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보완하고자 필요에 따라 ㄱ자 또는 一자로 바꿀 수 있는 가구를 고안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오혜진이 만든 달력과 김예림 작가의 자개 손거울, 도자를 다루는 조연예 작가의 정물 시리즈 등 다른 매장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여성 창작자들의 알짜배기 작품들을 선별해놓았다.

대표  김은하, 윤장미
브랜드 아이덴티티  나이스프레스(대표 김은하), nicepress.kr
인테리어·가구 디자인  플로라 앤 파우나(대표 이다미), dammylee.com
운영 시간  동절기13:00~19:00(목~토요일), 하절기 13:00~20:00(목~금요일), 13:00~19:00(토요일)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99-1 미광빌딩 3층 
웹사이트  shop.nicepress.kr
©김규한(디자인하우스)



불분명해서 오히려 매력적인

투피스

그래픽 디자이너 지남희가 꾸려나가는 투피스는 카페 겸 사무실이자 갤러리로 사용하지만 언제든 용도를 바꿀 수 있는 정체가 불분명한 공간이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은 한 가지 용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각 오브제에 새로운 용도를 부여한 것. 흰색 사각 타일을 커피 바의 메뉴판이나 커피 코스터로 활용하는 식이다. 같은 건물 6층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제로랩의 가구 ‘스틸 투게더Still Together’와 함께 직접 수집한 중고 가구로 공간을 채웠는데,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테이블 상판을 일렬로 벽에 붙여놓은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카페에서는 디자이너가 직접 내린 클레버 드립 커피와 베이킹을 겸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베이크키트’가 직접 만든 ‘투 피스 파운드 케이크To Peace Pound Cake’를 맛볼 수 있다.

대표  지남희
브랜드 아이덴티티·인테리어 디자인  투피스
가구 디자인  투피스, 제로랩(대표 장태훈·김동훈), zero-lab.co.kr 
운영 시간  매월 변경. 방문 전 투피스 인스타그램 프로필 확인 필요.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230-1 5~6층 
인스타그램  @twoffice
©김규한(디자인하우스)



글: 최고은

담당: 월간 <디자인> 편집부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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