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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성 Sep 29. 2021

하고 싶은 게 많다면 구글 캘린터부터

내가 언제 뭘 할지부터 정해봅시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창업을 했고, 애는 둘.
체력과 뇌는 쓴 만큼 충전해야 하며
잠이 많은 사람에게,
시간이란...?



빠져나갈 틈이 없어 보이는 숨 막히는 시간의 소유자. 바로 접니다. 깝깝하시다고요? 네, 가장 답답한 것도 바로 전데요.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아 늘 ‘시간 없다’ 불평을 달고 사는 날 위해 대책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1년 전부터 구글 캘린더에 모든 일과를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시간 관리'가 너무 안 돼서 얼마나 시간과 체력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직면할 때가 온 것이었죠. 내가 어디에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꼼꼼하게 기록해보고 향후 플랜을 짜 보겠다는 야무진 각오도 있었어요.



내 시간 눈으로 확인하기



구글 캘린더 기록의 핵심은 내가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가시적으로 확인하는 것이었어요. 그러기 위해 구글 캘린더의 두 가지 기능을 활용했는데요. 하나는 크게 쓰는 시간들을 각기 다른 색으로 구분해 입력했고요. 다른 하나는 주간 일정으로 보는 거였어요.


색을 구분해 시간 단위로 입력한 후, 주간 일정으로 보면 내가 하루, 일주일 동안 어디에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죠.


처음 기록을 시작할 땐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하루에 크게 쓰는 시간을 일(옅은 회색), 육아(노랑), 나만을 위한 시간(보라), 사이드 프로젝트(초록), 그리고 수면(진한 회색)으로 구분했어요.



그랬더니 왼쪽 이미지처럼 금방 루틴이 보이더라고요. 평일 오전과 낮 시간엔 회사 일에, 평일 저녁과 주말엔 육아에 시간을 쓰고 있었죠. 출퇴근 시간과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 새벽이 돼서야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어요.


오른쪽 이미지에선 <내 일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출간 준비로 바빠 일주일 내내 평일 새벽과 아침, 주말에도 사이드 프로젝트에 시간을 할애한 게 보이네요.


이렇게 시간을 기록해 보니 회사일과 육아 외에 추가로 다른 걸 하기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 어디서 시간을 벌어오나 늘 종종 댔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최대한 많이 하려고 욕심부리다 괜히 일(대체로 사이드 프로젝트)을 크게 벌리고 수습하느라 허덕 대기 일쑤였거든요. 무리가 되는 것들은 잘라냈고, 과하게 욕심내지 않으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어요.



캘린더에서

내 한계와 가능성 발견하기



루틴을 반복하니 갈증이 생겼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로 창업하려다 이직을 했던 터라 점점 더 심해졌는데 병행할 시간은 없으니 선택을 해야 했죠. 그렇게 창업의 길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듯 달라진 캘린더.



1년 전 회사 다닐 때와 창업한 지금,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시각은 비슷해요. 미취학 아이 둘의 양육자이다 보니 아이들이 기관에 가는 시간에 맞춰 일을 해야 하죠. 사이드 프로젝트를 구분했던 초록색이 일이 되어 평일 낮시간을 주로 쓰고 있어요. 저녁 시간 육아, 주말 육아도 기본값이고요.


대신 100% 유연근무로 일하고 있어 꼭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 일하지 않아도 돼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나 개인 일정이 있는 날엔 잠시 쉬어가거나 다른 시간에 일을 하고요. 재택근무하는 친구 집에서 함께 일하거나 동네 작은 도서관 지킴이를 하며 일하기도 하죠.


시간을 쪼개거나 공유하면서 쓰는 경우가 많고, 소통을 위해 공동창업한 동료들의 일정까지 들어와 있어 회사 다닐 때보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시간을 더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쓰고 있어요.


크게 깨달은 것도 있어요. 하고 싶었던 일 '사이드 프로젝트'로 창업을 했으니까 나만의 시간은 크게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요. 난 무얼 해도 보라색,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게 분명해졌어요. 운동, 영화 보기, 글쓰기, 책 읽기, 대화 등 오롯이 나를 위한, 나를 채우는 시간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사이드 프로젝트가 일이 되니 일 외에 또 뭔가 다른 구석이 필요한 나. 일 말고 다른 걸 하려니 또 새벽 시간에 무리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회사 다닐 때와 다르지 않았죠. 그래서 최근 일하는 시간을 줄였어요. 공식적으로 주 4일 근무하기로요. 일이 많을 때는 지키기 어렵기도 하지만 최대한 적게 일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늘려보려고 해요.


수면 시간에 대한 고민도 시간 기록에 반영해 봤어요. 잠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에요. 지금도 아주 가끔 12시간을 자기도 하고, 하루 종일 자라면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인생이 망하면 분명 '잠' 때문일 것"이라고 농반 진반 말하는데요.


지금은 필요에 비해 너무 많이 자는 것 같아 적정 수면 시간을 찾기 위해 수면 시간 기록도 함께 하고 있어요. 고요한 밤-새벽 시간에 집중이 잘 돼 이 시간을 쓰는 날이 일주일에 최소 1번, 최대 3번 정도 있더라고요. 조금 들쑥날쑥해도 평균 하루 8시간 정도가 적정 수면 시간인 것 같아 이 시간은 확보하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시간을 기록하는 이유



모든 시간과 에너지가 나의 것일 때가 있었어요.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되는 꿈만 같은 그때 그 시절. 시간이 남아 돌아서 ‘시간 관리’ 같은 건 굳이 필요하지 않았죠.


아이를 낳고 가장 크게 변했던 건 내 시간과 에너지가 모두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많든 적든 반드시 ‘육아’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꼭 필요했고, ‘육아’를 고정값, 기본값으로 다른 일정을 재배치해야 했어요. 회사 일에서 성장에 한계가 느껴지자 '육아'가 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그건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어요.


'육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성장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그게 제가 시간 기록을 통해 찾고자 하는 내 삶의 방향이에요.


구글 캘린더의 루틴한 '육아' 시간을 보면 '육아'가 내 전부가 아니라는 건 명징해요. 일과 나만의 시간 그리고 수면 시간의 균형을 맞춰나가며 내게 지금 필요한 것,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더 뾰족하게 찾아가고 있어요.



함께 쓰면 더 좋아요



구글 캘린더, 모바일도 쓰기 편해요

생활 일정을 공유해야 하는 파트너와 캘린더를 공유해도 좋아요. 회사 동료들과는 물론, 동거인이나 배우자 등 가족과 캘린더를 공유하면 편리한데요.


본격적으로 구글 캘린더를 쓰기 시작했을 때 우연히 배우자 핸드폰에 제 회사 캘린더가 공유됐어요. 저도 깜빡했던 일정을 그가 고려하고 챙기거나 제 일정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 정말 편하더라고요. 저와 배우자는 두 아이를 돌보는 공동 양육자로서 공유해야 할 일정이 정말 많거든요.


모바일로 입력과 보기도 편해요. 구글 캘린더를 공동 양육자를 위한 필수 앱으로도 추천합니다. (갑분추천ㅎㅎㅎ)


이전 글에서 공유한 노션 투두 리스트와 함께 쓴다면 '일' 같이 뭉뚱그려진 시간 안에 무엇을 했는지 세세하게 기록할 수 있어요.


구글 캘린더에 매일 많은 일정을 입력하면 월 달력으로 보는 게 불편해서 주요 일정을 노션 투두 리스트에 적어 월별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요.


노션 캘린더 기능은 구글 캘린더 보다 여러 모로 불편해 일상적으로 쓰기보단 프로젝트 별로 단기간 사용하고 있어요. (개취개취)




각 툴의 장단점을 파악해 더 나은 부분을 활용하며 함께 쓰면 더 좋아요. 내게 잘 맞는 방법으로 밀도 있게 내 일상을 기록하고 들여다보며 내 삶의 방향을 찾아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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