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해피엔딩
같은 인천이라는 지역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송호 작가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올해는 글을 꾸준하게 써보자는 다짐을 하고, 일요일마다 글을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는 작가님과 지역의 프로그램에서 함께 기획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글을 쓰고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는데 잘 쓴 글보다는 기록에 중점을 두니, 두근두근할 정도로 싫었던 글쓰기에 대한 감정이 사라진 게 참 신기하다.
2024년을 맞이하면서 어떤 것을 이룰까?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져 볼까? 했는데 좀처럼 집중을 못했다. 그래서 학원에서 디자인 업무를 보는 틈을 타 글을 적고 있다. 나의 업무는 학원에서 온갖 디자인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것이다. 여느 중소기업이 그러하듯 시각디자인, 편집디자인, 웹디자인을 가리지 않고 디자인이란 디자인은 모조리 섭렵(?)하고 있는 셈이다.
분명 나의 직업은 일러스트레이터인데, 내가 왜 학원에서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는 이유를 말하자면 당연히 먹고살기에 이유 때문이다. 작업실을 갖고 나를 작가라고 스스로 칭한 기간만 약 15년, 와우...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나이를 많이 먹은 느낌이다. 그리고 싶은 거만 그리며 살기에는 밥을 먹고, 휴대폰 요금을 내고, 작업실 월세를 생각해야 하고, 친구를 만나고 놀고먹고 여행하는 것은 내 삶의 아주 큰 영역을 차지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 즉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나는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꽤나 오랫동안(약 4년) 수학학원의 디자인업무와 남자 쇼핑몰의 상세페이지(약 3년) 만들면서 기본적인 먹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해소할 수 있었다. 부가적으로 중학교 학생들에게 직업강의와 만화창작 수업을 하는 강사로서의 삶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니 나 정말 대단하게 살아온 거 같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지만, 어찌 됐건 불안정한 수입인 건 확실하다. 뭔가 확실하게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밥벌이로 했던 것들을 좀 더 체계화해서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데이클래스
작업실에서 진행하는 원데이클래스는 주로 머그컵을 만든다. 종이에 연필, 색연필,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스캔을 한 후 디지털로 변환을 해, 보정을 거쳐 컵으로 완성한다. 그동안의 수업은 내가 시간 될 때만 갑자기 오픈을 하고 홍보도 전혀 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월/목/금을 정규클래스로 정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포스터도 작업해서 홍보할 예정이다. 그리고 접근하기 쉽도록 주변 아파트나 상가 그리고 당근마켓을 활용을 해볼 것이다.
박람회/마켓
코로나를 거치고 한동안 마켓과 박람회를 나가지 않았다. 간혹 인천에서 열리는 가까운 마켓은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나가기도 했지만, 박람회처럼 관심사 있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서 한계가 있었다. 서울/부산에서 열리는 2-3개의 페어에 일단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아직 결과가 안 나온 곳이 있다. 뽑힌다면(?) 홍보를 목적으로 최대한 2024년을 꽉꽉 채워 참가할 거 같다. (+플러스 팝업스토어도)
입점처
지금의 입점처는 손가락에 꼽힐 만큼 아주 약소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마저도 내가 신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여지없이 매출로 이어지는데, 처음엔 괜찮았던 판매도 아주 저조해진 탓에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중간에 하차를 하고 싶었지만 입점료와 수수료를 내며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해야 홍보가 되고 돈이 되고 살이 될 텐데 이 부분은 더 노력해야지. 온라인 입점처 또한 국내와 해외를 잘 이용해 판매할 수 있는데, 1인 브랜드라는 핑계로 운영을 잠시 정지했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많은 사람이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맘껏 이용해야지!
그밖에 브랜드와 나를 알릴 수 있는 유튜브/인스타그램/블로그/브런치/트웬티 등, 그리고 득이 되지도 않는 상세페이지 디자인은 1월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수입이 적을 때는 월세정도 많을 때는 100만 원 이상을 벌기도 했지만, 점점 일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고 입금일이 기본 일주일을 넘기고 있다. 그만두겠다고 하면 자꾸 잡는 이상한 아르바이트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12월의 급여를 받지 못했다. 20대 때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에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급여를 못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아는 사람이 연결되어 있고 빨리 그 사람을 탈출하고 싶어서 대충 넘겼었다. 지금도 그걸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나를 갉아먹는 일들은 나 스스로 아쉬워 말고 끊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그만해야지!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