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에 대한 30개의 질문 - 上
당신의 일에 대한 30개의 질문
해피워커캠프 1주차의 미션은 '나의 일'에 대한 30가지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일이었다. 일과 관련된 30가지의 질문이라니... 질문을 언뜻 보기만 해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끝내고 드는 생각은? "어우...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이다. 어떤 질문은 꼬박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답변도 있었고, 어떤 질문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답변이 생각나지 않아 착즙 하듯이 작성한 부분도 있었다.
매일 밤마다 이래저래 고민하면서 작성했음이 느껴졌던 걸까,
앤지님의 답변을 읽어보면 그 노력이 잘될 수밖에 없다. 어나더 레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라고 편집장님이 코멘트도 달아주셨다. 편집장님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지난주에 들었었는데, 그런 편집장님에게 저런 코멘트를 듣다니 감격...!
앤지킴의 해피워커 일대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30문 30답 요약본 1편 출발합니다!
(조금 더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이 직업을 왜 선택했나요?
제 직업을 먼저 소개해드리면, 저의 직업은 홈쇼핑 MD입니다. 멀티채널 패션 MD로서 브랜드의 담당 상품들을 TV/T커머스/모바일 즉, 멀티채널에 선보이는 일을 하고 있구요, 상품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A-Z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직업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인 것 같아요. 제가 이 직업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내게서 아닌 걸 지워나가다 보니 도달한 지점이 바로 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직업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요?
이 직업을 얻기 위한 노력은 대학시절부터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대학생 때 딱 2가지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딱 이 2가지의 대답에만 대학생활이 끝나고 답할 수 있게 하자고요.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이런 방법으로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았던 것 같아요.
잘하는 것은 의외로 스스로 발견을 못하겠더라구요. 우선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ME : “나 뭐 잘하는 것 같아?”
가족들/친구들/지인들 :“너 영업력 좀 좋은 것 같아, 니가 사면 따라 사고 싶더라” “너 글 좀 잘 쓰는 것 같아”
그럼 내가 이걸 진짜 잘하는 게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블로그에다가 글을 써 내려가면서 진짜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지 확인했어요.
좋아하는 것은 내가 평소에 무심코 검색하는 검색어들에서 발견했습니다. 내가 내 힘과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궁금하거나 좋아하기 때문에 검색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패션 검색하는 것을 되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패션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 의상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진짜 패션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검증하는 활동을 거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보이더라구요. 저는 패션은 좋아하지만, 손재주가 있거나 아티스틱한 면모가 넘치는 사람은 아녔습니다. 저는 실용성,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처음 가졌던 나의 꿈 패션잡지에디터라는 꿈을 소거했습니다.
그 후,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아티스틱한 면모는 없어도 되지만 패션과 관련된 직업이 또 뭐가 있을까 하다가 MD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그쪽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대학생활 동안 열심히 활동했던 Toastmasters 영어 스피치 모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저를 좋게 봐주셨던 분이 "앤지님, 우리 회사에 이번에 식품바이어를 뽑는데 한번 지원해보지 않을래요?"라고 솔깃한 제안을 주셨습니다.
거듭되는 탈락 속에 지칠 대로 지친 저는 갈팡질팡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패션 외길 인생만 걸어왔는데 괜찮을까..?” 생각하다가, “그래 나 먹는 거 좋아하니까 한번 해보자!” 하고 정말 우연한 기회에 외국계 식품바이어 자리에 들어가게 되었죠. 근데 이게 웬걸, 그 회사는 사람 때문에 6개월 만에 퇴사하게 되었어요.
마지막 2달은 정말 제 인생에서 최악의 나날들이었습니다. 일요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회사 가기가 무서워 울다 지쳐 잠들었구요, 아침마다 타고 가는 대중교통이 콱 사고나 버려서 그냥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못 가게 되면 좋겠다라고 얼마나 빌고 또 빌었는지 몰라요.. 매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살았던 2달 후, 퇴사를 하게 되었죠. 인생 참 모르는 일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2가지를 깨달았어요.
일단, 내가 한 집단에서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그러한 기회가 주어졌고, 또 준비된 사람이었기에 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앞으로도 난 늘 준비되어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것은 회사를 들어간다고 해서 끝이 아니구나, 내가 무슨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과 일하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도, 그곳에서 짧지만 찐하게 유통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의 성과가 가시적이라는 점은 너무 좋았어요. 비록 , 사람 때문에 6개월 만에 퇴사를 하고 다시 재취준생의 길로 들어가게 되었지만요.
유통도 어떤 의미에서는 검증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취업준비를 할 때도 유통/패션회사를 중심으로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소셜커머스 회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근데 만족이 안되더라고요. 채워지지 않는 어떤 부분이 있었어요. 여전히 네임밸류가 더 큰 기업에 대한 욕심이 남아 있기도 했고, 저는 기획을 하는 MD가 되고 싶었으나 소셜커머스 MD는 상대적으로 기획을 많이 할 수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회사를 다니며 공채 준비를 다시 했고, 지금의 직업 홈쇼핑 MD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장장 2년 반에 걸친 기나긴 여정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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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일을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나요?
100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와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사실 이 만족도라는 게 정말 상대적인 거잖아요. 아마 첫 번째 회사를 다닐 때, 이 질문을 받았다면 전 그 회사에 5점도 주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운이 좋다고도 생각되는데,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한 90% 정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 이 일은 나의 능력을 120%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150%도 아니구요 200%도 아니구요 딱 120%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몰입을 요구합니다. 아직도 여전히 회사에서 몰입의 순간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은 퇴근하고 나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내가 몰입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날입니다.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순간을 마주했을 때, 저는 “일할 맛 난다”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ㅋㅋ
두 번째, 주변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주제가 바로 ‘일’입니다. 근데, 생각보다 일을 하면서 '나'가 성장하는 느낌을 느끼는 친구가 많지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성장' & '의미' 이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회사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이런 순간을 일에서 느낄 때마다, 블로그에 [자기혁신 성장일기]로서 기록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커리어 성장일기가 '나'가 크는 느낌을 느끼면서 일하는 데에 되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윗사람을 잘 만난 것 같아요. 저는 매년 "아니 내가 벌써 이런 것까지 해도 되나..?" 할 정도로 저의 권한을 넓혀왔는데, 물론 제가 착실하게 사수의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도 있지만, 회사에 다른 윗사람을 보면 부사수가 잘하고 있음에도 권한을 넘겨주지 못하고, 본인이 끝까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거든요. 저는 "책임은 내가 질게, 너는 한번 너가 해보고 싶은 것 하면서 한번 제대로 놀아봐" 라면서 판 깔아주는 사수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이건 운 적인 요소가 너무나 크다는 걸 첫 번째 회사를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머지 10%의 부족함은 회사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효율 부분인 것 같아요. 근데 어떤 직장도 저를 100% 만족시켜줄 수 없으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또 기대도 안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10% 정도는 애교로 봐주고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