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싸이월드가 부활했다. 이대로 잃어버리나 싶었던 그 시절 소중한 추억 가득한 사진과 자료들이 복원되었다. 친구들과 나는 SNS로 조금은 촌스럽지만 젊고 풋풋했던 20년전 사진들을 교환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998년 1월, 졸업을 앞두고 금융회사에 입사했다. IMF사태가 터진 직후 일자리 파괴 융단폭격을 간신히 피해 막차를 잡아탄 격이었다. 당시에는 사이버 세상에 온라인하기 위해서는 PC통신이 주요 수단이었지 인터넷이라는 게 보편화되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모뎀과 전화선을 이용해 접속했었다. 밀레니엄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전국에 인터넷망이 깔리고 속도도 빨라졌으며 인터넷 없는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디지털 시대의 막이 올랐다. MZ세대가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터에 중독되어있듯 그 시절 우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이들도 드물게 있었지만 간편하게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미니홈피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특히나 지금의 팔로워에 해당하는 일촌과 방문자수, 포스팅의 댓글 갯수 등이 인싸의 가늠자였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태동한 것이다. 가상화폐 격인 ‘도토리’를 구입하면 싸이월드 안에서 여러 가지 아이템으로 미니홈피를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밀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BGM을 깔 수도 있었기에 지금의 카카오톡 선물하기처럼 도토리나 아이템을 서로에게 선물할 수도 있었다. 사진, 일기나 글을 직접 포스팅하기도 하고 다른 이의 좋은 포스팅을 퍼오기도 하며 사이버 세상에 자신만의 작은 방을 만들고 운영하며 아이덴티티를 표현했다.
우여곡절 끝에 싸이월드가 부활했지만 카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이 우리의 스마트폰을 점령해버린 지금, 싸이월드가 2000년대의 명성을 되찾기 는 힘들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잃어버릴뻔했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에 겨우 위안을 삼는 뒷맛이 씁쓸하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The socail dillema>를 흥미롭게 보았다. 우리가 SNS의 사용자가 아니라 거대 IT기업의 상품이라는 불편한 진실. 그들은 친절하게 우리의 관심사를 찾아주는 것이 아닌 기막힌 알고리즘으로 우리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어떻게든 오래 붙잡아두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광고주들의 배를 불린다. 터치 몇번으로 순식간에 음식이나 택시가 내 집앞에 도착하고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게 되고 장기기증자를 찾을 수도 있는 SNS는 인류에게 마법과도 같은 도구다. 그러나 SNS로 인해 가짜 뉴스와 유해한 콘텐츠의 범람이 정치, 경제 등 사회 구조를 침식하고 양극화와 갈등을 조장하며 개인의 디지털 사생활이 추적, 감시당하는 감시자본주의가 탄생하였으며 스마트폰 중독과 스냅챗 이형증(필터로 보정된 이미지에 익숙해지면서, 셀카 속 모습과 실제 모습 사이의 괴리에 불만족을 느끼며 집착하는 증상)과 우울증과 같이 개인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미치는 여파가 훨씬 파괴적이기에 국가는 그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만들어야하고 사용자는 되도록 흔적을 남기지 말고 필요한 정보만을 취하고 사용시간을 절제할 줄 아는 스마트한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이 모든 불편한 진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스마트폰의 노예로 질질 끌려가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다. 다큐가 끝나고 쿠키영상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조언이 뻔한 듯 깨알 같다.
나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모든 앱들을 제거하라.
꼭 필요하지 않은 앱 계정을 탈퇴하고 모든 앱 알림 설정을 꺼라.
사용자 검색기록을 남기지 마라.
유튜브 영상 추천과 알림을 절대 받지 말고 선택한 콘텐츠만 보아라.
콘텐츠를 타인에게 공유하기 전에 꼭 팩트 체크를 하라.
콘텐츠 클릭수를 줄여라.
16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고 특히 SNS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하라.
자녀와 상의해서 디지털 시간 예산을 정해서 지키고 운영하라.
침실에서 모든 디지털기기를 치워라.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은 팬시하고 세련되고 구도 또한 기발하다. 마치 이 세상에 없는 듯한 천국같이 보이던 그곳이 막상 가보면 앱에서 보았던 그곳이 아닌 듯 실망스럽고 천상의 맛을 낼 것 같은 그 음식 맛은 형편없다. 절세미남 또는 미녀처럼 보이던 그들의 필터와 보정 없는 실물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2000년대를 주름잡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적어도 스마트폰이 아닌 PC로 포스팅을 했었고 사진 또한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메모리를 포트에 꽂아 옮겨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했다. 필터나 보정 프로그램 또한 전문가가 아니고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도 구도도 지금 보면 어설프고 촌스럽기 짝이 없지만 적어도 진실을 부풀리거나 꾸미지는 않았다. 사후에 포스팅이 가능하기에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포스팅하느라 소중한 순간을 놓치는 일도 없었다. 가족여행을 가서 오롯이 여행을 즐기지 못하고 인스타 포스팅을 하느라 정신없는 딸아이를 보며 많은 생각이 스쳤다. 세대와 플랫폼의 우열이나 옮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 그 둘 사이의 온도와 감성의 다름, 각 세대의 문화를 존중한다. 다만, 세대를 아울러 더 이상 우리 인류가 거대 IT기업의 배를 불리는 상품이 되지는 말자고… 살아 숨쉬는 인류가 한낱 기계와 프로그램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는 말자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간곡히 설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