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 강사 #인강
마이크로소프트社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흔들던 2020년 4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과거 2년간 이뤄지던 디지털 전환이 2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원격 팀워크 노동 및 원격 학습, 영업 및 고객 서비스, 중요한 클라우드 인프라 및 보안에 이르기까지...
코로나는 그동안 존재하기는 했지만 전 세계인들의 일상 속에 보편적이지는 않았던 디지털 전환을 반강제적으로 급속히 이뤄냈다. 우리 아이들은 등교를 하지 못하는 대신 어색하기만한 원격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고3 정도 되면 어른이라고 봐도 무방하기에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기대는 조금씩 무너져 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3이라 해도 교실이 아닌 포근한 집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눈을 비벼가며 모니터를 바라보다 보면 현장수업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고 졸음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다행히 고3은 후배들보다 일찍 등교 수업을 하게 되어 온라인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한시름 덜게 되었지만 당분간 초등 및 중고등학생 후배들은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소위 ‘1타 강사’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수능강의에 대해서 만큼은 그들의 강의력과 고퀄리티의 교재와 자료, 학생관리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게 현실이다. 유명 1타 강사는 선생님 한 명의 강의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산하 연구소와 많은 스탭과 조교들이 하나의 기업과도 같이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일함으로써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1타 강사는 대개 현장 강의(이하 현강)와 온라인 강의(이하 인강)를 병행하는데, 학부모와 학생들은 모두 인강보다는 현강을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높은 현장감과 집중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강보다 현강을 듣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엄선된 자료를 제공해주고 매 수업시간마다 평가시험을 보게 하고 (고3은 실제 모의고사와 동일한 조건으로 봄) 신속하게 그 결과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드백해주고 보다 철저하게 과제 체크를 해주는 등 꼼꼼한 학습관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1타 강사나 사교육을 예찬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의 제도권 안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입시를 치러야 하는 학부모라면, 적어도 사교육 시장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내 아이에게 최소의 최적의 사교육을 시키는 스마트컨슈머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팔랑귀를 펄럭이며 쇼퍼홀릭처럼 품질이 좋다고 이것저것 다 살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가성비 좋은 우수한 강의를 아이에게 추천할 수 있는, 사교육 위에 올라서서 그것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영악하고도 현명한 학부모가 되어야 한다.
고2 때까지 작은 학원 1곳의 수업과 개인과외수업 1개를 받고 있었던 아이는 고2 겨울방학부터 1타 강사의 대형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강의를 처음 듣던 날 아이는 시골에서 처음 서울에 올라온 사람이 명동 한가운데에 서있을 때 지을 법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그들의 강의와 시스템에 적응해 가기 시작했고 오래지않아 강사들의 실력이나 자료 등을 서로 비교평가해가며 더하고 뺄 강의를 정리하여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 신천지 사태로 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던 지난 2월, 아이의 건강에 대한 걱정 때문에 다니고 있던 학원 현장 강의를 중단했다. 하지만 학원 상담실장은 환불하려는 나를 설득하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학원 계속 다닌 아이와 중단했던 아이의 실력은 꽤 벌어질 거예요.
학부모에게 불안감을 주입하는 것이 학원 상담실장의 특기이자 임무인 줄 잘 알면서도 순간 불안과 걱정이 엄습한다.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현장 강의가 불안하다면 답은 인강이라는 생각으로, 이 참에 1년 패스를 끊어두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인강을 들어보자고 아이를 설득했다. 하지만 현장 강의를 선호하는 아이는 좀처럼 인강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3 기간 내내 코로나 확산이 반복될 때마다 학원이 문을 닫으면 쉬면서 인강을 듣다가 다시 열면 현장 강의 듣기를 반복하며 외줄 타기 하듯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대면 강의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니 태생적으로 인강을 싫어하던 내 아이도 점차 디지털 전환이라는 흐름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이때 인강을 현강만큼이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인강의 달인이 되는 패스트트랙이 있었으니, 그것은 특별한 비결이 아닌 인강과 현강을 동시에 진행하는 특정 1타 강사의 강의를 현장 강의로 듣다가 거리두기 단계 상향 등의 긴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인강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아이가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는 모습을 살펴보니 직접 영상을 녹화하여 올리시거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의 수업은 열심히 필기를 해가며 집중하여 듣지만 EBS 강의를 링크해놓은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수능 인강도 마찬가지다. 이미 안면이 있는 학교 선생님의 직강에 아이가 더 집중하는 것처럼, 학생이 특정 강사의 현장 강의를 한두 번이라도 직접 들어보게 되면 그 강사의 교수 방식과 커리큘럼에 익숙해지고 알게 모르게 강사에 대한 로열티가 생긴다. 그 이후 코로나 확산 등 여타의 사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강으로 전환하여 듣게 되더라도 이미 현장에서 직접 들어본 강사의 강의에 대해서만큼은 이전보다는 한층 집중하고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중간중간 필기를 위해 멈추거나 반복할 수도 있는 인강의 장점들까지 깨우치게 되면 아이는 오프라인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수업, 시험, 팀플레이, 그룹토의 등등 교육현장의 다방면에서 '언택트'라는 단어와 친숙해져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학원을 가지 않고 인강만으로도 공부할 수 있는 바야흐로 뉴노멀 인강시대가 온다면 교육특구라는 말은 더 이상 의미도 없어질지도 모른다.(이와 중에도 식지 않는 사교육 열기를 보면 요원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뉴노멀 시대에는 무엇보다 아이가 자기주도학습의 태도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먼저 세심하게 도와주고, 그 밖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교육을 최적의 방식으로 제안하고 가이드할 수 있는 현명한 학부모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