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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Feb 11. 2024

서른이 되어서야

난 어른이 체질인가 봐

계란 한 판을 채웠다... 드디어!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되고 싶단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난 이후부턴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 싫었다.

홀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있다는 게 좋았고 내 힘으로 돈을 버는 것도 좋았다. 특히 나이 들어서 행복한 점은 감정 컨트롤이 조금씩 잘 된다는 점이었다.


불과 3년 전쯤만 해도 난 감정소모가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특히 남자친구와의 사이가 불만족스러울 때 그랬는데, 나의 감정을 주체 못 하고 터져 버릴 때가 많았다. 지금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70% 이상은 나아졌다고 스스로 느낀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불만족스러울 때, 타인에게 원인을 찾기보다 나 스스로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가만히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미친 듯이 나 생각이 불가능할 땐 내 영혼을 잠시 바깥으로 밀어내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나 스스로를 쳐다본다. (웃기겠지만 닥터스트레인지의 스승 에이션트 원이 거만한 닥터스트레인지의 가슴을 펑 쳐서 우주로 날려 보내버렸던 그 장면을 스스로 상상한다...ㅋㅋ)

그러다 보면 내 감정 컨트롤이 조금씩 가능해지는데, 차분해진 이후로 상대방에게 내 상태를 설명하고 대화를 시작하니 관계도 훨씬 원만해지는 편이다. 꼭 이성 간의 관계가 아니라도.


이런 경험들이 점점 쌓일수록 스스로 놀라곤 한다. 와 내가 이렇게까지? 이 감정을 컨트롤 한단 말이야? 이렇게 능숙하게 대처를 한다고? 그런 물음에 YES라는 답을 얻으면서 스스로의 자존감도 높아진다. 어쩐지 서른이 되어서야, 이제야, 진짜 나를 조금씩 보는 느낌이랄까.


살면서 어른이 체질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추억했고 어른으로서 가지는 책임감을 버거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오히려 나이 들며 따라오는 것들에 행복을 느낀다. 이제까지 숱하게 느낀 혼란스러움은 바로 내가 그 희귀하다던 어른이 체질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방황을 할지 모르지만, 나이 들수록 행복해질 거란 확신을 한 번 얻어서인지 그 미지의 세계가 막연히 두렵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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