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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C Sep 05. 2018

뿌라 비다 코스타리카

PURA VIDA 순수한 삶


“식사하셨습니까?”


최근에는 잘 쓰지 않는 인사말일 수 있겠으나, 전쟁을 겪고 어려운 시절의 배고픔을 아는 한국사람들에게 "식사하셨습니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인사말이다. 물론, 언제부터 이런 인사말을 쓰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겠으나, 한국 사람 간에 이 인사말은 정말 식사를 했는지 물음과 동시에, 그저 친근한 인사말이기도 하다. 중미의 코스타리카에도 비슷한 인사말이 있다.



PURA VIDA! (뿌라 비다!)

사전적 의미: 순수한 삶


코스타리카에서만 쓰는 이 인사말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순수한 삶” 이란 뜻인데, 사람들 간 인사로 “순수한 삶”이라고 인사를 한다 생각하니 좀 어색하다. 의역을 하자면 “좋은 삶 (순수한 삶) 살아가고 있죠?” 즉, “잘 지내죠?”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 간에 만났을 때, 헤어질 때 쓰는 이 표현은 코스타리카 사람들끼리는 매우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한편으로 PURA VIDA라는 그들만의 인사말처럼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삶에 대한 철학은 남다른 부분이 있다.





HORA DE CAFE

사전적 의미: 커피 타임


커피 타임은 말 그대로, 커피를 한잔 하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보통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일상에서 오전에 약 15분 정도 간식을 먹고, 커피도 한잔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좀 특별한 것은 이 커피 타임이 자연스럽게 여유가 있을 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커피 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며, 직원들 입장에서는 일종의 권리와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HORA DE CAFE를 위한 간식 도시락 가방을 가져오며, 어떤 회사들은 간식 시간을 정해 놓고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어른들이 간식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코스타리카에서는 이러한 문화를 무시하는 기업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즉, 법적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직원들이 커피 타임이 있다고 이해하는 순간부터는, 커피 타임을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다. 코스타리카의 노동부에서 근로 조건을 악화시켰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심시간처럼 커피 시간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코스타리카의 커피 타임은 매우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근무 중 커피 타임을 갖는 것이, 여유가 있는 때에 직원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매일 15분이라는 규율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PURA VIDA의 철학을 문화적, 사회적 틀 안에 규범화 함으로써 개개인이 눈치 보지 않고, 주어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정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것이라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들의 간식 가방이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병원비 100% 국가 지원 정책


코스타리카는 사회보장보험이 매우 잘 되어 있다. 사회보장보험(CCSS)에 가입이 되어 있다면, 병원비와 약값 모두 100% 국가에서 지원한다. 2018년 현재 기준 보험요율은 Gross 급여의 개인 10.33%, 회사 26.33% 로 약간 높기는 하지만, 국가에서 모든 병원비를 지원해 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단순 진료에서 시작하여 치료, 수술, 약값 모두 공짜다. 물론, 질병에 의한 경우만 해당하며, 시설이 부족하여 대기를 오래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시설이 일부 열악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코스타리카의 의료 시스템은 중남미는 물론,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이다. 의료의 질적 수준은 최고 수준은 아니겠지만, 2018년 기준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USD 2.4 수준인 나라에서, 의료 서비스를 100% 무상 지원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 할 수 있다.   




군대 없는 나라


1948년 12월 1일 당시 코스타리카 대통령 호세 피게레스 (Jose Figueres)는 코스타리카 군대의 폐지를 공식 발표한다. 군대 폐지를 결정한 1948년은 정부의 부패에 대항한 반정부 세력과 정부군 간 내전으로 약 2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후 당시 반정부 세력이었던 호세 피게레스는 대통령에 선출되었고, 군대의 폐지를 이끌어 내게 된다. 이후 코스타리카는 경찰을 통해 국가 안전을 유지하고 있으며, 군대가 없이도 중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중 하나로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국방비 예산이 없는 대신 교육비, 의료비 예산을 증대하여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임으로써,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UN에서 발표한 2017년 행복지수 리포트에서 세계 12위로 북유럽권 나라들과 경쟁을 하며, 중남미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기도 하였다. 일부 다른 기관의 행복지수 리포트에서는 종종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중남미의 저개발 국가로서 인식이 될 수 있는 코스타리카가 이처럼 행복지수가 높을 수 있는 배경에는 우선, 군대를 폐지한 부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군대 예산을 사회 다른 복지 부분에 투자하여, 모든 국민이 병원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의 근간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2018년 현재에는 정부의 재정적자 (2018년 -7.1% 예상) 등 문제의 한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으나, HORA DE CAFE를 포함하여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 시스템의 정신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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