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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Jun 23. 2023

제주 동쪽 대표 오름

지미봉

요즘은 시간이 없어 답사가 아니면 오름을 갈 일이 없다. 마침 종달리에 마을 투어를 답사할 일이 생겼고, 답사 코스 안에 지미봉이 있어 정말 오랜만에 오름을 오르게 됐다.


정상에서 내려보는 맛을 알기에 오름을 오르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몇 년 만에 오르는 지미오름이지만 익히 이곳의 경사를 알고 있다. 20분 남짓이면 정상에 도착하지만, 더워지는 날씨에 긴 호흡으로 오르겠다고 마음먹었다.





제주의 오름에 봉이란 접미사가 붙은 오름은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던 오름으로 알려진다. 지금은 한자 표기로 ‘봉우리 봉(峯)’을 쓰고 있는데, 고지도에는 횃불을 뜻하는 봉(烽)이 쓰였었다. 19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지도에 ‘봉우리 봉(峯)’이란 표기가 나타나는 데 처음 불리던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고 있는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이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제주의 많은 지명이 한자 표기로 바뀌며 전혀 다른 뜻으로 바뀌고 인용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





역시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등산화를 준비하지 않아 나무 계단과 야자수 매트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가끔 미끄럽기도 하다. 중간에 서서 땀을 닦고, 숨을 고르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가 많은 오름에서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건 곧 정상에 도착한다는 의미다.





지미봉은 말굽형 분화구 형태이다. 말굽 형태의 분화구를 가진 오름은 많은 용암이 분출된 오름이다.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흐르다 분화구의 한쪽 면을 무너뜨리며 쏟아져 내리면서 이런 모양을 갖게 된다. 지미봉에서 분출한 용암은 북쪽 사면을 무너뜨리며 흘러 내려간 듯하다. 북쪽을 향해 분화구가 열려 있고, 북쪽에서 보면 마치 봉우리가 두 개인 것처럼 보인다.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맞이해 준다. 정신없이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는데, 이내 오름 아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제주의 동쪽 바다와 바다 위에 떠 있는 우도,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며, 제주의 오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제주 감성을 만끽해 본다.





‘지미’는 ‘땅의 끝’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러 어원이 전해지고 있지만, 조선시대 제주목의 마지막 마을인 종달리(가장 첫 마을은 한경면 두모리)에 있는 오름이라 땅끝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는 유래가 가장 설득력 있다. 땅끝이란 이름 때문인지 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마치 섬의 끝자락처럼 느껴진다.


(오름을 내려오는 길이 너무 미끄러워 이곳은 꼭 등산화를 신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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