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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Mar 03. 2024

커피 좋아하세요?

저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커피를 좋아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제주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하나둘 생겨날 때도, 골목골목 바리스타 카페가 생겨날 때도, 한 집 걸러 하나의 카페가 생겨날 때도, 커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언제나 달디단 밤양갱같은 단 음료만 찾아댔습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커피를 조금씩 마시게 됐습니다. 이런 걸 중독이라고 하나요? 조금씩 마시던 커피가 하루에 두 잔이 되고, 세 잔이 됐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커피의 매력을 알기 시작하더니 결국 커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탄 맛 나는 음료가 아닌 향을 머금고 있는 사랑스러운 차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품종의 커피콩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개성을 내뿜습니다. 새로운 향을 찾는 재미에 처음에는 다양한 원두를 경험했고, 나에게 맞는 향이 나는 원두를 찾게 되었습니다. 또 같은 원두에서도 가공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향을 경험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공 방식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추출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에 내 입에 맞는 추출 방법도 알게 됐죠.


God in a cup


커피 신에서는 전해져 오는 유명한 텍스트가 있습니다. ‘커피잔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 2004년 ‘Best of Panama’ 커피 품평 대회에 출품한 파나마 라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Geisha)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맛본 후 심사위원이 내뱉은 말입니다.


제주에 있는 스페셜티 카페 찾아다니던 중 서귀포시 중문에 있는 ‘마노커피하우스’에서 게이샤 원두를 만났습니다. God in a cup을 외쳤던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원두입니다. 


30,000원, 커피 한 잔 가격을 본 순간 오기가 생겼습니다. 익히 들어온 게이샤의 명성에 주눅 들기도 했지만 꼭 마셔보고 싶었습니다.


임페리얼 포슬린 잔에 담긴 게이샤 커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잔에 수놓은 다채로운 무늬처럼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향이 표현됩니다. 화사하면서 새콤한 향과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향이 차례로 올라옵니다. 커피라는 인식 속에 있는 씁쓸한 맛이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삼키고 잠시 후엔 캐러멜 향이 입 안에 퍼집니다. 스페셜티의 정말 스페셜한 경험입니다. 커피가 줄어들 때마다 아쉬움은 커졌습니다. 아마 가격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분명 다시 경험하고 싶은 순간입니다. 하지만 30,000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한 번의 경험을 추가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후 최근에 매장을 이전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보금자리를 옮긴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지금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저의 상황에 감정이 이입되며,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새로운 공간이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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